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질받는 녹색연합



저녁에 비로소 기운을 되찾아 사전 올림말 뜻풀이를 붙이려고 하다가 문득 ‘녹색연합 과대포장’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먼저 한숨부터 절로 나옵니다.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를 잊었구나 싶습니다. 더욱이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설 선물이라면, 이를 청와대에 바로 공문서로 묻는 글을 써서 띄우면 되지, ‘인스타 사진질’은 말아야지요. 환경을 살리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길은 무엇이든 스스로 지어서 누리기입니다.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녹색연합은 첫째 “선물 안 받기”를 외칠 노릇입니다. 설이건 한가위이건 청와대에 말씀을 여쭈어 “녹색연합은 선물을 안 받겠습니다” 하고 외치면 되어요. 선물이 왔어도 돌려주면 되지요. 이렇게 했다면 아무 말썽이 안 날 뿐 아니라, 오히려 손뼉을 받겠지요. 또는 녹색연합 일터하고 가까운 어르신 쉼터에 이 선물을 챙겨서 가져가서 마을 어르신이 드시도록 선물로 드려도 좋아요. 다음으로 좋은 길은 ‘다시쓰기’를 하면 됩니다. 선물꾸러미에서 나온 플라스틱을 다시 쓰기는 쉽지 않지만, 녹색연합에서 다른 곳으로 ‘깨질 만한 것’을 상자에 꾸려서 보낼 적에, 이들 플라스틱 꾸러미를 비닐자루에 담아 ‘완충재’ 구실을 하도록 다시쓸 수 있어요. 이렇게 하고서 이를 ‘인스타 사진질’을 한다면 사람들한테서 손뼉을 받으리라 봅니다. 셋째로 좋은 길을 든다면, 고맙게 받은 선물을 기쁘게 누리고서 제대로 ‘나눠 버리기’를 하면 되어요. 그리고 이를 굳이 ‘인스타 사진질’로 밝힐 일도 없이 아무것도 아닌 여느 일로 지나가면 됩니다. 삶이라고 하는 책, 여기에 살림이라고 하는 책, 그리고 사랑이라고 하는 책을 읽으면 좋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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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읽었다



  “책 많이 읽었다”고 말할 적에는 온갖 책을 잔뜩 읽은 사람이기보다는, 곁사람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스스로 길을 새로 지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헤아리고 싶습니다. 집에 건사한 책이 잔뜩 있다는 뜻보다는, 조약돌 하나도 책으로 느끼고 아이들 소꿉놀이도 책으로 느끼며 바람 한 줄기도 책으로 느껴서 배운다는 뜻으로 살피고 싶습니다. 이웃님한테 넌지시 이야기합니다. “저는요, 우리 책숲집에 건사한 종이꾸러미인 책도 즐겁게 읽지만, 곁님 목소리나 아이들 눈빛을 비롯해서 구름결하고 흙알갱이하고 씨앗 한 톨이라고 하는 책을 즐겁게 읽는 살림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려 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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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쉼



다리를 쉬려면 일찌감치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순천서 작은아이 새 잠옷이랑 털신을 장만한 다음 귤하고 딸기까지 장만합니다. 이러고서 버스를 타고 '골목책방 서성이다'에 들릅니다. 작은아이는 그림책을 넘기다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어깨에 기운이 돌기를 기다리면서 몇 가지 책을 눈으로 담고 읽다가 장만해서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어야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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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을 책


아산으로 이야기마실을 와서 기쁘며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사 이웃님한테 천안에 있는 헌책집 〈갈매나무〉하고 〈뿌리서점〉에 보물 같은 책, 이른바 ‘꽃책’이 잔뜩 있다고 말씀을 여쭈면서, 제 살림돈이 모자라 눈앞에 아른거리면서도 장만하지 못한 책이 참 많다고, 적어도 300만 원어치 책을 장만해서 사전짓기라는 길에 곁책으로 삼고 싶다고, 그렇게 못 장만한 300만 원어치에 이르는 책 가운데 하나로 ‘조선총독부에서 낸 국어 교과서’ 하나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야기꽃을 마치고 함께 낮밥을 먹는 자리에서 교사 이웃님 한 분이 저한테 말씀합니다. “최 선생님이 못 샀다는 책 가운데 조선총독부 교과서 하나는 제가 선물로 사 드리고 싶습니다.” 책선물이란 마음선물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책선물이란 사랑선물일 테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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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아서



아직 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살던 무렵, 오늘날 제 몸으로 보자면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든지 ‘그럼에도’ 같은 말씨를 곧잘 썼어요. 이제 이런 말씨는 안 씁니다. 어설픈 번역 말씨라서 안 쓰기보다는 제 넋이나 뜻을 살뜰히 담아낼 만한 말시가 아니로구나 싶어서 안 써요. 이웃님이 이 대목을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말씨를 가다듬거나 바로잡는다고 할 적에는 ‘안 옳다’거나 ‘틀리기’ 때문이 아니에요. 때로는 두 가지, ‘안 옳’거나 ‘틀려’서 가다듬거나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는, 아름답지 않고 즐겁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고 반갑지 않고 달갑지 않고 신나지 않아서 안 쓴다고 해야지 싶어요. 생각해 봐요. 우리가 즐겨쓰는 말씨란 말 그대로 즐겁게 쓰는 말씨입니다. 즐겁게 쓸 말씨를 쓰되, 즐겁게 쓰는 말씨가 우리 스스로 보기에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가를 돌아볼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나아가는 길에 벗님이 될 책을 살펴서 장만하고 읽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이는 몸짓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헤아리고, 이 아이들하고 새로 지울 기쁜 살림을 꿈꾸면서 하루를 열려고 해요. 책이란 참 재미있어요. 우리 삶을 담아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스스로 지을 삶을 넌지시 귀띔해 주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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