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72. 날아올라



  아이들 걸음은 그냥 걸음이 아닙니다. 때로는 나비걸음, 때로는 바람걸음, 때로는 해님걸음, 때로는 사마귀걸음, 때로는 콩콩걸음, 때로는 폴짝걸음이에요. 노래하며 걷기도 하고, 춤추며 걷기도 하지요. 어떤 대단한 일이 있기에 노래하거나 춤추지 않습니다. 늘 스스로 노래하거나 춤추면서 모든 하루를 대단한 날로 바꾸어 냅니다. 날아오르면서 걸어요. 걷다가 날아올라요. 날아오르려고 걸어요. 걸으면서 날아오르려고 꿈꾸어요. 하루는, 삶은, 이야기는, 사진은 날아오르려는 몸짓이지 싶습니다. 2017.10.30.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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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71. 잎내음



  꽃에서는 꽃내음이 흐릅니다. 밥에서는 밥내음이 흐르고요. 글 한 줄에는 글내음이 흐르고, 책 하나에는 책내음이 흘러요. 웃음을 짓는 얼굴에 웃음내음이 흐르고, 노래하는 목소리에 노래내음이 함께 흐릅니다. 마을에서 마을내음을 맡을 수 있을까요. 숲에서 숲내음을 맞아들일 수 있을까요. 늘 흐르는 바람에서 바람내음을 살포시 맡고는, 나무가 떨구는 가랑잎에 깃든 가을빛 서린 잎내음을 맡는 하루를 지켜봅니다. 우리한테 싱그러운 내음을 고이 베풀다가 흙으로 돌아가려는 잎사귀입니다. 2017.10.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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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70. 마루책



  마루가 길어, 길게 펼치는 책을 펼칩니다. 책이 길어, 마루는 책을 길게 펼치는 자리가 됩니다. 아이는 길게 책을 누리고 싶어 마루를 널찍이 씁니다. 책은 아이 손길을 타면서 길고 길게 펼쳐지며 제 온 모습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책은 아이를 만나고, 아이는 책을 만납니다. 책은 마루를 만나고, 마루는 책을 만납니다. 책이랑 마루는 아이를 만나서 서로 새삼스레 마주합니다. 더운 볕은 처마 밑을 지나면서 스러집니다. 싱그러운 바람은 마당에서 나무를 스치며 마루로 들어옵니다. 길게 펼치는 책에 깃든 앙증맞은 이야기가 번집니다. 2017.6.2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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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9. 뜨개이불


  곁님이 한 땀씩 뜨개질을 해서 지은 이불을 빨아서 말립니다. 두 아이는 이 뜨개이불 밑으로 들어가서 해를 가리며 놉니다. 아이들 놀이는 어른이 시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절로 마음에서 우러나오기에 하지요. 어버이로서 오래도록 품을 들여 살가이 빚은 살림이 있고, 아이들은 어버이가 짓는 살림을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누리는 놀이가 있어요. 두 가지가 어우러지면서 한 가지가 피어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사진을 언제 왜 찍느냐 하고 묻는다면, 바로 이러한 결을 느끼는 자리에서 저절로 우러나서 찍는다고 이야기합니다. 2017.4.2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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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8. 모깃불 마당



  모깃불을 피우는 마당은 놀이를 하는 마당입니다. 놀이를 하는 마당은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마당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이 마당에서 시멘트를 걷어내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마당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시멘트를 말끔히 걷어내어 살뜰한 풀밭이 될 만하겠지요. 개구리도 두꺼비도 구렁이도 찾아드는 풀마당이 된다면, 이곳은 개미도 풀벌레도 한껏 어우러지는 자리가 될 테고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마당은 무엇이든 벌어지거나 하는 너른 터였어요. 이 ‘집마당’을 우리 스스로 잊거나 잃기에 ‘마을마당’을 잊거나 잃고, ‘나라마당’까지 잊거나 잃지 싶어요. 오늘날 우리는 사진 한 장에 마당을 얼마나 담아낼 만할까요? 마당을 모르면서 자란 사람이 마당을 사진으로 찍을 엄두나 낼 수 있을까요? 2017.4.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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