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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국역사인문교육원(미래학교) 지음 / 창해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2년 전부터 경복궁을 필두로 서울 시내 궁궐들을 명절 때 둘러보곤 했는데 궁궐과 왕릉은 조선을
대표하는 유적들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도
내가 가본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반가웠었는데 이 책도 궁궐과 왕릉을 중심으로
600년 조선문화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에 알고 보니 전에 봤던 '서울 옛길 사용
설명서'와 동일한 곳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만든 책이었다. 총 16개 주제를 한 명씩 담당하여 집필한
이 책은 단순히 궁궐과 왕릉만 다루는 게 아닌 그곳에서 살았던 왕과 왕비, 왕자, 공주, 궁녀, 내시들의
삶을 비롯해 용, 잡상, 오례, 품계훈작 등 관련된 여러 분야를 총망라하여 소개한다. 먼저 궁궐의 주인
이라 할 수 있는 왕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왕의 어원부터 왕의 일상까지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다뤄진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여기지는 왕도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표대로 생활해야 해서 결코 편한
직업이라 할 수 없었는데 그나마 여가생활이 격구(서양의 폴로 경기와 유사)나 격방(오늘날 골프와
유사), 활쏘기 정도였으니 그리 즐길 거리가 많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궁궐의 살림을 책임지는 왕비나
자기 뜻대로 살기 어려웠던 왕자와 공주의 삶도 간략하게 엿볼 수 있었다. 궁녀는 오늘날로 치면 여성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데 최고 자리인 정5품 제조상궁을 필두로 나인, 애기나인과 그 밑에 무수리 등이
있었다. 궁녀들이 보통 하루 열두 시간 일하고 서른여섯 시간 쉬는 격일제 근무를 했다는 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상대적으로 지출할 데가 없는 궁녀들은 고소득자로 상당한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내시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는데 환관 생성 4가지 방법 등 내시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궁궐이나 종묘 등 주요 시설물 추녀마루에 있는 토우를 가리키는 잡상이나 경복궁에 주역의 원리가
담겨진 사실, 존호, 연호, 시호, 능호 등 왕을 부르는 다양한 호칭도 이번에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세종, 정조 등은 모두 묘호였다. 세조의 경우 원래 '신종', '예종', '성종' 세 가지가
추천되었지만 아들인 예종이 아버지에게 '국가를 중흥시킨 공'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조'가
들어낸 세조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궁궐과 왕릉을 중심으로 조선왕조의 다양한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기존에 알던 내용들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고,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또 다른 주제를 선정해 우리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들을 출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