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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2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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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혜초는 자신이 쓴 양피지를 하루에 한 장씩만 읽기로 란수와 합의하고,

점점 잃어버린 기억을 확인할수록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데...

 

1편과 마찬가지로 현재 시점과 혜초의 잃어버렸던 과거가 교차되면서 약간은 혼란스러움을 주었다.

혜초가 잃어버린 기억 속의 진실은 역시 예상대로 끔찍하고 참혹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란수가 저지른 만행은

정말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희귀병에 걸린 고선지를 도와 도망가면서 신비한 능력을 보여 주는 무희 오름.

혜초와도 묘한 인연을 가진 그녀의 비밀은 상황을 더욱 극한으로 몰고 가면서 

2편은 1편에 비해 스릴과 속도감있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혜초는 이 고난의 여정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지금도 가기 쉽지 않은 실크로드를 따라 끊없이 걸어간 혜초

그 험난한 여정을 통해 그는 인간의 생노병사와 희노애락을 초월하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발이 닿은 곳마다 탁월한 기록으로 남겨진 왕오천축국전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이름만 알고 있던 왕오천축국전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자랑스런 우리의 보물인 왕오천축국전이 프랑스에 있다는 점이다.

왕오천축국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빼앗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어서 빨리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는 제국주의 세력인 당나라가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던 시절로

중앙아시아 주변의 여러 나라들은 한시도 편하게 살지 못했다. 

강대국의 횡포로 인해 약소국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리고 물질적 탐욕으로 인간으로서 차마 못할 짓도 저지르는 란수를 통해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이 부르는 댓가도 여실히 잘 보여주었다.

한편 혜초와 이교도인 야곱이 서로를 존중하며 사이좋게 지냈던 걸 보면

종교 갈등은 그야말로 일부 맹목적인 인간들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역사가 종교전쟁으로 점철된 걸 보면 종교간의 평화로운 공존이 결코 쉽지 않았가보다.



왕오천축국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소설은 마치 혜초와 동행한 것처럼

혜초의 험난했던 여정을 실감나게 되살려냈고,

혜초와 고선지를 연결시켜 한 편의 작품을 멋들어지게 만들어낸 작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가의 바람대로 그 머나 먼 옛날 혜초의 험난했던 여정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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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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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수행을 위해 대유사를 지나던 안서도호부 유격장군 고선지는

정체불명의 습격으로 12명의 부하를 잃은 채 기억을 잃은 신라의 수도승 혜초를 구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고전문학작품이자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등과 더불어

세계 4대 여행기에 포함되는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와

고구려 출신으로 명성을 떨친 당나라 장수 고선지의 얘기를 그린 팩션의 달인 김탁환의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

역사소설의 대가인 김탁환이 이번에는 혜초와 고선지의 이야기를 들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사실 혜초에 대해선 왕오천축국전이라는 기행문을 쓴 신라의 승려라는 사실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험난했던 여정을 동행할 수 있었다.

왕오천축국전은 통일신라시대에도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양에 이르기까지

경제와 문화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며, 그 당시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대한

기록도 담고 있어 역사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이런 소중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 비화를 직접 답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설을 만들어 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얘기는 크게 기억을 잃은 혜초를 사막에서 고선지가 구한 후의 얘기와

혜초가 신라에서 출가해 천축을 여행하는 얘기가 장을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기억상실에 빠진 혜초가 과연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혜초의 여행기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시간의 혼란을 느껴

마치 혜초와 같이 기억을 상실할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독특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기억을 잃은 혜초는 자신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양피지를 통해 조금씩 기억을 되찾게 되고,

사막에서 알 수 없는 희귀병에 걸린 고선지는 자신을 음해하는 유격장군 전평채의 위협을 피하는 과정에

신비한 매력의 무희 오름과 혜초의 비밀을 알고 있는 교활한 신라 상인 김란수와 얽히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속으로 빠진다.

 

1권에선 혜초와 고선지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혜초의 기억을 찾아가기 전까지의 과정과

혜초가 신라를 떠나 험난한 여정에 오른 과정을 담고 있는데

화랑 출신인 혜초가 연인까지 포기하고 출가해서

머나 먼 천축으로 수행의 길을 떠나게 사연을 알게 된 것도 새로웠다.

과연 혜초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숨겨져 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일지

혜초의 기억의 진실이 본격적으로 그려질 2권의 내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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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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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시인 100명이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시 100선

조선일보에서 연재되었던 내용을 50편씩 두 권에 나눠 실었다.

시집에 실린 시들을 보면 김수영의 '풀',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서시', 이형기의 '낙화' 등

교과서에도 실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만한 시부터 시작해서

이시영의 또 다른 '서시', 조병화의 '오산 인터체인지', 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 등

첨 들어 본 시인과 시까지 다양한 시들이 실려 있었다.

 

시인들의 애송시를 모아 놓은 베스트 시집인 이 시집의 돋보이는 점은

시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삽화를 곁들여 시의 묘미를 배가시킨 것과

또 다른 시라 해도 좋을 정도인 문태준 시인의 해설이었다.

 

2권에 실린 시들만 살펴 보면 흔히 대중들이 즐겨 애송하는 시들과

시인들이 애송하는 시에는 조금의 간격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시를 즐겨 읽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집에 실린 상당수의 시와 시인들을

처음 접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시의 달인들이 선정한 작품들이라 그런지 일반 대중이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시집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시인이 어떤 시를 추천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문태준 시인의 해설도 좋았지만 그 시를 추천한 시인의 추천사를 실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과는 다른 시의 매력은 역시 짧은 글 속에 담긴

농밀한 인생의 깊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인들이 고심의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시어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은 시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일 것이다.

 

하루하루 힘든 전쟁을 치러내야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치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가 주는 감동을 잊고 산다면 삶의 소중한 기쁨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 대표시인들이 애송하는 이 시집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의 매력을 다시 알게 되었다.

늘 곁에 두고 삶이 나를 힘겹게 만들 때마다 꺼내 보면서

삶의 기쁨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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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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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제목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집

이 시집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주옥같은 잠언 시들이 실려 있다.

잠언이란 시집 해설에서 이문재 시인이 적고 있듯이

평범한 삶들 속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적으로

시대와 역사의 검증을 받고 살아남은 금강석과 같은 지혜이다.

어찌 보면 그야말로 일상의 경험을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이지만

거기에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철학이 담겨 있다.

 

시집 제목으로도 쓰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어찌 보면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시라 할 수 있다.

지금에야 깨달게 된 삶의 가치와 소중한 일들을 그때는 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 하지만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사실에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마더 테레사 수녀의 '한 번에 한 사람'은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와 함께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다는 테레사 수녀의 말을 바람둥이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ㅋ

 

한편 촌철살인의 유머를 담고 있는 잠언들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은

벌레 입장에선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한다는 거나 벼룩도 밤이 외로울 거라고 하거나,

자신이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달라는 애주가의 애기는 정말 위트가 넘치는 잠언들이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잠언들을 하나하나 읽어 보니 인종과 종교,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서

삶에 대한 지혜와 진리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언들 속에 담긴 삶의 지혜는 오래 우려 낸 차의 깊은 맛처럼

한 번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항상 곁에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다.

법정 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처럼 이 책도 늘 곁에 두고

삶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꺼내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류시화 시인은 잠언 시집을 엮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이 시집은 물론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도 주옥 같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던 보석 같은 시들을 찾아내는 그의 능력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좋은 시들을 찾아서 잠언 시집을 엮는 것도 좋지만

본인의 창작 시들을 만나고픈 소망이 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이후 그의 시집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나오지 않으니 목이 빠질 지경이다.

설마 시 창작 활동을 그만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젠 외도를 그만하고 본업에 충실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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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시선집
김남주 지음, 염무웅 엮음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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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시집을 접했을 땐 막연히 서정시를 엮은 시집인 줄 알았다.

물론 피가 등장해 심상치 않은 느낌은 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이 시집의 주인공 김남주를 김남조 시인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시집을 넘기자 말자 나의 착각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 김남주는 솔직히 이 시집을 읽기 전엔 몰랐다.

(그러니 김남조와 헷갈리는게 당연하다. ㅋ)

그가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시인이란 사실은 이 시집으로 알게 되었다.



60~80년대 우리는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명목하에 민주주의의 암흑기를 살았다.

생계 해결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정신이 없던 사람도 있었고

억압에 맞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김남주는 후자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민중을 위해 투쟁하는 시인이 바로 김남주였다.

그의 시의 대다수가 그가 교도소 수감 시절에 작성되어

시 곳곳에 그곳에서의 삶이 여실히 녹아 있었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렸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그의 시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다만 그 시절을 직접 겪지 않고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뿌리 내린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이 시집을 읽기엔 좀 거북한 점이 있었다.

시어들이 날카롭고, 아파하며 울부짖고, 분노에 몸부림치고 있었고

극단적인(?) 반미와 대결을 부르짖는 선동의 시들이 많아서

그 당시엔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거부감이 생기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들 속에 담긴 그 당시 그의 치열했던 삶은

이미 당연한게 되 버린 지금에는 그 의미가 무색해진 듯하다.

꽃 속에 피가 흐를 정도로 불꽃같이 타올랐던 그의 신념이

무심한 오늘날 우리들에 의해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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