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세자들 - 왕이 되지 못한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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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에 대해선 워낙 많은 문화 콘텐츠들이 있어서 왠만한 얘기들은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대부분 왕을 중심으로 한 얘기들로 권력 다툼의 과정에서 생긴 사건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의 제목처럼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들만 따로 다루는 책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왕이 되지 못한 대표적 인물로는 아버지 영조에게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나 아버지 태조에게 세자

자리에서 쫓겨난 양녕대군 정도가 떠오르는데 이 책에서는 조금은 낯선 인물들도 상당수 등장해

과연 그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책에선 왕이 되지 못한 비운의 왕세자를 왕세손까지 포함하여 크게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폐세자가 된 4명, 요절한 6명, 폐세자가 되었다가 복위된 사도세자와 대한제국 최초이자 유일한

황태자 의민황태자 이민, 단명한 왕세손 2명까지 총 14명의 왕세자 내지 왕세손을 다루고 있다.

폐세자가 된 인물 하면 양녕대군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보다 먼저 최초의 타이틀을 차지한

사람이 있었으니 조선의 첫 번째 왕세자였던 의안대군 이방석이었다. 태조 이성계가 총애한 계비

신덕왕후 강씨와의 사이에 태어난 막내 아들인 이방석은 아버지의 사랑과 신권 중심의 나라를 만들려는

정도전 등 개국공신 세력들의 지지로 첫 왕세자의 영광을 차지하지만 장성한 이복형들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결국 왕자의 난으로 최초의 폐세자이자 살해된 세자가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는데 이때부터 조선왕조의 골육상쟁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그와 반대로 폐세자가 되고도

천수를 누린 사람이 바로 양녕대군이다. 그가 세종에게 왕위를 빼앗겼기(?) 때문에 명군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세조의 왕위찬탈을 옹호하는 등 종친 어른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진 못했다. 나머지 두 명은 생각도 못했던 연산군과 광해군의 장자들이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왕이어서 왕이 되는 게 누워서 떡 먹기였지만 운명은 그들을 결코 왕이 아닌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았다. 다음으로 요절한 왕세자 중엔 역시 소현세자가 단연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인조의 독살설이 유력한 소현세자는 못난 아버지가 왕이 되면서 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못난 아버지 때문에 본인은 물론 처자식이 몰살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그 외에 부모

등의 죄를 대신 일찍 갚은 듯한 인물들로 세조의 장자였던 의경세자(성종의 아버지로 덕종으로

추존)나 할머니 문정왕후의 죄를 대신한 듯한 명종의 아들이자 마지막 적통이었던 순회세자, 역시

아버지 영조 대신 일찍 간 듯한 효장세자,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까지 조선

왕실은 유독 요절한 왕세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것도 대부분 피를 보고 왕이 된 자들의 자식들이어서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했다. 폐세자가 되었지만 유일하게 복위된 인물은 친숙한

사도세자였고, 영친왕으로 더 잘 알려진 의민황태자가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라 할 수 있었다.

단명한 왕세손까지 저자는 조선 왕실의 능, 원, 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생생한 사진까지 싣고

있어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많았는데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영친왕의 약혼녀 민갑완의 사연은

정말 비극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다. 영친왕과 딱 한 번 만나고 정식 약혼녀가 되었지만 일제에

의해 영친왕이 일본 왕실의 이방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졸지에 파혼녀 신세가 되어 평생 외롭게

혼자 살다 쓸쓸하게 죽어가야 했던 그녀의 한 많은 인생에 저절로 마음이 짠해졌다. 이 책을 보니

조선왕실의 왕릉 투어를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잘 정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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