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41. 작은아이


  2018년 6월에 일본마실을 할 적에 비바람이 드세었습니다. 그날 간사이공항에서 내리는데 하늘이 온통 구름에 비라 아이들이 바깥을 구경하기 나빴다며 툴툴댔어요. 7월에 새로 일본마실을 했고, 큰아이는 하늘을 보며 온갖 모습을 누릴 수 있어 기뻐합니다.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공항에 와서 비행기에 타기까지 이래저래 땀 빼며 달리고 노느라 새근새근 잠들어 꿈나라 구경을 합니다. 곯아떨어져 고개를 이리 툭 저리 톡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두 눈으로 가만히 담습니다. 작은아이 몸짓하고 숨소리를. 한 손으로 포근히 쓰다듬으면서 담습니다. 작은아이 꿈결하고 낯빛을. 온마음으로 넉넉히 안으면서 담습니다. 작은아이 볼을 타고 흐르다가 마른 땀방울을. 사진기는 곁에서 얌전히 함께 잡니다.


2018.7.20.쇠.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길 40. 값어치 있는 사진책


  돈값으로 따져서 비쌀 적에 값어치 있는 사진책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가 손으로 만져서 펼치고, 펼쳐 넘기는 동안 두 눈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스며들어서 이야기가 새롭게 샘솟도록 이끌 적에 비로소 값어치 있는 사진책이지 싶습니다. 유리진열장에 집어넣는 바람에 손으로 만질 수 없다면 사진책 아닌 유물이 되겠지요. 유물로는 ‘유물 정리자가 붙인 몇 마디 풀이글’을 외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진책이 사진책답게 값어치가 있으려면,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손길로 찬찬히 펼쳐서 저마다 다른 눈길로 즐겁게 읽고 새겨서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지 싶어요. 사진책도서관이라 한다면, 사진책을 온몸으로 만져서 사진에 깃든 삶을 온마음으로 헤아리는 쉼터입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길 39. 가두니 갇힌다


  사랑을 가두면 사랑이 못 깨어나요. 꿈을 감추면 꿈이 못 일어나요. 생각을 억누르면 생각이 못 자라요. 이야기를 옭매면 이야기가 못 피어나요. 우리는 사진을 어떻게 찍을 적에 즐겁게 노래할까요? 우리는 어떤 삶길을 씩씩하게 걸으면서 춤추며 사진기를 쥐어야 아름답게 눈부시게 곱게 환하게 사진을 밝힐 수 있을까요? 가두면 다 갇힙니다. 열면 다 열립니다. 눈길도 손길도 마음길도 생각길도 사랑길도 삶길도 꿈길도 모두 열어요. 그리고 사진책을 누리는 책길도 함께 열어요.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길 38. 그대는 낡지 않아요


  흔히들 어떤 사람은 스스로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밝힙니다. 그분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진보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여요. 그렇다면 ‘보수·진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수나 진보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이런 이름에 제 모습을 감추거나 엉뚱한 길을 가지는 않을까요? 참다운 뜻으로 보수란, 지키면서 돌보는 길입니다. 참다운 뜻으로 진보란, 새롭게 지으면서 가꾸는 길입니다. 지킨다고 해서 거머쥐거나 끌어안지 않아요. 돌볼 줄 아는 길이어야 지키는 길입니다. 외곬로 붙들어맨다면 지키기가 되지 않아요. 새로짓기도 이와 같지요. 남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야 새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배우려는 몸짓으로 손수 짓는 기쁨을 누릴 적에 참다이 진보입니다. 그리고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두 배우는 삶이 되어야 이러한 이름이 어울립니다. 배우려 하지 않고서 스스로 어떤 틀을 세워 보수입네 진보입네 하고 읊는다면 그저 낡은 길입니다. 그대논, 우리는, 서로서로 낡을 일이 없습니다. 낡지 않으려면 배우는 하루입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길 37. 옷차림 따지는 교장


  옷차림을 따지는 교장이 있습니다. 이녁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맙니다. 겉모습을 보고서 ‘얌전해 보여야 말을 잘 하’고 ‘얌전해 보이지 않으면 말을 엉성하게 하’리라 여깁니다. 그래서 옷차림을 따지는 교장은 아무한테서도 못 배웁니다. 그리고 옷차림을 말쑥하게 꾸며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다가와도 좀처럼 못 알아차리지요. 우리가 읽을 모습이란 옷차림이 아닌 마음일 테지만, 속 아닌 겉을 보는 이는 사진을 앞에 두고 ‘작가 이름값’ 따위에 얽매여서 이야기를 영 못 읽고 맙니다.


2018.7.8.해.ㅅㄴㄹ /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