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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가 될 때
김소월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시와는 그리 친한 게 지낸 편은 아니지만 가끔이나마 시를 읽으면 사막처럼 메마르고 삭막했던 마음에
감수성이라는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이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사랑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들을 모은
시집인데, 친숙한 작품은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처음 만나는 작품들은
설레는 첫만남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김소월의 '초혼' 정도가 기존에
알던 구면이라면 나머지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 책을 통해 접한 새로운 얼굴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김용택, 안도현, 김남조, 유치환 등 시인 이름이라도 아는 경우는 처음 만난 어색함이 덜했다.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아름다운 약속의 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라는 총 6장으로 나눠서 시들을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데, 각 장마다 그다지 명확한 구분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각 장마다 11~12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단순히 시만 소개하고 있어 솔직히 이 책의 기획 의도랄까
해설같은 걸 같이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에 실려 있는 시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니 잊고 지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사랑에 관한
시는 아무래도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상태여야 더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그냥 진부한 수사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단어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과
시인이 얘기하고자 하는바가 어렴풋하게나마 전해져온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읽은 사랑에 관한 시집은 이미 전멸한 줄 알았던 내 몸 안의 사랑 세포를
일시적으로나마 소생시키는 역할을 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