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셈틀 밥이 얼마 없어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에 책을 읽다가 이제 무릎셈틀을 꺼내어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무릎셈틀 밥이 얼마 안 됩니다. 왜? 엊저녁에도 아이들이 이 무릎셈틀로 영화를 보았는데? 아, 그렇구나. 엊저녁에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밥 주는 전깃줄을 제대로 안 꽂은 듯합니다. 아이들끼리 무릎셈틀을 펼친다며 부산을 떠느라 그만 살짝 전깃줄을 대기만 하고, 무릎셈틀로 밥이 안 들어간 듯해요. 예전에도 이런 일이 몇 차례 있었어요. 엊그제에도 코앞에서 이 일을 보았고요. 그래서 그때그때 아이들한테 이를 일러 주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또 잊고 다시 잊으며 자꾸 잊습니다. 이때에 나는 아이들을 타이를 수 있고 꾸짖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으며, 이야기를 하나 지어서 들려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내가 가는 길입니다. 다만 타이르거나 꾸짖을 적에는 안 달라지겠지요. 가르치면 조금씩 달라질 테고, 이야기를 지어서 넌지시 이 손놀림을 짚어 주면 곧바로 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2017.9.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