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걷다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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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비교적 현재와 가까운 시대에 있었던 나라인지라 곳곳에 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

실록 등 많은 기록들이 남아 있어 조선시대를 다룬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전에 재밌게 읽었던 '비운의 왕세자들'과 '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의 저자가 쓴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를 빛낸(?) 주요 인물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전국 각지를 둘러본

기록을 담았는데 코로나 시국이라 돌아다니기 조심스러운 요즘에 이 책을 통해 저자를 따라 조선의 

흔적을 발견하는 여행을 함께 떠났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 3장으로 나눠 조선 역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긴 인물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남겨

놓은 유적들을 찾아 헤맨다. 먼저 1장에선 조선의 건국자인 태조 이성계와 그의 오른팔 삼봉 정도전,

그리고 조선, 아니 대한민국 대표선수인 이순신 장군을 다룬다. 이성계는 함흥 출신이라 그의 어진과

후손들이 살고 있는 전주를 먼저 찾아간다. 현재도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승광재에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씨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아는 '비둘기집'이란 노래를 부른 가수란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전주객사, 전주감영 등을 둘러본 후 이성계의 5대조 할아버지인 이양무의 묘가 있는 

강원도 두타산까지 찾아간다. 이성계의 4대조까지는 목조, 익조, 도조, 환조라며 왕으로 추존되었는데 

5대조의 묘는 오랫동안 버려져 있다가 고종떄에서야 찾아내 묘역을 정비했다고 한다. 정도전은 조선 

건국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이방원 일당에게 살해된 후 역적의 오명을 뒤집어썼다가 고종때에야 신원

회복을 했는데 묘조차 없이 봉화 정씨 집성촌이 있는 평택에 가묘와 사당, 기념관 등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예상 외로 서울 출생이고 맹활약한 남해안 일대에 그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어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장군과 관련한 공간들을 만들어놓았다. 한양도성길과 관련해선 남산성곽길에 있는 안중근

의사기념관 등이 소개되는데 마침 내가 여름에 다녀와서 더욱 반가웠다.   


2장에선 황희 정승을 필두로 신사임당, 허난설헌, 송시열, 정약용, 김정희를 다루는데 특히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묘한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신사임당은 강릉 출신이란 게 유명하지만 허난설헌도 강릉 

출신인 줄은 이번에 알았는데 신사임당이 시댁과 남편의 양해를 받아 친정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반면

허난설헌은 시집살이를 하다 아이들을 모두 잃고 자신도 27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보통 신사임당을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대학자 이이를 키운 현모이기는 해도 남편과 오랫동안 별거생활을 해서

양처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났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크게

꽃 피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허난설헌은 애달픈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할 수 있었다. 송시열, 정약용,

김정희는 모두 유배생활의 대가(?)들이어서 제주도, 강진 등 여러 유배지들에 흔적을 남겼는데 요즘은

이곳들이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3장에선 조선 왕실의

비운의 주인공들인 단종, 연산군, 광해군, 명성황후를 다룬다. 세 명은 모두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되는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고 명성황후는 일제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 명의 왕은 

유배지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해 그곳들이 요즘은 새롭게 부각되고 있고 명성황후는 임오군란때 50일이

넘도록 충청도 등지로 도망다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과 관련된

여러 장소들을 저자가 직접 답사를 하고 사진 자료와 감상 등을 수록해놓아 마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주었는데 이 책에서 알려준 여러 장소들을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

그곳에 남겨진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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