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7. 가을들 곁에서 (2013.9.9.)

 


  가을들 곁에서 달린다. 봄에는 봄들 곁에서 달렸다. 여름에는 여름들 곁에서 달렸지. 겨울에는? 겨울에는 겨울들 곁에서 달릴 테야.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씩씩하게 콩콩 달릴 테야. 시멘트 밑에 깔린 지구별 흙을 느끼고, 가을날 무르익는 나락내음 맡으면서, 하늘숨 마시며 신나게 달리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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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6. 두 고무신 (2013.9.10.)

 


  아이들이 이불놀이를 한다. 작은아이가 오줌을 쌌기에 말리는 이불 사이로 파고든 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면서 논다.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인다. 여섯 살 아이도 세 살 아이도 발놀림이 재다. 작은아이는 하얀 고무신이고, 큰아이는 노란 고무신이다. 발을 가볍게 놀린다. 얇은 고무신 바닥으로 땅바닥을 물씬 느낀다. 풀빛을 닮은 고무신이나 석류빛 닮은 고무신도 있으면 참 예쁘겠다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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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5. 논물 밟기 (2013.8.30.)

 


  논에서 흘러넘치는 물이 길을 타고 흐른다. 마을 어귀에 자동차 다니는 길 뚫린 지 그리 오래지 않다고 들었다. 서른 해나 쉰 해쯤 앞서를 헤아리면 고만고만한 흙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길을 타고 논물이 흐르지 않았으리라. 바로 이어지는 다른 논으로 물줄기 이어졌겠지. 예전 아이들은 도랑물에서 물놀이 즐겼으리라 생각한다. 도랑에서 가재 잡고 미꾸라지 만지면서 하루를 누렸으리라 본다. 이제는 찻길을 타고 흐르는 논물을 찰방찰방 밟으면서 논다. 그런데 얘들아, 그 논물 함부로 밟지는 말자. 논물은 우리 마을 뒤쪽을 포근히 감싸는 천등산부터 흘러내려온 물이기는 하지만, 논마다 농약 잔뜩 뿌려서, 그 논물에는 농약이 함께 흐른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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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4. 대문을 타다 (2013.7.24.)

 


  수레를 붙인 자전거를 마당에서 고샅으로 끌어내려고 대문을 활짝 연다. 큰아이가 대문을 열겠다고 하더니 살짝 대문 한쪽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장난 삼아 올라탔을 테지만, 이내 대단히 재미난 놀이라고 느낀 듯하다. 곧 동생을 부른다. 동생한테 함께 대문놀이를 하자고 얘기한다. 조용히 여름바람 불고, 두 아이 웃음소리가 저 먼 멧자락까지 퍼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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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3. 평상에서 소리상자 (2013.8.1.)

 


  어머니 공부하는 방에서 ‘소리상자’를 찾아내어 돌리는 큰아이. 너 그거 돌리면 소리 나는 줄 어떻게 알았니? 동생이 낮잠을 자는데 마루에서 소리상자를 돌리다가, 벼리야 동생 자니 마당에서 놀렴, 하고 말하니 평상에 맨발로 올라서서 소리상자를 살살 돌리면서 천천히 바람소리 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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