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를 스스로 알기



  보일러를 스스로 아는 길은 여럿일 텐데, 저는 여러 길 가운데 손수 보일러를 장만해서 집에 붙이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지난주에는 순환펌프가 맡은 일을 조금 더 깊게 배웠고, 오늘은 순환펌프에서 콘덴서라고 하는 작은 전자장치가 하는 일을 조금 더 넓게 배웁니다. 이 배움길을 걸으면서 돌아봅니다. 어릴 적에 누가 저한테 보일러 배관이나 손질이나 새로놓기를 가르친 적이 있는가 하고요. 아이 손힘으로는 보일러를 놓거나 손질하기는 만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덧 아귀힘이 부쩍 세지는 날을 맞이해요. 어릴 적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 무엇을 어디에 맞추어야 할는지 모르겠지요. 콘덴서 다음으로는 또 무엇을 배우려나 헤아려 봅니다. 조금 더 깊고 넓게 배우면, 아마 스스로 난로를 뚝딱뚝딱하는 길까지 배우려나 하고 어림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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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휘트니〉를 보겠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간 휘트니 휘스턴(Whitney Houston) 님 삶자락을 보여주는 영화가 나왔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극장에서 볼 수 없으니 디브이디로 나와서 팔 때까지 기다리면 언젠가 이 영화를 볼 수 있겠지요. 휘트니는 노래를 부를 적에 즐거웠을까요? 노래를 부를 적에는 이 별을 잊고 다른 별에서 날아오르는 꿈을 꾸었을까요? 이 땅에 들어와서 비를 실컷 뿌려 주었으면 싶은 태풍이 고흥을 살며시 스쳐서 지나가는 듯한 아침에 휘트니 노래를 가만히 되듣습니다. 이녁은 태풍 같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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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는 책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을 하려고 부딪힌다면 늘 즐겁구나 싶어요. 아직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나선다면 언제나 신나는구나 싶어요. 부딪히기란 즐거운 배움짓이고, 나서기란 신나는 배움길이지 싶습니다. 낯선 책을 손에 쥐어 읽으려는 몸짓은, 낯설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읽고서 우리 삶을 새롭게 짓도록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하는 일이지 싶습니다. 책읽기란, 나한테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 나한테 낯선 이야기를 굳이 애써서 찾아나서면서 부딪히고 새롭게 생각하는 배움놀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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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는 책읽기



  서울마실길에 어느 공원에서 마을아이들하고 어울려 놀던 큰아이는 어느 어른이 귀뚜라미를 함부로 손가락으로 튕겨서 날리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큰아이는 귀뚜라미가 깜짝 놀라며 아파하는 줄 느꼈고, 귀뚜라미를 손가락으로 튕긴 어른한테 귀뚜라미가 싫어하는 그런 걸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답니다. 귀뚜라미를 손가락으로 튕긴 어른은 큰아이한테 ‘어른한테 그런 말 하는 것 아니다!’ 하면서 나무랐다고 하더군요. 큰아이는 울먹울먹하면서 말을 못하고, 큰아이하고 어울려 놀던 마을아이들이 이 얘기를 들려주었어요. 큰아이를 토닥이고 품에 안고서 속삭였습니다. “벼리야, 누가 벼리를 보고 예쁘고 멋지고 훌륭하다고 하면 기쁘니? 생각해 보렴. 누가 벼리를 보고 좋다고 하든 나쁘다고 하든, 그건 벼리 참모습이 아니야. 그저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그 사람 모습일 뿐이야. 누가 우리를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기에 우리가 아름답지 않아. 누가 우리를 보고 멍청하다고 말하기에 우리가 멍청하지 않아. 우리는 우리일 뿐이야. 몸집은 어른이지만 어른이 아닌 사람이 많아.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벼리 같은 어린이를 얕보는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들이 벼리한테 무슨 말을 할 적마다 웃을 일도 울 일도 없단다. 벼리 마음을 보렴. 그리고 귀뚜라미는 걱정할 일 없어. 귀뚜라미는 풀밭에 깃들어 잘 쉴 테야.” 멋모르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멋모르고 뜬금없이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밝히는 책을 손에 쥐고도 이 이야기를 저 이야기나 그 이야기처럼 잘못 짚는 사람이 있습니다. 멋모르는 말에 하나하나 대꾸하다가는 우리 삶이 흐려지겠지요. 겉멋을 꾸미는 길이 아닌, 삶멋을 짓고 삶맛을 펴며 삶길을 고이 가꾸는 마음을 품으며 비로소 어른이 되는 이웃을 그립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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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많아도



  돈이 많아도 이 돈을 어디에 쓸 줄 모른다면, 주머니에 돈이 어마어마하더라도 돈이 제구실을 못합니다. 책이 많아도 이 책을 읽고서 어디에 쓸 줄 모른다면, 머리에 담은 지식이 엄청나더라도 책이 제몫을 못합니다. 모으는 데에서 그칠 돈이 아닌, 어디에 어떻게 쓰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삶이 되도록 하려는가를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읽는 데에서 그칠 책이 아닌, 어디에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기쁘고 사랑스러운 살림이 되도록 다루려는가를 익히고 알아야 하지요. 지식이나 이론은 아무리 많아도 덧없습니다. 삶이 있어야 하고, 살림을 해야 하며, 사랑을 지을 줄 아는 사람으로 하루를 열고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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