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7. 골짜기 (2013.7.12.)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골짝물은 아이가 몸을 폭 담그기에 꼭 알맞을 만하다. 어른이라면 무릎도 안 잠기는 골짝물이지만, 늘 졸졸 노래하며 흐르는 골짝물은 사랑스럽도록 시원하다. 아이들 몸을 적시고, 돌을 적시며, 숲과 들을 적시는 골짝물이 흐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시골아이 6. 길에서 (2013.7.12.)
사름벼리야, 네 아버지는 네가 다니는 길만 생각하지, 다른 아이가 이런 길 저런 길 어찌 다닐까 하는 생각은 안 해. 사름벼리 네가 숲길을 걷든 들길을 걷든 늘 네 모습을 바라볼 뿐이야. 너는 네 앞만 보면서 걷지. 그래, 그 걸음걸이가 옳고 맞으면서 곱단다. 그대로 걸어가렴. 고스란히 너한테 가장 아름다운 푸른 숨결 마시며 씩씩하게 걸어가렴. ㅎㄲㅅㄱ
시골아이 5. 잠자리춤 (2013.7.24.)
사름벼리가 갑자기 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꼬면서 춤을 춘다. 응? 뭐 하니? 가만히 지켜보니까 밀잠자리가 이리저리 날기에, 밀잠자리 따라서 이렇게 몸을 비틀고 저렇게 몸을 비튼다. 밀잠자리가 저쪽으로 가면 저쪽으로 갔다가, 잠자리가 홱 날개를 틀어 요쪽으로 오면 또 요쪽으로 사름벼리도 몸을 틀면서 뛰어논다. ㅎㄲㅅㄱ
시골아이 4. 집으로 (2013.7.17.)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서 나올 적에도 들과 숲과 멧자락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들과 숲과 멧자락을 봅니다. 오며 가며 보는 대로 마음으로 스밉니다. 오는 동안 가는 동안 마음마다 새로운 빛깔이 젖어듭니다. 어른들이 시멘트집과 아스팔트길 심으면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볼 테고, 어른들이 풀을 돌보고 나무를 심으면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볼 테지요. 어른들 스스로 가꾸는 모습이 어른들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 되고, 아이들이 날마다 마주하는 삶이 됩니다. ㅎㄲㅅㄱ
시골아이 3. 구름빛 (2013.7.17.)
아이들은 날이 흐리건 맑건 씩씩하게 달립니다. 아이들은 흙길이건 시멘트길이건 개구지게 달립니다. 아이들은 시골이건 도시이건 기쁘게 달립니다. 아이 앞에 거칠 것이나 거리낄 것이란 없습니다. 마음에 하늘 담으며 즐겁고, 꿈에 구름 실으며 홀가분합니다. 다시 마음에 풀밭 담으며 즐겁고, 새삼스레 꿈에 나무 한 그루 실으니 홀가분해요. 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