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 7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인물 관계도’ 수록,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완서 외 지음, 성낙수.박찬영 엮음 / 리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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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 소설은 가끔 장르 소설 위주로 신예 작가들 작품을 종종 보는 편인데 학창 시절에는 아무래도

수험용으로 교과서에 실려 있거나 시험에 나올 역사적 평가를 받은 소설들을 주로 만나게 되었다.

수능 등에 나올 작품들 위주로 시간 절약상 작품을 요약한 책들로 공부하다 보니 사실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 단편소설을 모은 이 책이 학창시절 생각도

나게 해주면서 그 당시엔 몰랐던 작품들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책 제목에 70이라고 되어 있어 당연히 이 책에 70편이 실려 있을 줄 알았는데 1권이라 할 수 있는

책에서 40편이 이미 소개되었고 나머지 30편을 이 책에 수록하고 있는 거라 딱 낚이기 쉬운 제목이었다.ㅋ

 

신소설인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으로 시작해서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이 책에

실린 30편 중에 대부분은 친숙한 작품이었다.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작품은 적을지 몰라도

나름 문학에는 관심이 있어 열심히 공부했던 편이라 대략의 줄거리는 아는 작품이 대다수였다.

현진건, 김동인, 이효석, 김유정 등 일제시대에 활약했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들의 대표작들은 1권(한국 단편소설 40)에 수록되어 있어 그런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간 떨어지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현진건 하면 '운수 좋은 날' 등이 떠오르는데 이 책에선

'빈처', '할머니의 죽음', '고향'이 실려있었다. 그 중에서 '할머니의 죽음'은 임종을 앞둔 할머니와

자신들이 귀찮지 않게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시길 은근히 바라는 그 자손들의 모습을 잘 보여줬는데

100년 정도 지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인 세태를 잘 풍자한 작품이었다. '감자' 등으로 유명한

김동인의 작품으로는 '광염소나타'와 '광화사'가 수록되어 있는데 둘 다 유미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술가(?)의 광기를 잘 담아낸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채만식의 작품은 오히려 이 책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고, 이범선의 '오발탄' 등 예상보다 전후의

작품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는데 가장 최근작인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까지 어느 작품 하나

버릴 작품이 없었다. 아마 수험생들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친절하게도 각 작품마다 앞 부분에

작가와 작품 세계, 작품 정리, 구성과 줄거리, 생각해 볼 문제, 인물 관계도를 배치하고 있어 작품

이해와 정리에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경향과 변천사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는데 40편이 수록된 1권까지 본다면 한국 현대 단편소설사를 장식한 왠만한 작품은

빼놓지 않게 감상,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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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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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책은 '타워', '맛집 폭격', '예술과 중력가속도' 등을 이미 만나봤는데

기존에 한국소설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SF적 기반에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사회비판적 성격의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녹여낸 작품들로 국산소설로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별화가 되어

이번 신작에서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제목부터 '이게 뭐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 책은 갑자기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성벽이 출현하는 기이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왠지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전쟁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날 것 같은데 의외로 담담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고고심령학자로 이 책에선 고고심령학을

심령학적인 관찰을 통해 고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아마 고고학과 심령학의 조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에선 없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 책의 주연으로 등장한다. 서울에 등장한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와 이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까지 이 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대책 수립을 위해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고 고고심령학자인 은수가 참석하는데

여기서 스승인 문인지 박사와 친분이 있던 한나 파키노티 박사와 만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성벽은

그녀가 자신의 논문에서 말한 '요새빙의' 현상이라 할 수 있었는데, 파키노티 박사는 보이지 않는

성벽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장기판의 기물 중 하나인 '상' 코끼리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이 책 전반에서 우리가 흔히 장기라 부르는 게임의 다양한 버전들에서 코끼리를 표상하는 기물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기물들의

이동법을 담아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의 장기와 유사한 게임에 대한 논문

수준의 내용을 선보인다. 그리고 혼령과 소통하는 장면들은 영화 '식스 센스' 등에서 봤던 장면들을

연상시켰는데 역시나 자유분방한 상상력의 소유자라 얘기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어릴 때 여자아이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부르던 '전우야 잘 가거라'와 '딱따구리 마요네즈'의

가사까지 뭘 이런 것까지 연구하느냐고 할 정도로 다양한 얘기들이 버무려져 있었는데

시종일관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배명훈 작가의 책들은 읽을 때마다 현실과는 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온 듯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 책도 서울을 배경으로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 아닌 또 다른 서울을 경험한 느낌이었고,

이 책을 쓰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상당히 많은 조사를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늘 색다른 얘기로 독자들에게 소설 읽는 재미를 선사했던 배명훈 작가가

다음에는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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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폴 2 - 인간계 생활 매뉴얼
남지은 지음, 김인호 그림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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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천상계에서 쫓겨나 지상에서 악마들을 처리해야 하는 벌을 받게 된 넵퍼 폴이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그려졌는데 2권에서 좀 더 진도가 나가게 된다.

궁 일당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소멸될 위기에서 알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출된

폴은 자신이 추방당한 이유를 알기 위해 그 분을 무작정 찾아가 독대를 한다.

그 분으로부터 추방당한 게 아니며 쿠폰북만 다 채우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약을 받은 폴은

좀 더 악마들을 처리하는 걸 열심히 하면서 생명의 은인인 서희에게도 좀 더 관심을 가지는데...

 

사고를 치고 인간계로 쫓겨난 폴이 설렁설렁 쿠폰북을 채우려다가 사실은 엄청난 분량임을 깨닫고

좌절하려던 상황에서 우연히 자신을 알아보는 인간 서희와의 만남으로 두 사람 사이에 뭔가 특별한

일이 펼쳐질 거라 기대를 하고 2권을 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잘 나가진 않았다.

서희 주변에 자주 출몰하면서 서희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현재 서희가 고민하는 부분이 뭔지

알게 된 폴은 서희가 서먹했던 아빠와 좀 더 가까워지게 도와주면서 둘 사이의 관계도 진전이 있게 된다.

한편 눈엣가시같은 존재인 폴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 궁은 그에 대적하기 위한 특별한 괴물을

만들어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렇게 폴과 궁의 치열한 대결관계와 더불어 여기저기 로맨스의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는데 서희는 오랫동안 호감을 가져왔던 윤희산과 정식 만남을 갖게 되고

폴의 지원군 역할을 하는 알도 자신도 모르게 단골손님인 시내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주게 된다.

궁은 폴을 공격하기 위해 폴이 주변을 맴도는 서희의 약점을 파고드려고 하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폴은 서희를 지키기 위해 적극 방어에 나서는데...

 

사실 2권으로 얘기가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3권이 또 있었다. 몇 권이 더 나올지도 잘 모르겠는데

이제 겨우 서먹한 관계를 극복한 폴과 서희가 더 가까워지려면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할 것 같다.

게다가 서희는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과연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와

폴을 없애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궁의 작전이 성공할 것인지,

그리고 폴이 쿠폰북을 다 채우고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는 3권을 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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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폴 1 - 천사도 인간도 아닌
남지은 지음, 김인호 그림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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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즐겨 보던 TV용 만화영화 중에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작품이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 왠지 '이상한 나라의 폴'의 후속편인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전혀 무관한 작품이었고 사실 소설인 줄 알았다가 만화여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주인공인 폴은 천사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믹스종으로 넵퍼라고 한다.

이름인 폴이 FALL이란 의미도 있는 것 같은데 천상계에서 사고 치고 징벌을 받아 지상으로 떨어진

폴은 그 분과의 약속에 따라 악마들을 처리할 때마다 쿠폰을 찍어서 쿠폰북을 완성하면 다시 천상계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악마들과의 전투를 치른다.

하지만 달랑 1장인 줄 알았던 쿠폰북을 다 채우고 그 분을 만나러 갔다가 쿠폰북이 사실 여러 장인 걸

알고 좌절한다. 한편 늘 폴에게 당하던 악의 무리의 보스 궁은 폴이 목에 걸고 다니는 목걸이에

그의 특별한 능력의 비밀이 있다고 느끼고 부하들을 시켜 폴의 목걸이를 빼앗게 만든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폴은 하필 그 순간에 자신을 알아보는 서희를 만나게 되는데...

 

초반부에 펼쳐지는 얘기를 보면 딱 폴과 서희의 로맨스가 그려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 같은

느낌이 딱 들었다.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출생한 특별한 신분(?)인 넵퍼 폴과 원래 인간이 볼 수 없는 넵퍼를 알아본 서희의 어떻게 보면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지면서 이들이 어떤 인연을 만들어 갈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본의 아니게 서희가 폴의 생명의 은인이 되면서 폴은 보답을 한다는 핑계로

서희의 주변을 서성거리고 다른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 폴의 존재로 인해

서희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인간이 아닌 천사나 악마 등 특별한 능력

가진 능력자들이다 보니 판타지스러원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그런 특별한 능력도 부럽지만

만병통치약이라 할 수 있는 연고가 무엇보다도 탐이 났다.ㅎ 

악마들을 처치해서 쿠폰북 채우기에 여념이 없는 폴과 그런 폴을 처리하기 위해

계속 음모를 꾸미는 궁 일당과 제멋대로인 폴의 후원자 역할을 하는 알. 그리고 서희가 남몰래

흠모하고 있는 남학생 윤희산의 등장까지 앞으로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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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가 될 때
김소월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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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는 그리 친한 게 지낸 편은 아니지만 가끔이나마 시를 읽으면 사막처럼 메마르고 삭막했던 마음에

감수성이라는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이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들을 모은

시집인데, 친숙한 작품은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처음 만나는 작품들은

설레는 첫만남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김소월의 '초혼' 정도가 기존에 

알던 구면이라면 나머지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 책을 통해 접한 새로운 얼굴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김용택, 안도현, 김남조, 유치환 등 시인 이름이라도 아는 경우는 처음 만난 어색함이 덜했다.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아름다운 약속의 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라는 총 6장으로 나눠서 시들을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장마다 그다지 명확한 구분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각 장마다 11~12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단순히 시만 소개하고 있어 솔직히 이 책의 기획 의도랄까

해설같은 걸 같이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에 실려 있는 시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니 잊고 지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사랑에 관한

시는 아무래도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태여야 더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그냥 진부한 수사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단어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과

시인이 얘기하고자 하는바가 어렴풋하게나마 전해져온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읽은 사랑에 관한 시집은 이미 전멸한 줄 알았던 내 몸 안의 사랑 세포를

일시적으로나마 소생시키는 역할을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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