숲노래 살림말


버스삯 : 시골에서는 아흔 살 할매도 버스를 타려면 온돈을 치러야 한다. 서울(도시)에서는 어떤가? 버스나 전철을 그냥 탄 지 한참 되었다. 요새는 시골에서 어린이나 푸름이(청소년)한테 버스삯을 50원이나 100원만 받는다. ‘시골 어린이 50원 버스’하고 ‘시골 푸름이 100원 버스’는 차츰 큰고장으로 번진다. 머잖아 서울에서도 ‘어린이·푸름이 50원(또는 100원) 버스’로 바뀔 만하리라 여긴다. 사이에 낀 스무 살부터 예순 살에 있는 사람들은 고스란히 온돈을 치른다. 아니, 덤터기를 쓴다고 여길 만하다. 그런데 스물∼서른다섯 나이라면 ‘젊은이(청년)’라 여겨, 나라에서 여러모로 살림돈을 받쳐준다. 요즈음은 ‘군대 사병 달삯 200만 원’에 이르는 때인데, 예전에 군대란 곳에서 ‘사병 달삯 1∼3만 원’을 받고서 죽을고비를 겨우 넘기고 살아난 사람들은 꾸역꾸역 일을 해서 낛(세금)을 바치기만 하는 얼거리로 여길 수 있다. 2023년으로 쳐서, ‘마흔∼예순 나이’에 낀 사람들은 배움터(초·중·고등학교) 열두 해에 걸쳐 날마다 흠씬 두들겨맞으면서 자라야 했고, 갖은 가시밭길을 맨몸으로 헤매야 했는데, 순이는 순이대로 웃사내질(남성 가부장권력)에 시달렸고, 돌이는 돌이대로 ‘군대와 회사에서 위계질서 폭력’에 시달렸다. 그나저나 시골버스이건 도시버스이건, 어떻게 ‘50원 버스’나 ‘100원 버스’나 ‘할매 할배 0원 버스’를 할 수 있는가? 바로 우리가 낸 낛(세금)으로 버스회사에 이바지돈(보조금)을 매우 많이 주기 때문이다. 곰곰이 따지면, 우리가 여태 버스회사에 우리 낛으로 치른 이바지돈만으로도, 모든 사람이 ‘버스삯 안 내고 다닐 만큼’ 넉넉하다. 버스회사에서 이바지돈을 어떻게 썼는지, 또 나라(지자체)에서 버스회사에 이바지돈을 어떻게 보태었는지, 제대로 밝히는 글자락이 드물거나 없다. 버스도 지하철도 모든 사람이 ‘돈을 안 내고 타도 될’ 만하다. 줄줄이 새는 돈을 바로잡으면 된다. 줄줄이 새는 돈을 몰래, 또는 뜬금없이 가로채는 무리를 걷어치우면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본소득·기본복지’를 얼마든지 제대로 할 밑돈이 넉넉하지만, 이 밑돈을 밑돈으로 안 쓰니까 어지럽다. 뒷돈이나 몰래돈으로 바꾸니 자꾸자꾸 나이로 뭘 가르면서 서로 미워하는 틀이나 담벼락을 쌓고 만다. 2023.1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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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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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놈 : 법무부장관인 한동훈 씨를 가리켜 민주당 여러 사람이 “어린 놈!”이라고 읊었단다. 한동훈 씨는 1973년에 태어났으니, ‘쉰 살’이나 ‘먹은’ 사람이다. 쉰 살이 어린 놈인가? 쉰 살이란 나이를 먹은 사람을 어린 놈이라고 일컫는다면, 마흔 살이나 서른 살은 뭔가? 스무 살이나 열 살은 뭘까? 사람은 나이가 많대서 아름답거나 어질거나 착하지 않다. 사람은 나이가 많기에 똑똑하거나 바르거나 사랑스럽지 않다. 한 해를 묵으면 누구나 저절로 먹는 나이일 뿐이다. 나이를 먹기에 일을 잘 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기에 말을 제대로 하거나 글을 눈부시게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나이로 위아래를 가르려 한다면 ‘꼰대’나 ‘늙은이’일 수밖에 없고, 힘꾼(권력자)이란 뜻이다. 우리가 스스로 어른이라 여기려면, 아이한테서 배울 줄 알 노릇이다. ‘나어린’ 사람한테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익은 벼’인 ‘어른’이다. ‘낫살’로 내려다보는 이는 안 배우는 사람이요, 안 익은 사람이며, 철없는 사람이다. ‘선 자리’가 다르기에 미워하거나 싫어하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틀려먹은 굴레이다. 어느 고장에서 살든, 어느 무리에 있든, 어느 일을 맡든, 어느 나이라 하든, 할배 할매는 할배 할매답게 아이들(어린 놈)한테서 배워야 어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디 철들자. 제발 책다운 책 좀 읽자. 2023.1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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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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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우리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면서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이라면, 담벼락을 안 쌓는다. 우리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나눌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받아들여서 꽃으로 피어날 마음이 없는 탓에 담벼락을 쌓아서 해바람비를 몽땅 가리려 든다. 오늘날 배움터(학교)를 보자. 아침이고 낮이고 미닫이(창문)를 꽁꽁 싸매고서 형광등을 켠다. 아무리 밝은 낮이어도 햇빛을 누리려 하지 않고, 어린이도 어른도 스스로 잿더미(시멘트 건물)에 갇힌다. 해를 안 바라보는 사람이 무엇을 제대로 볼까? 바람을 제대로 맞이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제대로 생각할까? 비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제대로 느낄까?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정보)는 잔뜩 쌓는 배움터요 나라요 일터요 새뜸(신문·방송·유튜브)이되, 정작 푸른별(지구)이 어떤 들숲바다에 풀꽃나무에 해바람비로 어우러지는지는 살갗으로도 손끝으로도 눈이나 발바닥으로도 안 가까이한다. 그저 멀리한다. 풀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식물도감이나 환경책만 읽는들, 어떻게 숲을 돌보나? 나무를 씨앗으로 심지 않고서 나무도감만 읽거나 환경운동에 나선다면, 어떻게 숲빛을 가꾸나? ‘내가 밀거나 뽑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저 놀리거나 비아냥대거나 삿대질하거나 미워해도 된다는, 이런 밉질(혐오)을 ‘표현하는 자유’라고 여긴다면, 이 나라에는 아무런 빛(민주·자유·해방·독립·공유·평화)이 없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이라고 말로는 읊되, ‘내가 안 밀고 안 뽑고 안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여겨듣지 않는데다가, ‘막말(욕설·비하·혐오)’이 아닌 상냥한 말씨로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면, 저놈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얼치기일 뿐이다. 그놈들이 우리를 먼저 미워했을까? 우리가 그놈들을 먼저 미워했을까? 누가 먼저 미워했든 둘 다 미워하는 마음이 똑같다. 닭이냐 달걀이냐를 덧없이 따지기에 싸우고 다투고 겨루고 치고받는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지을 길을 헤아리지 않으니 그저 싸우고 미워할 뿐이다. 내가 사람이라면, 너도 사람이다. 네가 사람이라면, 나도 사람이다. 이 하나, 서로 사람인 줄 알아보고서, 서로 사람으로서 나눌 사랑을, 둘 사이에서 어깨동무로 지으려 할 적에 비로소 ‘말길’을 트면서 새길을 연다. 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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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뚝 : 왼무릎을 누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 쑤시지만, 낯에 티를 내지 않고 절뚝거리며 걷는다. 같이 있는 사람이 잰걸음으로 앞서간다. 낯에 티를 내지 않으나, 절뚝거리느라 말소리를 내기 버겁다. 뒤도 안 돌아보면서 재게 혼자 나아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마음일까? 절뚝이는 옆사람을 헤아리지 못 한다면, 어떤 어깨동무(민주·평등·평화)를 펼 수 있을까? 절뚝이며 등줄기로 땀을 쏟는 사람을 알아차리지 않고서 혼자 빠르게 걷는 사람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사람들은 권정생이니 이오덕이니 전우익이니 하는 책을 꽤 읽기는 하지만,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다리를 절뚝이면서 땀을 한참 쏟아도 나란히 걸을 줄 모른다. 202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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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 두바퀴(자전거)를 달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1998년 8월 어느 날 새벽, 누가 뒤에서 ‘새뜸나름이 짐자전거’를 들이받았고, 나는 하늘로 붕 날아오르면서 ‘여태껏 살아온 모든 날’을 그림으로 주루룩 보았다. 한자말로 이른바 ‘주마등’이라고 일컫는 그림을 보는 하늘에서 “아, 나는 자동차한테 치였구나. 신문배달을 마치고 지국으로 돌아가서 새벽밥을 지어서 지국 형들을 먹여야 할 텐데, 오늘은 다들 굶겠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해도 바닥에 안 떨어졌기에 숱한 생각을 더 했고, 바닥에 쿵 짛고서 한 시간 넘게 넋을 잃다가 일어났단다. 그러나 나를 친 뺑소니는 떠났고, 나는 온몸에 멍이 들고 붓고 결린 채 달포를 겨우 버티며 새뜸나름이로 일했다. 달포쯤 지나니 아프고 결리고 부은 데가 가라앉았다. 새뜸(신문)은 날마다 날라야 하는데 어찌 돌봄터(병원)에 가겠는가. 게다가 돈도 없다. 그 뒤로 뺑소니를 두 판 더 겪었고, 한 판은 시골 논둑길에서 미끄러졌다. 내 무릎은 넉 판에 걸쳐 으스러지듯 깨졌다. 그렇지만 집까지 어찌저찌 망가진 두바퀴를 끌고 돌아와서 드러누웠고, 끙끙 앓으며 몸을 추슬렀다. 망가진 무릎은 마흔두 살 무렵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그 뒤로는 무릎앓이가 없더라. 이러다 쉰 살을 앞두고 왼무릎이 다시 붓고 앓는다. 보름 즈음 실컷 무릎앓이를 하면서도, 바깥일을 다니고, 두바퀴를 타고, 등짐을 짊어지고서 걷는다. 이러다 보면 집으로 돌아와서 끙끙하다가 곯아떨어진다. 밤새 별을 본다. 그야말로 온누리 숱한 별이 찾아와서 묻는다. “너도 참 바보로구나!” “이그, 이게 뭔 꼴이래?” “하하하, 넌 왜 이렇게 사니?” “아프면 일을 하지 말고 누워서 쉬어야지. 왜 안 쉬니?” 별빛이 들려주거나 탓하거나 나무라는 말을 실컷 듣고서 대꾸한다. “고마워. 다 그렇게 할 까닭이 있다고 느껴. 그리고 이렇게 앓기에 한결 튼튼하게 허물벗기를 하는구나 싶어. 난 아직 애벌레이잖니.” 왼무릎도 오른무릎도 살살 쓰다듬고 토닥인다.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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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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