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61.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



  모든 빛은 날마다 새로 깨어납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빛이 아닙니다. 모든 사진은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담습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담지 않는다면 사진이 아닙니다.


  빛은, 햇빛을 담든 전등 불빛을 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빛은, 눈빛을 담든 마음빛을 담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빛은, 촛불이 밝히는 빛이든 별이 드리우는 빛이든 저마다 사랑스럽습니다.


  빛을 읽을 줄 알기에 눈길입니다. 빛을 읽지 못한다면 눈길이 아닙니다. 빛을 헤아리기에 마음이요, 빛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마음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빛이란 무엇’이고 ‘빛은 어디에 있’으며 ‘빛은 누가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는가 같은 대목을 슬기롭게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지 않습니다. 빛과 어둠은 늘 함께 있습니다. 빛이 있기에 밝지 않습니다. 햇빛이 환한 한낮에 들에 서도 마음이 어두우면 밝음을 못 느낍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느끼기에 아침을 새롭게 엽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알기에 즐겁게 웃으면서 기쁘게 노래합니다. 날마다 새로 깨어나는 빛을 바라보기에, 이 숨결을 보듬으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몸을 움직입니다.


  밥을 짓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밥을 짓습니다. 묵은 밥을 만지작거리지 않습니다. 흙을 짓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흙을 짓습니다. 묵은 흙을 뭉기적거리지 않습니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으려고 마음을 기울일 사람이라면, 아침마다 새롭게 깨어나서 우리 모두한테 새삼스레 찾아오는 빛줄기를 곱게 마주하면서 가슴 가득 꽃이 피어나도록 북돋울 수 있어야 합니다. 4348.5.2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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