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22. 저녁빛살과 나란히 (2013.10.4.)

 


  저녁빛살이 드리운다. 가을 저녁빛살은 여름 저녁빛살과 다르다. 봄 저녁빛살하고도 다르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이제 풀밭 걷기에 익숙하다. 풀이 껑충 자라 아이들 키를 넘어서도 씩씩하게 걷고, 까르르 웃으며 헤쳐 나간다. 이 풀빛이 바로 너희들을 푸르게 돌보아 준단다. 이 풀내음이 바로 우리 모두를 먹여살린단다. 이 풀바람이 지구별을 곱게 보듬어 준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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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1. 대문 앞에서 (2013.10.5.)

 


  자전거마실 나가기 앞서 대문을 연다. 대문을 열어야 샛자전거와 수레 붙인 긴 자전거를 밖으로 내놓을 수 있다. 대문을 열면 아이들이 먼저 대문 밖으로 나온다. 큰아이는 집부터 마당을 거쳐 대문 앞으로 나오기까지 춤을 춘다. 춤을 멈추지 않으면서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고,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누나가 하는 양을 따라하거나 꽁무니를 좇는다. 우리 집 앞 논은 아직 더 익어야 벨 수 있겠네. 가을바람 듬뿍 마시며 나들이를 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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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0. 논 품에 안겨 (2013.9.25.)

 


  여섯 살 시골아이는 혼자서 척척 해낼 줄 안다. 동생을 데리고 제법 멀리까지 다녀올 수 있고, 짐을 들고 나르는 심부름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느린 동생하고 발을 맞추어 다니기도 하지만, 넘치는 기운을 쏟으려고 저 먼 앞까지 혼자 다부지게 달려갔다가 돌아오기를 되풀이하곤 한다. 어느덧 논 품에 안길 만큼 멀리 달려간 아이를 가물가물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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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9. 냇물고기와 함께 (2013.9.27.)

 


  아이와 시골에서 살아가며 들마실이나 숲마실 다닐 수 있어 늘 즐겁다. 아이들도 즐거울 테지만, 어버이인 나부터 몹시 즐겁다. 들바람과 숲바람을 마시며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스스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돌볼 수 있는가를 깨닫는다.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멧자락 골짜기로 가자면 온통 땀투성이 되지만, 시원스런 골짝물에 발과 몸을 담그며 어린 냇물고기 노는 모습 지켜보면 다른 어느 것도 마음밭에 끼어들지 못한다. 냇물고기 입맞춤을 살결로 느끼고, 냇물고기 헤엄질을 가만히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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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8. 샛자전거에서 (2013.9.25.)

 


  시골에서 자전거를 누리기 때문에 무척 조용하면서 한갓지다. 시골이더라도 읍내나 면내라면 자동차가 제법 많지만, 우리 시골집은 큰길에서 한참 꺾인 데에 있기에, 이곳을 드나드는 자동차는 무척 드물다. 나도 아이도 시골바람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는 느긋하게 바람을 쐬고 하늘바라기를 하며 들바라기를 하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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