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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4 - 임진왜란 ㅣ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4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5년 10월
평점 :
가끔 TV에서 '역사저널 그 날'이란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는데
우리 역사 속 긴박했던 순간을 재조명하면서 패널들이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에서 논박을 벌여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과 상당히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방송된 내용 중 조선시대의 분수령이 되었던 임진왜란과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담고 있는데 총 7장에 걸쳐 임진왜란의 시작과 끝, 핵심인물인 이순신, 류성룡, 광해군을 집중조명한다.
먼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 조신통신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나서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의 상반된 보고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본이 침략할 것이라는 서인인 황윤길과 그렇지 않다는 동인인 김성일의 주장에
동인인 서장관 허성은 오히려 서인인 황윤길의 주장에 동조하지만 선조는 김성일의 주장에 따른다.
흔히 김성일의 잘못된 상황인식이 임진왜란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김성일이 일본이 침략할 거라 주장했어도 아마 선조는 설마 그럴 수 있겠냐며 안이한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예나 지금이나 안전불감증에 만연한 건 민족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 건국 이후 제대로 된 전쟁을 한 적 없이 200년 동안 평화로운 시대를 보내고
사림이 집권하면서 점점 현실과는 거리가 먼 탁상공론에 빠져들면서 위기가 잉태되고 있었다.
결국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하여 임진왜란이 시작되자 조선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일본군은 한반도에 상륙한 지 20일도 안 되어 한양에 입성한다.
전투 없이 그냥 가도 그 정도는 걸릴 시간인데 얼마나 조선의 방어가 무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임진왜란의 주범이랄까 최종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선조는 무책임하게 자기 혼자 살겠다고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가는데 임진왜란 중에 선조가 하는 짓을 보면 정말 가관이라 할 수 있었다.
국정 책임자가 저 모양이니 나라가 쑥대밭이 된 건 어쩌면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이 그나마 조선군의 숨통을
틔어 주었는데 류성룡이 임진왜란 직전에 이순신을 전라좌수사에 파격적인 천거를 한 것은
그야말로 조선의 운명을 결정 지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왜란의 관계는 늘 헷갈리고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임진왜란이 1592년 발발 이후 1593년 명나라 원군의 도움으로 평양성을 탈환하여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4년간 강화교섭을 하지만 결렬되어
1597년에 일본군이 다시 침입한 게 바로 정유재란이었다.
이때도 교섭의 주체가 명나라와 일본이고 정작 조선이 배제된 채 조선땅과 볼모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으니 강대국들에게 치이는 신세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 처절한 반성을 담은 류성룡의 '징비록'이나 전쟁 중 마지못해 세자에 책봉되었다가
전쟁 후 간신히 보위에 오른 광해군의 얘기까지 임진왜란의 발발 이전부터 종료 이후의
파란만장한 조선의 격동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잘 정리했다.
임진왜란이란 조선 일대의 사건을 보면 항상 위험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방심하다가
막대한 인명손실을 입고도 지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하는
한심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역사를 잊은 민족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역사 속 그날을 재조명해서
역사의 공과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