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미루는 재미
아이들하고 살면서 하루라도 빨래를 안 하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습니다. 하루라도 밥을 안 하고 지나가는 날이 없듯이 빨래도 날마다 어김없이 하면서 보냈어요. 이러다가 지난해부터 가끔 빨래를 안 하는 날이 생깁니다. 올해 들어 하루나 이틀쯤 빨래를 안 해도 되지 하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늘 손빨래를 하는데요, 빨래를 미룬다기보다 빨랫감을 조금 더 모아서 해도 넉넉하다는 생각으로 달라집니다. 어제 낮에 제법 수북하게 쌓인 빨랫감을 보면서도 일부러 하루를 지나갔고, 오늘 아침에 꽤 많이 쌓인 빨랫감을 보면서도 이튿날 하자고 지나갑니다. 마침 오늘은 하늘이 찌뿌둥하기에 아침부터 노래했어요. 비야 비야 신나게 오너라, 우리 고장 못마다 물이 다시 넘치도록 비야 비야 기쁘게 오너라, 하고 노래했습니다. 두 아이가 어릴 적에는 비야 비야 오지 마라, 기저귀 말려야 한단다, 비야 비야 멈추어라, 똥오줌에 젖은 이불 빨아서 말려야 한단다, 하고 노래했지요. 작은아이가 일곱 살을 지나가는 이즈음이라, 이제 제 노래가 달라지는구나 싶은데요, 이제 저 스스로 살짝 느긋하면서 넉넉해진 마음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하루에 천기저귀를 서른∼마흔 장을 거두어 빨아서 말려야 했으니 참말로 하루라도 빨래를 쉴 틈이 없어요. 그때에는 이불도 이레에 한두 차례씩 꼬박꼬박 빨아야 했고요. 빨래를 이틀째 안 하는 오늘 낮, 어쩐지 집안일이 매우 줄었구나 싶어 홀가분한 마음에 평상에 살짝 드러누워 봅니다.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이렇게 평상에 등허리를 펴려고 드러누울 겨를이 없이 지냈어요. 오늘 새삼스레 이 멋지고 아름다운 살림을 되돌아봅니다.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 주었는지, 두 아이가 개구지게 노는 모습을 마당 한켠에 모로 누워서 빙긋빙긋 웃음지으면서 바라봅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