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결려 못 앉는



  아침 열 시 반부터 낮 세 시 반까지 부엌 치우기를 합니다. 시간으로 치면 다섯 시간인데, 이동안 이것저것 치우고 쓸고 닦고 버리고 갈무리하면서 허리가 결려 쪼그려앉지 못합니다. 바닥에 있는 것을 허리를 숙여 못 줍는 터라 아이들을 불러서 집어 달라고도 합니다. 늘 바지런히 치우고 살았다면 한꺼번에 치우거나 쓸어야 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미루던 일을 한꺼번에 하니까 허리가 결려요. 그런데 하나씩 둘씩 제자리를 찾으면서 깔끔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부엌을 바라보자니, 다섯 시간을 내처 치우고서 한 시간쯤 쉬다가 다시 세 시간 남짓 마저 치운 이 하루란, 참으로 신나게 잘 보냈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린 허리란 곧 반듯하게 펼 수 있을 테지요. 2017.8.2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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