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24. 나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부산에서 사흘을 보내고서 고흥으로 돌아와서 등허리를 하루 폈는데, 이튿날 곧장 부천을 다녀옵니다. 봄맞이(입춘)가 코앞이니 볕을 느긋이 누리면서 시외버스에서 알맞게 쉬고 하루글을 쓰자고 여기면서 슥 움직였습니다. 시골내기는 어디를 다녀와도 길에서 하루를 통째로 씁니다. 뚜벅이는 더더욱 길에서 오래 보냅니다. ‘시골 뚜벅이’라면 몇 곱절 길살이를 하는 나그네입니다.


  가을이 저물며 겨울로 갈 즈음 17℃하고, 겨울이 저물며 봄으로 가는 17℃는 다릅니다. 한겨울이면 11∼13℃ 언저리인 우리 시골집인데, 엊저녁은 17℃까지 풀립니다. 둘레에서 보자면 참 춥게도 산다고 여길 만하지만, 겨울에 11∼17℃로 지내노라면, 때로는 1∼9℃ 사이인 집에서 지내노라면, 우리 몸은 이러한 날씨에 맞추어 튼튼하게 바뀝니다.


  여름도 조금 덥다 싶을 만한 집을 건사한다면, 우리 몸은 여름에도 튼튼몸으로 바뀌어요. 조금 떨어야 튼튼겨울이고, 조금 땀흘려야 튼튼여름입니다. 뚜벅이로 시골에서 지내기에 손에는 붓과 종이를 쥐고서, 눈으로 새와 하늘과 들숲메를 바라봅니다. 언제나 온갖 나루(터미널·역)를 거칩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목인 ‘나루’를 오가면서 생각합니다. 손수 쇳덩이(자가용)를 몬다면 나루에 들를 일이 그야말로 없겠지요. 버스나루도 기차나루도 안 들르는 몸이라면 몸소 짐을 나를 일이 없을 테며, 이웃이 어떻게 지내는지 까맣게 모르게 마련입니다.


  모든 빠른길은 이 큰고장과 저 서울을 잇는데, 쇳덩이를 손수 몰 적에는 집과 저곳 사이만 바라보고 오가느라, 나루는커녕 이웃집을 아예 잊습니다. 우리가 손에 쥐어 읽는 책은 ‘나루’이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고, 이 사람이 지은 살림과 우리가 일구는 살림을 잇는 ‘나루’ 노릇을 하는 책이지 않을까요?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넋과 마을과 숨결과 눈빛을 잃는 채,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정보)만 채우면서 늙어가지 않을까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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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노래하기

(우리말로 시쓰기)


2025.1.22. 16시.

경기 부천 '용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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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17. 한 톨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낱말책 하나를 마무리를 지어서 “이제 더 뒤를 돌아보지 말자” 하고 여기기까지 한참 걸립니다. 짧아도 몇 달이고 으레 여러 해입니다. 지난해 봄에 매듭을 짓고서 내려 하던 《말밑 꾸러미》를 저녁에 비로소 여섯벌손질을 마쳤습니다. 밤새 숨을 돌리고서 이튿날 새벽에 다시 들춘 뒤에 펴냄터로 띄우려고 합니다.


  이 낱말 이야기를 더 담고 싶은데 하고 내내 생각했지만, 이런 생각을 지우기로 하면서 《낱말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낱말 이야기》를 매듭짓자면 또 여러 해가 흐를 만합니다. 이 여러 해란 얼핏 보면 길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며 지나노라면 아무것이 아닙니다. 그저 씨앗 한 톨입니다.


  모든 책은 씨앗 한 톨입니다. 책 한 자락은 나무가 아닌 씨앗입니다. 한 사람이건 여러 사람이건 저마다 일군 살림을 조그마한 꾸러미로 모으는 씨앗입니다. 이 씨앗을 품어서 잇는 책집과 책숲은 ‘밭’이라 할 테고, 책집과 책숲을 품은 “작은 살림집이 모인 마을”이 비로소 ‘숲’입니다.


  새해 첫머리에 매듭지을 일은 아직 더 있는데, 설을 앞두고 차근차근 추스르려고 합니다. 저한테는 다리가 둘이라, 두 다리를 갈마들며 나아갑니다. 저한테는 팔이 둘이니, 두 팔을 나란히 흔들면서 바람을 타려고 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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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12. 그냥은 없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언제부터 등짐을 이토록 지며 살았나 하고 문득 돌아보니 여덟 살부터입니다. 요즈음 어린이는 빈몸으로 다니곤 하지만, 예전 어린이는 책가방이 대단히 무거웠고, 두 손에는 배움터에 내는 헌것(폐품)이라든지 짐(숙제)에 챙길거리(준비물)이 그득했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그 많은 살림을 다 집에서 배움터까지 낑낑대며 날라야 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푸른배움터 책가방은 두어 곱으로 무거웠습니다. 이태 남짓 다니고 그만둔 대학교에서도 저는 늘 책으로 가득한 등짐을 이고 졌습니다. 혼자 살아갈 적에도, 두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도, 언제나 등짐이 묵직했습니다. 싸움터(군대)에서도 언제나 등짐은 쇳덩이 같았습니다. 밤에 드디어 자리에 누울 적에만 등허리가 홀가분했으니, 이 몸이 얼마나 애썼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등허리가 욱씬거리거나 쑤신 채 마흔 해 남짓 살았는데, 올해 들어 열흘쯤 눕지도 서지도 않지도 걷지도 못 하는 찌릿한 등허리로 보냅니다. 말 그대로 어떻게 있든 등허리가 쑤시고 결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나날입니다. 용케 열흘 즈음 접어들자 조금씩 풀리니, 제법 풀리면 다시 저잣마실을 가야지요.


  결리고 쑤시고 아픈 등허리에 눈물을 찔끔대면서 고요히 돌아보았어요. 저는 서른아홉 살 때까지 숨을 제대로 못 쉬었습니다. 코머거리인 몸이거든요. 서른아홉 살에 비로소 숨쉬기를 처음부터 새로 배우면서 이제는 숨을 걱정없이 쉰 지 고작 열 해째를 넘어섭니다. 그냥 쉬는 숨이 없듯, 그냥 쓰는 등허리란 없어요. 이 등허리가 여태 책짐을 얼마나 많이 실어날랐고, 아이들을 얼마나 실컷 업고 살았는지 잊었다고 깨닫습니다.


  들숨날숨이 늘 고맙듯, 팔다리에 등허리에 온몸이 다 고맙습니다. 늘 입에 달고 사는 “고맙습니다”인데, 정작 스스로 제 몸한테는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안 했다고 뉘우칩니다. 등허리님 고맙습니다. 손발가락님 고맙습니다. 뒷꿈치와 종아리와 정강이 모두 고맙습니다. 눈코귀입 모두 고맙고, 머리카락님 고맙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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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4. 거닐며 본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벽바람으로 고흥에서 길을 나섭니다. 바깥일을 보러 움직일 적에는 오늘은 얼마나 멀리 다녀오는가 하고 문득 느끼되, 이내 마음을 바꿉니다. 두 어깨에 가로지른 네 가지 꾸러미에 담은 갖은 글꾸러미에 어떤 이야기를 차곡차곡 새로 적으면서 어떤 이웃을 만나서 어떤 노래를 건네면서 함께 즐거우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저는 마음을 읽으려 할 뿐, 느낌(감정)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온누리 숱한 이웃은 마음보다는 느낌에 퍽 얽매입니다. 저도 느낌을 다 내려놓지 않았기에 느낌에도 마음을 쓸 테고요. 그래서 이 모든 마음과 느낌을 글줄로 옮겨서 척척 노래로 여밉니다.


  마음노래를 쓰고, 살림노래를 쓰고, 사랑노래를 쓰고, 들숲노래를 쓰고, 한글노래를 쓰고, 말꽃노래를 쓰고, 하루노래를 쓰고, 시골노래를 쓰고, 밥풀노래를 쓰고, 풀꽃노래를 쓰고, 글꽃노래를 쓰고, 사람노래를 쓰고, 숲빛노래를 쓰고,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노래를 씁니다.


  새벽에는 시골에서 논두렁부터 걷습니다. 논두렁을 거닐며 하늘을 훅 아우릅니다. 한겨울에 옅노랗게 시드는 논배미를 물끄러미 돌아보다가 시골버스를 탑니다. 마지막으로 시골 어귀 커다란 느티나무를 눈에 담는데, 이제부터 읍내를 거쳐 서울로 갈아타는 시외버스까지는 들숲하늘이 가로막힙니다. 서울 복작마을(센트럴시티)에 내려서 부천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사람바다입니다.


  들숲바다가 아닌 사람바다가 나쁠 일은 없는데, 서울과 서울곁은 사람이 지나치게 몰립니다. 서울이며 서울곁에 몰린 사람 가운데 9/10이 이곳을 떠나서 온나라 골골샅샅에 깃들 적에 비로소 이 나라가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리라 봅니다. 이대로 내달리는 서울나라일 적에는 우두머리 몇 놈을 끌어내려서 사슬터로 보낸들 하나도 안 바뀝니다. 우두머리 몇 놈뿐 아니라, 우두머리 곁에 있는 ‘꼬마우두머리’에 여러 벼슬아치도 나란히 골칫거리인걸요.


  새벽부터 낮에 이르기까지 길에서 얼추 아홉 시간을 말없이 노래를 들으며 노래를 쓰다가 부천 〈용서점〉에 닿습니다. 가볍게 함께 노래쓰기를 하고서 길손집으로 걸어가고, 저녁거리를 사러 가게를 다녀오려고 걷습니다. 별을 가로막은 가게불빛에 잠긴 순이돌이가 왁자지껄 떠들며 술담배를 하는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술 한 모금을 하기 앞서 별바라기를 한나절 한다면 이곳이 아름답겠지요. 담배 한 모금을 하기 앞서 해바라기를 한나절 한다면 이곳이 사랑스럽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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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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