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10 - 완결
오시미 슈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죽을 수 없는 길에 선다면



《해피니스 10》

 오시미 슈조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1.25.



  《해피니스 10》(오시미 슈조/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끝까지 읽어낸 이웃님이 있다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악의 꽃》이나 《피의 흔적》을 끝까지 읽어내는 이웃님도 대단하다고 여겨요. 다만 《나는 마리 안에》는 우리말로는 석걸음에서 멈추고 아홉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까지 더는 못 나오는데, 아직 이 얘기를 이 나라 틀에서 맞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악의 꽃》조차 매우 힘겹거나 거북하게 여길 이 나라 틀이지 않을까요? 《피의 흔적》은 도무지 못 받아들일 수 있고, 《해피니스》를 열걸음까지 읽어내는 동안 머리가 핑핑 돈다고 여길는지 몰라요.


  그러나 오시미 슈조 님이 그려내는 그림꽃은 모두 우리 모습입니다. 감추려 하지만 감출 수 없고, 아닌 척하지만 아닐 수 없는 모습이에요. 지난 2020년 7월 6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예전 서울시장이 ‘더듬질·응큼질(성추행)’을 했다고 2021년 1월 26일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나라에서 밝혔습니다만, 더듬질이나 응큼질을 한 서울시장이 죽고 나서 서울시 살림돈으로 치른 큰마당이라든지, 더듬질이나 응큼질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 빈자리를 채우려고 이다음에 또 나서려고(선거 출마) 하는 몸짓이란 《해피니스》나 《악의 꽃》이나 《피의 흔적》에 나오는 ‘어른들’ 모습하고 똑같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무릎꿇고 빌고서 값을 치르면 됩니다. 돈을 물어야 하면 돈을 물고, 사슬터(감옥)에 가야 하면 사슬터에 가야지요. 삼성이란 일터를 이끄는 꼭두지기가 사슬터에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삼성한테서 뒷돈을 안 받은 벼슬아치(정치꾼)가 있을까요? 삼성뿐 아니라 숱한 큰일터 꼭두지기한테서 다들 뒷돈을 잘만 받아먹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왜 사슬터에 같이 안 들어가지요?


  바른길을 걷겠다고 하던 정의당 꼭두지기나 녹색당 일꾼도 더듬질이나 응큼질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만, 그이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왜 그들은 스스로 경찰서에 가지 않을까요? 왜 그들은 그저 벼슬자리에서 한발만 빼고서 사슬터로 곧장 달려가지 않을까요? 잘못한 값을 치르고, 달게 마음을 씻고, 앞으로 새사람으로 거듭나면서, 흙살림을 짓고 조용히 이웃을 사랑하는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그림꽃책 《해피니스》는 ‘죽음하고 삶 사이에 잇는 길’을 줄거리로 잡습니다. 죽음길하고 삶길 사이에서 사람들 몰래 뒷짓을 하는 어른들 몸짓을 곁들입니다. 죽음길하고 삶길을 잇는 동안 수수한 자리에서 사랑꽃을 지피고 싶은 낮고 작은 어버이 마음을 나란히 그립니다.


  차분히 보면 좋겠어요. 민낯을 감추지 않기를 바라요. 허울을 씌우거나 껍데기를 꾸미는 데에 품을 빼앗기지 말아요. 언제나 우리 마음결을 오롯이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가기를 바라요. 사랑이기에 삶입니다. 사랑이기에 사람입니다. 사랑이기에 살림입니다. 사랑이 없이 벼슬자리를 거머쥐거나 돈을 움켜쥐거나 이름을 붙잡는 모든 껍데기는 이제 물러나야 합니다.


ㅅㄴㄹ


“고마워, 오카자키. 이 녀석을 죽여 줘서.” (21쪽)


“아아, 사라진다. 사라져 가. 내가. 죽는다. 죽을 수 있어, 나.” (22∼23쪽)


“난, 이젠 고쇼랑 함께 돌아갈 수 없어. 고쇼에겐, 고쇼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아?” (50쪽)


“너무해요, 오카자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쇼. 고쇼가 가르쳐 줬잖아. 머리가 복잡할 땐 하늘을 보라고. 하늘을 보면 고쇼가 생각나. 그러니 고쇼도 날 떠올려 줘.… (56∼57쪽)


“생일 축하한다. 마코토.”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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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押見修造 #ハピネ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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