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7. 흔들려


  무엇이 흔들리는데 걱정을 하니? 사진이 흔들렸다고? 사진에서 무엇이 흔들렸는데? 사진기를 쥔 손이 흔들렸다고? 사진기 단추를 너무 세게 눌러서 흔들렸다고? 아니면,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이나 눈길이 흔들렸다고? 아니면, 사진으로 담아내려는 삶이나 이야기를 가슴으로 느끼며 뭉클했기에 손끝이 덜덜 떨렸다고? 찍히는 사람이나 꽃이나 숲이나 집이 어떤 마음이나 결인가를 읽어서 담을 수 있으면 다 좋아. 어떤 마음이나 결인가를 읽지 못하는데, 흔들리지 않은 사진만 찍으면 하나도 안 좋아.


2017.12.25.달.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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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6. 겨울풀빛


  새봄에 돋는 들풀에 어리는 싱그러운 빛깔을 사랑하여 ‘봄풀빛’을 마음에 담는 사람이라면, 여름에 짙푸르게 뻗는 여름풀빛도 마음에 담겠지. 가을을 맞이해서 씨앗이나 열매를 맺느라 푸른 기운이 빠지면서 누런 기운으로, 다시 말해 흙빛으로 달라지는 가을풀빛도 마음에 담을 테고. 봄풀빛이랑 여름풀빛이랑 가을풀빛을 마음에 담은 사람이라면, 찬바람 싱싱 불면서 꽁꽁 얼어붙는 들이며 숲에서 싯누렇게 시들면서 저마다 다르게 흙빛을 닮은 겨울풀빛도 마음에 담을 수 있을 테고.


2017.12.17.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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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5. 플라스틱


  플라스틱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종이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꽃씨가 싹을 트고 줄기를 올리고 봉오리를 터뜨려서 이룬 꽃송이를 찍어도 꽃 사진이다. 눈물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고, 웃음꽃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꽃길을 찍어도 꽃 사진이고, 꽃이 시들고서 열매를 맺는 모습을 찍어도 꽃 사진이다. 스스로 꽃다운 마음이 되거나 몸짓이 되면서 찍어도 꽃 사진이다. 꽃노래를 부르니 꽃 사진이요, 꽃말을 사랑스레 속삭이니 꽃 사진이다.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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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4. 일흔 열다섯


  쉰 살 아줌마 나이에 사진기를 손에 쥐었고, 일흔 살 할머니 나이에 사진하고 글을 여민 책을 하나 내놓은 분을 사진이웃으로 둘 수 있는 나라는 얼마나 이쁜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다섯 살 아이 나이에 사진기를 손에 쥐고는, 열다섯 살 푸름이 나이에 사진하고 글을 엮은 책을 하나 내놓는 풋풋함을 사진벗으로 사귈 수 있다면 이 나라는 얼마나 멋스러울까 하고 문득 생각한다. 일흔 살 할머니하고 열다섯 살 푸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사진 이야기로 웃음꽃을 지필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이 태어날까 하고 신바람나는 생각을 해 본다.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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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 사진책 하나


  사진기는 덜 고급이어도 될 테지. 조금 눅은 장비나 기계를 쓰면서 사진책 하나 손에 쥘 수 있다면. 사진기는 덜 값져도 될 테지. 수수하거나 흔한 장비나 기계를 쓰면서 사진책 하나 더 장만하여 읽어 볼 수 있다면. 사진기를 왼손에 쥐고 사진책을 오른손에 들 수 있으면, 왼손으로는 새롭게 이야기를 찍고, 오른소으로는 기쁘게 슬기를 익힐 수 있을 테지.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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