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지음 / 텀블러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제비꽃내음을 맡고 싶으면


《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4.30.



  《스미레 팡파레 1》(마츠시마 나오코/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를 읽고서 뒷걸음을 살피니, 우리말로는 넉걸음까지 나오고, 일본말로는 여섯걸음까지 나왔습니다. 그림꽃님은 다론 그림꽃은 안 그리고 오직 이 하나, 《스미레 팡파레》 여섯걸음만 그렸더군요.


  이 그림꽃은 어버이한테서 ‘제비꽃(스미레)’이란 이름을 받은 아이가 어린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꽃님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고, 스스로 살아온 이야기일 수 있으며, 누이나 동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를 담아내었더라도 삶이 어떻게 봄날 제비꽃처럼 피어나는가 하는 대목을 짚어요.


  제비꽃을 일부러 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드뭅니다. 제비꽃을 보려고 봄마실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좀처럼 못 만납니다.


  제비꽃은 개미가 가장 많이 심는다고들 하지만, 제비꽃 스스로 훨씬 많이 퍼뜨리고, 제비꽃하고 한또래인 나즈막한 봄들꽃을 사랑하는 아이들 손길이 꽤나 많이 심습니다.


  바쁘게 치달리는 어른이라면 제비꽃을 들여다볼 틈이 없어요. 자, 제비꽃은 으레 한켠이나 귀퉁이에 돋거든요. 큰고장 골목길에도 피어나고 번지는 제비꽃인데, 바쁘게 걸어도 못 보지만, 아침저녁으로 씽씽이(자동차)를 달린다면 아예 생각조차 못하기 마련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어린이로서 어린이답게 하루를 보냅니다. 어른스레 굴지 않아요. 그저 어린이로서 꿈을 키우고, 사랑을 그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잘난 구석이 없다시피 하지만, 스스로 아끼고 돌보는 길을 스스로 익히면서 웃을 줄 압니다. 하루를 그리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사랑하는 생각을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에 옮길 줄 알아요.


  이 어린이가 자주 읊는 말 하나는 ‘빛(선물)’입니다. 눈부신 빛살에 스미고 싶습니다. 눈부시지 않더라도 스스로 빛을 건네고 싶습니다. 빛을 잃은 이웃이나 동무한테 다가가서 맑게 웃음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비꽃내음을 맡으려면 땅바닥에 엉덩이를 털썩 붙이고 앉으면 됩니다. 제비꽃빛을 보려면 땅바닥에 납죽 엎드리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제비꽃이랑 동무가 되려면 맨손에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바람 한 줄기를 마시면 됩니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봄꽃이며 제비꽃이 돋습니다. 굳이 눈여겨보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는 상냥한 눈길로 발걸음을 멈추면 되어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기에 서로 꽃빛이 됩니다.


ㅅㄴㄹ


“아빠는 건강해요?” “응, 건강하셔.” “머리는 길어요?” “응, 여전해.” “살쪘어요, 말랐어요?” “좀 말랐나.” “지금도 멋있어요?” “응, 멋있어.” “저 잊어버리진 않았어요?” (31쪽)


“뭔가 알 것 같기 전에는 진짜 모르겠어. 하지만 그 뒤에 꼭 알게 되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59쪽)


“실은 저, 소,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쓸쓸하다든가 하는 슬픈 감정은, 소설가가 되려는 저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일지도, 요.” (71쪽)


“나도 저 빛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니까 전 지금 굉장히 즐거워요! 그 속에 있다니 정말 기뻐요!” (115쪽)


“게다가 이 팀은 메뉴 계획서랑 다르게 주먹밥을 만들었구나. 이건 감정 대상이야.” “감점이니 실격 같은 얘긴 그만하세요. 애초에, 감사의 마음을 아이들이 경쟁하게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요!” (140쪽)


“죄송해요. 실격해도 좋아요. 하지만 2분만 더 만들게 해주세요.” (140쪽)


“누구한테 선물할 거면 난 한 송이를 추천할게.”“왜요?” “한 송이는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 나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할 땐 꼭 한 송이만 해.”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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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島直子 #すみれファンファー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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