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37. 옷차림 따지는 교장


  옷차림을 따지는 교장이 있습니다. 이녁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맙니다. 겉모습을 보고서 ‘얌전해 보여야 말을 잘 하’고 ‘얌전해 보이지 않으면 말을 엉성하게 하’리라 여깁니다. 그래서 옷차림을 따지는 교장은 아무한테서도 못 배웁니다. 그리고 옷차림을 말쑥하게 꾸며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다가와도 좀처럼 못 알아차리지요. 우리가 읽을 모습이란 옷차림이 아닌 마음일 테지만, 속 아닌 겉을 보는 이는 사진을 앞에 두고 ‘작가 이름값’ 따위에 얽매여서 이야기를 영 못 읽고 맙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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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6. 그냥 되는


  어느 사진벗이 “나는 해가 갈수록 사진을 못 찍어” 하고 말씀합니다. 저는 가만히 듣다가 말씀을 여쭙니다. “잘 안 찍어도 되지 않아요? 우리는 늘 즐겁게 찍으면 되어요. 그냥 찍으면 다 잘 찍는 사진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오히려 그냥 안 찍기 때문에 자꾸 ‘잘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이러다가 그만 ‘나는 참 사진을 못 찍어’하는 생각이 자라는데다가, 나중에는 이 말 그대로 사진을 참 못 찍는 굴레에 갇히지 싶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그냥 찍으면 됩니다. 이때에 ‘그냥’은 ‘마구’가 아닌, 티없는 마음으로 즐겁게 삶을 노래하듯이 저절로 찍는 몸짓입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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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5. 어디에 쓰나


  저는 제가 찍을 사진만 찍습니다. 너무 마땅한 소리인 듯한데, 저로서는 제가 찍을 사진만 찍고, 앞으로 제가 쓸 사진만 찍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매우 아름답다고 여기거나 으레 찍는 모습이 있어도 사진기를 꺼낼 생각을 않고, 아예 그 모습을 안 쳐다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가 바라보는 곳은 제가 사진으로 담고 싶은 곳입니다. 제가 바라보거나 만나는 사람은 제가 사진기로도 제 마음으로도 담으면서 함께 살아가고픈 고운 벗님입니다.


2018.4.2.달.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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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4. 끌어안네


  어깨에 지는 짐마다 손을 닦는 천이 있고, 등짐마다 천주머니를 챙기다 보니 꽤 많이 들고 다닙니다. 한국 아닌 일본에서 여러 날 묵으며 길손집에서 짐을 몽땅 풀어헤쳐 보는데, 겹친 짐이 꽤 많습니다. 겹치게 들고 다녔어도 늘 아이들하고 다니면서 ‘이때에 써서 없으면 다음에 곧장 쓸 수 있도록’ 챙긴다고 하다가 그야말로 겹겹이 짊어지고 다니는구나 싶더군요. 이제는 두 아이가 모두 잘 자랐으니 아이들을 돌보느라 건사하던 짐을 내려놓아야지 싶어요. 조금 더 홀가분한 몸으로 다니면서 한결 홀가분한 마음이 되려 합니다. 그만 끌어안아야겠네 싶습니다.


2018.3.30.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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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33. 씩씩히 말하자


  혼자 일본으로 마실을 가던 날, 몇 사람을 만나서 말을 섞을 수 있었는데, 거의 모든 말을 못 알아들었으나, 마지막에 ‘아리가또오 고쟈이마싀으’는 알아들었어요. 저도 이 말을 따라하려고 했으나 막상 입밖으로 아주 가늘게 튀어나오더군요. 소리가 샐까 걱정하나 싶어 부끄러웠습니다. 낯익은 말씨가 아니면 누구라도 소리가 샐 수 있으니, 씩씩히 말하면 될 텐데. 씩씩히 말하다가 틀리거나 어긋난 대목이 있으면 바로 앞에서 일본 이웃이 ‘어디가 어떻게 엉성한가’를 짚어 줄 텐데, 멋진 스승이 코앞에 있는데, 멋진 스승을 코앞에 두고도 부끄럽다는 걱정으로 입을 제대로 못 떼다니, 참말로 이런 몸짓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하루를 보낸 뒤에는 그쪽에서 내 말씨를 못 알아듣더라도 거듭거듭 말하면서 소릿결을 헤아립니다. 말하기뿐 아니라 살림하기에 사진찍기도 다 같겠지요. 씩씩히 말하기에 제대로 배우고, 씩씩히 나서기에 제대로 찍습니다.


2018.3.30.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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