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9.29. 눈으로 봐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눈으로 보아도 모른다면 아주 모릅니다. 눈으로 안 보아도 안다면, 눈으로 보면 안팎을 아우르면서 알 테지요. 부산에서 사흘에 걸쳐 쉬잖고 이야기밭을 함께 일구었습니다. 둘레에서는 ‘강의·강좌’나 ‘수업’ 같은 한자말을 쓰는데, ‘강의·강좌’는 한쪽에서 들려주는 말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수업’이라면 으레 길잡이 혼자 떠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길잡이와 배움이가 함께 말하고 생각하고 나누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야기’라는 낱말로 자리를 꾸립니다.


  우리말 ‘이야기 = 잇는 길’을 가리켜요. 말과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새롭게 잇기에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야기꽃을 편다면, 서로 생각을 꽃으로 피울 말씨와 꿈씨를 심는 자리인 셈입니다. 이야기밭을 일군다면, 여태까지 서로 생각하며 살아오고 살림한 하루를 차곡차곡 손수 돌보는 마음을 나누는 셈입니다.


  눈으로 보아도 뻔히 읽고 알았지만, 막상 몸으로 제대로 못 옮기던 일살림을 되짚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늘 보기는 했지만, 정작 못 알아차리거나 지나치거나 잊던 일거리를 다시 짚으면서 헤아립니다.


  어렵게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린이 곁에서 살림하는 어른이라는 마음으로 말하면 넉넉합니다. 일부러 쉽게 고치거나 바꾸려고 하면 더 어렵고 까다롭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어린이 곁에서 말할 적에 “어린이한테 쉽거나 낯익은 말”이란 아예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모든 말이 낯설고 새롭습니다. 어린이한테는 모든 말이 스스로 맞아들이고 받아들여서 익힐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처음으로 들으면서 “그냥 외워야 할 말”이 아닌, “처음 들은 날부터 이모저모 엮고 여미고 짜고 묶으면서 생각을 빛낼 씨앗인 말”을 가려서 할 노릇이에요. 우리가 일본말이나 미국말을 배워서 말(회화)을 펴려고 할 적에는 1만 이나 5만이나 10만에 이르는 낱말을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300∼500 즈음인 밑말(기본어휘)을 익히면 얼마든지 일본말이나 미국말로도 말을 나눌 수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이거든요. 우리말을 나눌 적에도 ‘밑말’을 자주 쓰면 됩니다.


  언제나 밑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펴고, 이 밑말을 요모조모 엮어서 새말을 짓는 셈입니다. ‘새말’이라는 낱말은 이제 겨우 국립국어원 낱말책에도 실렸습니다만, ‘새 + 말’인 얼개예요. 국립국어원은 ‘새말’은 겨우 실었으나 ‘새책’은 아직 못 실어요. 새로 나온 책이니 그저 ‘새책’일 뿐이에요. 여러 사람 손을 거쳤으니 ‘손길책’이자 ‘헌책’입니다. 서울에서 사니 ‘서울사람’입니다. 시골에 있으니 ‘시골집’입니다. 숲빛을 담으니 ‘숲말’이고, 스스로 삶과 생각을 살릴 뿐 아니라, 살림하는 이야기를 담기에 ‘살림글’입니다.


  눈으로 보면서 차근차근 가꾸려는 마음이라면, 모든 어른은 어질게 어린이 곁에 섭니다. 눈으로 보면서 차곡차곡 노래하는 마음이라면, 모든 아이는 언제나 어른 곁에서 활짝 웃으면서 소꿉놀이를 즐깁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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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9.21. 서른걸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가을에 책 한 자락을 새로 선보입니다. 《말밑 꾸러미》나 《우리말과 문해력》이 아닌,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라는 이름을 붙인 꾸러미입니다. 책이름이 조금 깁니다. 여태 이렇게 긴 이름으로 책을 낸 적이 없습니다만, 한 자락쯤 있을 만하리라 봅니다.


  꾸밈빛이 보내신 꾸러미를 들여다보면서 틀린글씨를 바로잡습니다. 빛꽃(사진)을 이모저모 보태자고 여쭙니다. 뒷글을 매듭짓습니다. 새로 선보이는 책은 10월에 태어날 듯싶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손질하고, 쉬다가 다시 손질하다가,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치우러 다녀오고서 더 손질하다가, 또 쉬다가, 새삼스레 손질합니다.


  1994년부터 2024년 사이에 쓴 멧더미 같은 글 사이에서 추렸습니다. 그때그때 남긴 글씨앗은 알맞게 싹을 틔울 날을 기다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애벌손질을 펴냄터로 넘겼으니 다시 느긋이 쉬고서 하루일을 새삼스레 붙잡으려고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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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9.5. 나한테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한테는 누가 이웃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담벼락을 맞댄 옆집이 이웃일까요? 나고자란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이웃일까요? 책숲이웃으로 지내는 숱한 사람들이 이름 그대로 이웃일까요? 내가 걸어가는 숲길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띄우는 사람이 이웃일까요?


  나한테는 새와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돌흙나무가 이웃이라고 여깁니다. 나한테는 뭇사람 누구나 “이웃 사이”에 있는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나한테는 풀벌레하고 벌나비가 이웃이요, 잠자리하고 매미가 이웃이며, 거미와 개구리와 구렁이가 이웃입니다. 나한테는 별과 바람과 바다가 이웃입니다. 나한테는 이 여러 이웃을 이웃으로 느끼는 누구나 이웃입니다.


  낫으로 풀을 쳐야 할 때가 있고, 나무를 땔감으로 삼거나 책걸상을 짜거나 종이로 바꿀 수 있어요. 그런데 나무를 여러 길로 다루거나 쓸 일이 아니라면, 모든 나무는 그곳에서 그대로 아름드리로 우거질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웃이거든요.


  이웃이란, 내가 선 이곳에서 잇는 숨결이라는 뜻입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기에 이웃입니다. 별이라는 이웃을 함께 바라보기에 이웃이요, 나비춤을 나란히 지켜볼 줄 알기에 이웃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사람은 누가 이웃인 줄 어질고 슬기롭고 참하게 알고 나누었다고 느낍니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누가 이웃인 줄 쓸쓸히 잊고 안쓰럽게 잃고 어리석게 등돌린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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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8.25. 이웃길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부산이웃님하고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늦은낮부터 느슨하게 달려서 고흥에 닿았습니다. 저는 우리 보금자리에 사흘 만에 돌아와서, 비로소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느긋하게 한밤을 보내었고, 부산이웃님은 아마 ‘고흥 발포 바닷가’에 깃든 ‘빅토리아호텔’에서 밤빛과 바다빛을 두루 품으면서 하루를 마무르겠지요.


  고흥 발포에 깃든 ‘빅토리아호텔’ 하루삯은 그리 안 쌉니다. 얼추 8만 원 언저리입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이만 한 길손집 하루삯이 3∼4만 원이라 여길 만하니 “뭔 시골에서 잠삯이 이리 비싸?” 하면서 놀라거나 도리도리할 만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헤아려 보기를 바라요.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하루삯 30만 원이나 100만 원이라 하더라도, 밤새 시끄럽게 오가는 쇳덩이(자동차) 소리가 넘칩니다. 길손집뿐 아니라 둘레가 너무 환해서 밤에 별 한 톨 못 봅니다.


  이와 달리 고흥 발포 바닷가 ‘빅토리아 호텔’은 일찌감치 ‘자잘한 불’은 다 꺼놓기에, 둘레가 그저 새카맣습니다. 광주청소년수련원이라는 쓰레기더미가 가까이에 갑자기 생긴 탓에 그쪽으로는 짜증스러이 시끄럽고 훤하지만, ‘빅토리아 호텔’ 둘레는 그저 고요하고 호젓한 밤바다에 밤하늘인데, 2024년 8월 25일 밤에는 하늘에 구름이 티끌조차도 없기에 미리내(은하수)가 반짝반짝 가로질러요.


  우리나라에서 멀리보기(망원경)가 없이 맨눈으로 미리내를 하염없이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밤에 별이 쏟아진다”고 하는 곳을 거의 다 가 보았습니다만, 전남 고흥만큼 별이 쏟아지는 곳은 없더군요. 강원 양구나 고성에서 가시울(DMZ) 가까운 곳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이라면 그곳에서도 밤하늘에 별이 많을 듯싶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가시울(DMZ)은 밤이면 불을 허벌나게 밝힙니다. 이른바 ‘경계근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원 양구 가시울에서 싸움살이(군대생활)를 했지만, 밤에 지킴이로 설 적에는 별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불빛이 너무 환하거든요.


  오롯이 밤별과 밤바다를 누리면서, 이 늦여름 끝자락에 풀벌레랑 소쩍새 노래가 어우러지는 밤을 누릴 수 있는 ‘8만 원 하루삯 길손집’은 오히려 값이 눅다고 여길 만합니다. 저는 늘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밤을 밤빛 그대로 바라보고 품으면서 “밤이란, 이렇게 별이 쏟아지면서 눈물이 샘솟는 꿈길이로구나!” 하고 깨달으시기를 바라요. “낮이란, 이렇게 끝없이 풀벌레랑 멧새가 노래하면서 온마음을 환히 틔우는 일살림이로구나!” 하고 알아차리시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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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4.7.17. 트럭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영어는 ‘트럭’이고, 우리말은 ‘짐차’입니다. 아니, 우리말로는 ‘짐수레’라 해도 어울립니다. 영어는 ‘카’도 ‘카트’도 나란한 얼거리입니다. 굳이 말을 어렵게 꼬거나 바깥말을 그냥그냥 끌어들이지는 않습니다. 영어에도 여러 바깥말이 스미고 녹아들었고, 우리말에도 여러 바깥말이 스미고 녹아들 만합니다.


  다만, 언제나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 나름대로 우리 살림살이를 나타낼 낱말이 있으면 우리말씨를 북돋우면 넉넉합니다. 우리 눈길로 우리 살림살이를 나타낼 낱말을 여밀 수 있으면 마음도 생각도 뜻도 꿈도 하루도 빛납니다.


  나비는 그저 ‘나비’이고, 하늘은 그저 ‘하늘’이고, 돌개바람은 그저 ‘돌개바람’입니다. 짐을 싣는 수레이면 ‘짐수레’입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면서 짐수레를 얼마나 거느려야 하는지 돌아보면서, 7월 17일 한낮에 고흥읍 한켠에서 〈우리말로 노래꽃〉 석걸음을 폈습니다. 벼락이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쪽글을 쓰고, 시골에서 굳이 부릉부릉 몰아야 하는지 살피면서 쪽글을 쓰고, 마지막으로 돌에 나란히 앉아서 돌빛과 구름빛을 헤아리면서 쪽글을 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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