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2. 군더더기


  말에도, 사진에도, 살림에도, 군더더기가 없어야 깔끔하고 보기 좋고 이쁘고 넉넉하고 새롭고 즐겁고 따뜻하고 싱그럽구나 싶다. 군말이란 얼마나 지겨운가. 군살림이란 얼마나 무거운가. 군사진이란 얼마나 덧없는가.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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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1. 투박한 기계를


사진은 투박한 기계를 사이에 놓고서, 사람이든 숲이든 서로 만나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짓는 즐거운 살림이 되면서 어느새 노래하고 춤추는 삶을 그려내는 일이지 싶다. 사진이라는 이름에 따로 예술·아트나 디자인이나 포스트모던 같은 말을 붙이지 않아도 되지 싶다. 사진은 그저 사진일 적에 예술·아트도 되고 디자인도 되고 포스트모던도 되지 싶다. 사진은 늘 사진일 적에 오랜 이야기도 되고 새로운 이야기도 되지 싶다.


2017.12.14.나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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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삶노래' 글을 올리면서 붙인 사진말 조각 ..



모든 몸짓은 놀이로 살아나고, 이 놀이를 기쁘게 바라보면서 사진 한 장을 새삼스레 기쁘게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림이 태어나는 자리는 언제나 삶하고 사랑이 태어나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는? 사진도 삶하고 사랑이 태어나는 자리에서 태어날 테지요.



아이는 제 아버지 고무신을 발에 꿰고 천천히 마당을 가로질러 꽃 앞에 앉습니다. 스스로 꽃이 되어 꽃을 그림으로 그리고, 나는 이런 그림순이 꽃순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종이가 모자라다면서 책상에까지 그림을 그리되, 책상에는 종이하고 빛깔이 다른 나무를 그려 넣습니다. 이러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터져서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 손끝에서 피어난 사랑으로 새롭게 나온 인형 옷. 아이는 이 인형 옷을 바느질로 꿰려고 꽤 오랫동안 마루에서 꼼짝을 않으면서 온마음을 쏟았습니다.



두 아이가 퍽 어릴 적에는 대문놀이를 지켜보기만 하다가,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몸무게가 많이 불어서 제발 대문놀이는 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그래도 두 아이는 슬금슬금 대문놀이를 즐깁니다. 재미있으니 즐기겠지요.



사진으로 무엇을 찍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늘 한 마디로 이야기합니다. 기쁨. 오로지 기쁨을 찍는데, 기쁨을 사랑으로 찍기도 하고, 기쁨을 눈물로 찍기도 하며, 기쁨을 노래로 찍기도 합니다.



책방마실을 하러 가도 장난감을 챙겨서 장난감으로 노는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스스로 바라보아야 할 것과 곳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가르쳐 준다고도 느낍니다. 그저 이쁘기에 그저 이쁜 결을 사진으로 옮깁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발이 달싹거립니다. 재미난 이야기가 흐르면 아이들은 몸은 그대로 둔 채 발가락이나 발바닥을 달싹거리면서 그런 즐거움을 드러내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느끼면서 이때에도 사진기를 슬그머니 듭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이 들길은 우리 차지입니다. 자전거로도 달리고 두 다리로도 걸으면서 마음껏 하늘바람을 마십니다. 이러는 동안 웃음이 터지고 사진도 새롭게 피어납니다.



사진이 태어나는 자리를 생각하면서 삶노래를 부르듯이 얻은 사진 열 장에 열 가지 이야기를 실어서 글을 갈무리해 봅니다. 기쁜 놀이를 사진으로 담듯이, 기쁜 삶을 사진으로 담고, 기쁜 꿈과 기쁜 사랑을 언제나 춤추는 몸짓으로 사진을 찍는구나 싶습니다. 온 하루를 아이하고 복닥이면서 얻는 재미난 놀이는 스스로 사진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 징검돌이기도 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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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기사를 올리면서 적어 놓은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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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면서 함께 찍고 누리고 나누는 사진 이야기를 적어 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걷고 놀고 일하고 하다 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이러한 사진으로 스스로 즐거운 하루를 이루기에, 사진노래가 흐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노래하듯이 삶을 즐기는 사진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써 봅니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기저귀도 빨고 옷도 빨고 이불도 빨지요. 아이들이 아직 똥오줌을 못 가리던 때에는 날마다 빨랫감이 수두룩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이쁜 몸짓을 보여주면서, 내 손품에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새롭게 자랍니다. 날마다 차근차근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저절로 사진을 찍는데, 날마다 사진을 몇 장씩 꾸준히 찍으면서 돌아보니, 아이들은 새롭게 자랄 적마다 새롭게 기쁜 사진을 찍도록 이끄는구나 싶습니다.


노래하면서 먹자고 생각하니, 참말 아이들은 밥상맡에서 노래도 부릅니다. 무엇이 그리 재미나서 노래를 하면서 밥을 먹을까 하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언제나 즐거운 마음결이면 밥상맡에서도 노래하면서 조잘조잘 떠들 테지요.


아이들한테 새로운 놀잇감이랑 놀이를 알려주려고 생각하다가 문득 바람개비가 떠올랐습니다. 한쪽은 쓸 수 있는 흰종이를 알맞게 오려서 나무젓가락에 척 꽂으니 바람개비 끝. 두 아이한테 하나씩 만들어 내미니, 마당에서 바람을 가르며 바람개비를 돌리면서 하루 내내 놉니다.


집에서 놀면서 지내는 아이들은 더러 글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글놀이를 할 수 있도록, 나는 어느새 시인이 되어 짧은 시를 써서 건넵니다.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그때그때 새롭게 쓰는 시를 읽으면서 한글도 글씨도 글쓰기도 익힙니다.


가을걷이를 앞둔 논 옆에 살그마니 꽃대를 올린 유채풀. 유채풀에서 유채꽃으로 거듭난 이 아이들은 씨를 맺기 앞서 잘려 나갑니다. 가을걷이를 마친 뒤에 돋았으면 멀쩡히 살아서 씨앗까지 퍼뜨렸을 텐데요.


가을에도 나비 애벌레가 깨어납니다. 겨울에 어떻게 하려고 깨어나니 하고 애벌레를 바라보면서 묻다가, 그래 이곳 고흥은 몹시 따숩지. 아무렴, 너희는 너희가 깨어나고 싶을 적에 깨어나서 번데기가 되고 나비로 거듭나겠지.


누나가 나긋나긋 읽어 주는 책을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작은아이는, 언제나 어버이한테서도 누나한테서도 사랑받습니다. 나는 이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살포시 찍어 놓습니다. 두 아이 사이에서 흐르는 따스한 숨결이 고맙습니다.


숨바꼭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즐기는 놀이.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하면서 숨는 아이가 머리카락뿐 아니라 네 온몸이 다 보이는구나.


사진이 태어나는 곳은 삶이 태어나는 곳입니다. 사진을 찍는 자리는 삶을 짓는 자리입니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함께 살면서 날마다 새로운 사진을 즐겁게 얻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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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 '사진노래 삶노래' 기사를 올리면서 쓴 '사진말 조각'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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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며 아이들하고 누리는 즐거운 삶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부르는 ‘사진노래 삶노래’를 적어 봅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자리를 생각하고, 사진 한 장을 읽는 자리를 돌아봅니다. 작은 몸짓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살짝살짝 짓는 웃음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사진 두 장을 찍습니다. 스스로 짓는 이야기가 스스로 찍는 사진이 되어, 이러한 사진은 언제나 노래로 거듭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달리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손꼽는 시골놀이순이는 마당을 폴짝폴짝 뛰면서 싱그럽게 땀을 흘립니다. 나는 아이하고 함께 놀다가 사진 한 장을 얻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동백꽃잎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비질을 하고, 후박나무에 새 잎이 돋으며 헌 잎이 떨어질 적에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비질을 하며, 새로운 가을에는 또 가을대로 가을잎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비질을 합니다. 아버지가 비질을 하면 어느새 마당으로 따라나와서 비질을 거드는 아이들입니다.



무엇으로든 셈을 익히거나 배울 만합니다. 장난감 조각으로 셈놀이를 하다가, 이렇게 셈을 차근차근 익히는 손가락이랑 손짓이 더없이 곱네 하고 느낍니다.



피아노를 치도록 하는 까닭은 연주자로 가르칠 뜻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책을 읽히는 까닭은 작가가 되도록 할 뜻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삶을 즐겁게 누리는 수많은 길 가운데 하나를 몸으로 느끼면서 스스로 재미난 가락을 짓도록 하려고 피아노‘놀이’를 합니다.



어버이가 무슨 일이라도 하면 아이들은 어느새 곁에 달라붙습니다. 뭔가 볼거리 있나 들여다보기도 하고, 얻어먹을 것이 있나 싶기도 하며, 거들면서 놀 만한 것이 있는지 살피기도 합니다. 여름 첫머리에는 매실을 따서 헹굴 적에 아이들한테 맡기면 신나는 물놀이가 된다며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햇볕이 뜨겁다면서 그늘이 지는 자리를 찾아서 노는 아이들은, 처마 밑 섬돌 자리를 몹시 좋아합니다. 이 자리는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아이들도 고양이도 섬돌에 앉아서 하루를 고요히 누립니다.



잘 차리는 밥상보다는 즐겁게 차려서 웃으며 먹는 밥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상을 차릴 적마다 부엌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나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못할 적에는 재미나거나 기쁜 밥상이 못 된다고 느낍니다.



마을 어귀 배롱나무 밑을 지나가는 아이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을 찍고 고작 1분쯤 뒤에 자전거 사고가 났습니다. 달포가 훌쩍 넘었어도 아직 오른무릎 다친 자리는 살짝 아픕니다. 참말 사람 일은 한치 앞을 모르기 마련이기에, 언제나 바로 오늘 이곳을 사랑하자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씩씩한 아이들이 있어서 언제나 씩씩하게 이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고맙게 기쁘게 놀랍게 담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조차 ‘웬 고무신?’이냐며 묻는 오늘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 눈길’이 아니라 ‘스스로 기쁜 삶’을 생각하면서, 맛있는 고무신 차림으로 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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