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3. 이곳에서 저곳으로


  우리는 누구나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입니다.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갈 적이든, 집에서 나와 어느 곳에 갈 적이든, 늘 새로운 곳으로 움직입니다. 언제나 똑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하더라도 우리 몸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흐릅니다. 언제나 똑같다고 여기는 나머지 ‘새로움은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삶이고 새로운 이야기이며 새로운 눈길이 됩니다. 그러니까, 집에서 마당으로 내려선다든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새롭구나’ 하고 느낄 적에는 빙그레 웃으면서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새롭게 느낀 모습이 있으니 사진으로 찍고 싶습니다. 새롭게 바라본 모습이 있기에 글로도 쓰고 그림으로도 그리고 싶습니다. 새롭게 마주하는 삶이라고 느끼니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만한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삶은 언제나 여행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가야 여행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언제나 여행을 합니다. 다만, 삶을 여행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고, 삶이 여행인 줄 하나도 안 느끼는 사람이 있습니다. 삶을 여행으로 느낄 수 있으면, 날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같은 일’에서 흐르는 ‘새로운 숨결’을 알아챕니다. 삶을 여행으로 느끼지 못하면, 날마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다른 일’에서 흐르는 ‘사랑스러운 넋’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사진을 찍기는 아주 쉽습니다. 날마다 흐르는 ‘똑같은 내 삶’이 ‘얼마나 새로운가’를 느끼는 가슴으로 거듭난다면, 사진을 찍기는 아주 쉽습니다. 4348.5.2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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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62.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진을 찍을 적에는 흔한 모습을 담으면 됩니다. 적잖은 분들은 사진을 찍을 적에 ‘흔하지 않은 모습’을 찍으려고 애쓰는데, 막상 ‘흔하지 않은 모습’을 찍어 본들, 이러한 사진은 ‘흔하지 않은 모습’이 아니라 ‘흔한 모습’이 되고 맙니다. 왜 그러할까요? 한국에서 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만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다 보니까, 한국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진은 ‘흔한 모습’이 됩니다.


  그러니까, 굳이 ‘흔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습’을 찾아서 사진을 찍으면 언제나 ‘흔한 모습’만 찍는 셈이요, 여기저기에 흔히 떠도는 모습만 자꾸 사진으로 찍어서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는 사진에 안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사진으로 찍을 모습은 언제나 ‘흔한 모습’입니다. 늘 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노릇입니다. 늘 마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일이요, 남이 아닌 내가 늘 보고 마주하면서 겪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나한테 흔한 삶이라고 해서 남한테도 흔하지 않습니다. 나한테 흔하고 익숙한 모습은 오로지 나한테만 흔하고 익숙한 모습입니다. 이리하여, 내 삶에서 나한테 ‘흔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이 ‘흔한 모습’은 언제나 ‘흔하지 않은 모습’을 들려주는 사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흔한 모습’에 얹은 사진은, 언제 어디에서나 ‘흔하지 않은 모습’일 뿐 아니라, 남들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직 하나 있는 즐겁거나 기쁜 삶노래가 됩니다. 4348.5.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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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61.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



  모든 빛은 날마다 새로 깨어납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빛이 아닙니다. 모든 사진은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담습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담지 않는다면 사진이 아닙니다.


  빛은, 햇빛을 담든 전등 불빛을 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빛은, 눈빛을 담든 마음빛을 담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빛은, 촛불이 밝히는 빛이든 별이 드리우는 빛이든 저마다 사랑스럽습니다.


  빛을 읽을 줄 알기에 눈길입니다. 빛을 읽지 못한다면 눈길이 아닙니다. 빛을 헤아리기에 마음이요, 빛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마음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빛이란 무엇’이고 ‘빛은 어디에 있’으며 ‘빛은 누가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는가 같은 대목을 슬기롭게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지 않습니다. 빛과 어둠은 늘 함께 있습니다. 빛이 있기에 밝지 않습니다. 햇빛이 환한 한낮에 들에 서도 마음이 어두우면 밝음을 못 느낍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느끼기에 아침을 새롭게 엽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알기에 즐겁게 웃으면서 기쁘게 노래합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바라보기에, 이 숨결을 보듬으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몸을 움직입니다.


  밥을 짓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밥을 짓습니다. 묵은 밥을 만지작거리지 않습니다. 흙을 짓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흙을 짓습니다. 묵은 흙을 뭉기적거리지 않습니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마음을 기울일 사람이라면, 아침마다 새롭게 깨어나서 우리 모두한테 새삼스레 찾아오는 빛줄기를 곱게 마주하면서 가슴 가득 꽃이 피어나도록 북돋울 수 있어야 합니다. 4348.5.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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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60. 꽃을 피우는 자리



  꽃은 늘 우리 둘레에 있습니다. 꽃이 없다면 이 지구별에 아무런 삶이 없습니다. 꽃이 없다면 풀과 나무도 스스로 살지 못하지만, 사람도 풀벌레도 새도 들짐승도 모두 살 수 없습니다.

  꽃이 피지 않으면 열매와 씨앗을 맺지 못합니다. 꽃이 피고 나서 천천히 시들어야 비로소 열매와 씨앗을 맺습니다. 사람이 먹는 모든 밥은 씨앗이요 열매인데, 꽃이 져서 이루는 숨결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꽃을 먹는 셈입니다. 열매나 씨앗으로 모습을 바꾼 숨결을 몸으로 받아들여서 새로운 삶을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언제나 꽃을 몸으로 받아들여서 목숨을 건사하니까, 우리 몸은 모두 꽃으로 이루어진 셈입니다. 너도 꽃이요 나도 꽃입니다. 다 함께 꽃입니다. 이리하여, 언제 어디에서나 꽃을 바라보고, 꽃을 느끼며, 꽃을 생각합니다. 꽃내음을 맡으면서 빙그레 웃고, 꽃빛을 마주하면서 싱그러이 노래하며, 꽃숨을 쉬면서 사랑을 새롭게 일굽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어 이웃이나 동무를 사진으로 담을 적에, 우리는 으레 웃음꽃이나 눈물꽃을 엮습니다. 웃는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우는 얼굴에는 눈물꽃이 자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나 발자취를 사진으로 담을 적에, 우리는 으레 삶꽃을 엮습니다. 삶으로 이루는 꽃을 사진으로 담는 셈인데, 삶꽃을 찍는 사진이니 ‘사진꽃’이기도 합니다.

  꽃을 피우는 자리는 바로 여기입니다. 내가 선 이곳에서 꽃이 핍니다. 내 마음에서 꽃이 피고, 내 말 한 마디가 모두 꽃으로 거듭나며, 내 눈길에 따라 한결 함초롬하게 꽃빛이 흐드러집니다. 마음을 기울여 사랑으로 찍는 사진은 언제나 꽃답습니다. 4348.5.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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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159. 꽃돌이와 살기


  아이는 언제나 아이답게 자랍니다. 어른도 언제나 어른답게 삶을 짓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어른을 살펴보면서 무럭무럭 자라고, 어른은 언제나 아이를 지켜보면서 새롭게 삶을 짓습니다.

  아이가 할 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어른이 할 수 없는 일도 없습니다. 아이가 할 수 없는 놀이란 없고, 어른도 할 수 없는 놀이가 없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스스로 가슴에 품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숨결입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스스로 마음으로 짓는 생각을 삶에서 이룰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는 장난돌이가 될 수 있고, 전쟁돌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꽃돌이가 될 수 있으며, 나무돌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책돌이가 될 수 있고, 글돌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사진돌이가 될 수 있으며, 이야기돌이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늘 바라본 대로 ‘어떤 돌이’가 됩니다. 아이를 둘러싼 삶자락대로 ‘새로운 돌이’로 거듭납니다. 이리하여, 아이와 함께 사는 어버이는 아이가 어떤 터전에서 어떤 바람을 마시면서 하루를 누리는가 하는 대목을 슬기롭게 살피려고 합니다.

  나는 꽃돌하고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웃음돌이나 노래돌이하고 함께 살 수 있어요. 스스로 짓는 생각에 따라 스스로 삶이 달라집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요? 이 물음은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살피면서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사진을 어떻게 읽고 싶은가요? 이 물음도 우리 스스로 수수께끼와 실타래를 풀어야 합니다.

  생각하고 꿈꾸는 대로 사랑하면서 삶을 짓습니다. 생각하고 꿈꾸는 대로 사진을 찍으면서 이야기를 빚습니다. 4348.5.1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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