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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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 더욱 놀라웠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았을 때에도 비영어권 작품 중에 받은 거라 설마 했는데 수상 소식이 있던

당일 저녁에는 회식 등이 있어 늦게 집에 와서 몰랐다가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노벨상 수상 직후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일었을 때에도 한강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왠지 좀 난해할 듯한 느낌도 들고 내 취향과는 맞지 않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겠지 하고 그냥 인연의 흐름에 맞겼는데 뜻밖에 선물로 이 책을 받으면서 드디어 한강

작가의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선물로 받은 것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의미가 정말 이별의 선물인

줄은 모르고 있다가 며칠 지나서야 선물 준 분이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가게 된 걸 알아 이 책의 제목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래도 당장 읽지는 않고 고히 모셔 놓았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 당장 읽을

책이 떨어지고 나서야 한쪽에 모셔놓았던 이 책을 꺼내 손에 들었다.


일로 인연을 맺은 인선과 경하라는 두 여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한강 작가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을 녹여낸다. 이 책의 배경이 된 사건은 바로 제주 4.3 사건으로 인선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바로 4.3 사건의 피해자라 할 수 있었다. 인선은 손가락이 잘리는 큰 사고를 당해서 서울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경하에게 제주도의 집에서 기르는 앵무새가 죽을지도 모르니 가서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주도로 향하지만 하필 엄청난 폭설이 쏟아져 외진 곳에 있던 인선의 집을 찾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간신히 인선의 목공소에 도착하지만 그 이후 의식을 잃게 되면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이 겪은 얘기를 듣게 된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나름 생생하게 재현해

냈는데 그동안 잘 몰랐던 제주 4.3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책이라 할 수 있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사용한 마술적 리얼리즘이

이 책에서도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사용된 것 같은데 악몽에서 시작해 우리의 아픈

과거사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결코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과 사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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