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중력가속도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명훈의 소설은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려 있던 '안녕, 인공존재'로 첫만남을 가졌고

'타워', '맛집 폭격'을 읽어봤는데 기존에 접했던 한국 소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설정으로 무장한 작품들이어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 같지만

무엇보다 신선한 발상들이 잘 버무려져 소설을 읽는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배명훈 작가가 그동안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단편 10편을 모아놓았는데

작가 특유의 매력이 잘 담겨 있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제목만 봐도 보통의 소설들과는 달라

범상치 않는데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예술과 중력가속도'를 비롯해 '유물위성', '스마트 D' 등 

과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많았다. 로봇 3원칙을 연상시키는 '스마트 D 3원칙'이라는

특이한 원칙을 내세운 '스마트 D'에서 '스마트 D' 3원칙은 첫 번째 D는 인간의 소유이고, 두 번째 D는 

스마트 D사의 보호를 받으며, 스마트 D사는 D 문자가 포함된 단어만 보호할 수 있다는 이상한 원칙

이었는데 이런 설정으로도 흥미진진한 얘기를 만들어내는 게 바로 배명훈 작가의 능력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예언자의 거울'이었는데 핵전쟁으로 멸망한 세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서로 핵을 사용하면 같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아이러니한 핵 억지력이 현재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북한의 김정은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 핵을 가지게 되면 정말 언제 미친 척 핵을 사용할지

모르고 그러면 자동으로 보복공격이 이뤄져 연쇄 핵무기 사용으로 지구가 멸망할 수 있는 상황을

작품에 잘 담아냈다. 보복공격으로 핵무기를 사용한 핵잠수함이 깊은 바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과 범고래들의 공격을 받는 흰수염고래를 구하기 위해 출동하는 혹등고래들의

상황을 묘하게 교차시키면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예비군 로봇'이란 작품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잘 사용되었는데, 갑자기 백수가 되어 가지고 있던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를 활용하기

위해 중장비를 구입해 화성개발 하청회사 일을 하다가 느닷없이 중장비가 예비군훈련에 동원되는

바람에 졸지에 예비군 훈련에 가야했던 은경이 나토연합군이 기계연합군을 무찌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쟁영웅이 되는 황당한 얘기가 펼쳐지지만 왠지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0편의 작품 중 어느 하나 평범한 작품이 없다고 할 수 있었는데 모두 SF적이면서도

그 속에 다양한 얘기들을 녹아내어 역시 세상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진 작가의 재능을 잘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조금씩 다양한 장르의 토종작가의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지만 여전히 장르소설의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소설계에서 배명훈이란 브랜드는 역시 다른 작가와의 차별화되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잘 보여준 단편집이었다. 다음에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를 가지고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