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37. 다슬기 구경 (2013.12.22.)

 


  빨래터 물이끼를 치우기 앞서 다슬기를 건진다. 아마 예전에는 다슬기가 퍽 많았을 테니, 다슬기를 주워 삶은 뒤 쪽쪽 빨아서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새는 도랑이나 냇물에서 다슬기를 줍기 꽤 힘들리라 느낀다. 다슬기가 살아남을 만한 자리가 거의 다 사라졌으니까.


  빨래터 다슬기를 건져 바가지에 옮긴다. 큰아이와 함께 손으로 하나하나 잡아서 옮긴다. 다 옮긴 뒤에 비로소 빨래터를 치운다. 빨래터를 다 치우고 나서 다슬기를 다시 빨래터로 옮겨 놓는다. 다슬기로서는 물이끼가 많아야 먹이도 많을 테지만, 물이끼는 곧 다시 생긴단다.


  빨래터 바닥에서 다슬기를 처음 건질 적에는 단단한 집만 있는 모양새였는데, 바가지로 옮기고 보니 저마다 꼬물꼬물 발을 내밀며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다슬기 발을 보고, 움직임을 보며 한참 이 모습에 사로잡힌다. 빨래터 치우기를 마친 뒤에도 고개를 처박고 한참 다슬기를 바라본다. 벼리야, 보라야, 이 작은 목숨들도 우리 이웃이고, 우리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벗님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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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6. 빈논에 서며 (2013.12.10.)

 


  아이들더러 빈논에 들어가서 달려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는 내 마음을 읽었을까. 아이들이 이 시골에서 흙과 풀과 나무와 꽃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과 해와 숲과 바다와 무지개와 미리내를 실컷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었을까. 굳이 아이들더러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조용하며 예쁜 보금자리 되도록 가꾸면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시골빛 뽐내는 시골아이로 지낸다. 아이들은 저마다 시골숨 마시는 시골살이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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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5. 바람 맞는 겨울 걷기 (2013.12.9.)

 


  바람이 휭휭 부는 겨울날, 아이들이 집안에서 콩콩거리며 뛰기에 얘들아 우리 바람 쐬러 나가자, 하고 부른다. 아이들은 그래? 하면서 양말을 꿰고 옷 갖춰 입느라 부산하다. 바람이 꽤 세다. 여섯 살 큰아이는 문득 “나 다섯 살 때에 바람이 불어서 날아갈 뻔했어.” 하고 말한다. 음, 여섯 살에는 안 날아갈 만하니? 여섯 살 아이도 세 살 아이도 겨울바람 싱싱 맞으며 볼과 손이 차갑게 얼지만, 씩씩하게 걷는다. 바람이란 이렇고, 아직 한겨울 아니라 이만 한 바람 아무것 아니야. 한동안 바람 맞고 걷던 아이들은 곧 이리저리 달리면서 잡기놀이를 한다. 밖에서 걷고 보니 바람에도 익숙할 만하겠지. 겨울에 더 씩씩하게 바람맞이 하면서 놀아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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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12-11 09:33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고 '바람이 쌩쌩 부는 풍경'을 기대했는데, 아이들 옷차림만 겨울이지 따뜻한 봄날처럼 느껴지는 사진이라 너무 뜻밖이에요. ㅎㅎ

숲노래 2013-12-11 09:54   좋아요 0 | URL
붉게 시드는 풀잎이
어쩌면 찬빛보다는 외려 포근한 느낌이 들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봄에는 푸릇푸릇 돋아나지요~~
 

시골아이 34. 눈아, 반갑구나 (2013.11.28.)

 


  눈이 오락가락하는 날, 두 아이는 마당에 나가서 눈 맞고 뛰놀다가 집으로 들어오기를 되풀이한다. 눈이 떨어지면 마당으로 나가고, 눈이 그치면 집으로 들어온다. 눈이 떨어지면 서로 소리를 지르며 마당을 달린다. 눈이 그치면 잘 놀았다며 집으로 들어온다. 포근한 남녘땅에서는 눈발 날린다 한들 땅에 닿기 무섭게 녹지만, 이렇게 하늘하늘 흩뿌리는 조그마한 눈발로도 아이들은 신이 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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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3. 호미돌이 되어 (2013.11.23.)

 


  호미를 들고 널판 콕콕 찍던 작은아이가 아버지 눈에 뜨인다. 어라, 아버지가 나를 지켜보았네? 멋쩍게 웃고는 호미를 어깨 위로 올리며 가만히 섰다가 슬금슬금 흙땅으로 걸음을 옮긴다. 늘 파며 노는 마당 한쪽을 호미로 콕콕 찍는다. 그래그래, 호미로 나무를 찍지는 말자. 호미로 널판이나 평상을 찍지는 말자. 호미는 풀을 콕콕 쪼아서 잘게 부수는 연장이란다. 흙을 파야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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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25 11:23   좋아요 0 | URL
아유~^^ 순하고 예쁜 호미돌이 보라!
치마돌이 보라! ㅎㅎㅎ

숲노래 2013-11-25 11:47   좋아요 0 | URL
누나 옷을 물려받으니 치마돌이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