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8. 집으로



  마음껏 놀면서 자라는 어린이입니다. 실컷 조잘거리면서 크는 어린이입니다. 무엇이든 해보면서 철드는 어린이입니다. 언제나 꿈을 그리면서 사랑스러운 어린이입니다. 어른은 어떻게 자랄까요? 어른은 언제 클까요? 어른은 얼마나 철드는가요? 어른은 스스로 무슨 꿈을 그리기에 사랑스러울까요? 마실을 같이 다니면서 쉬잖고 뛰고 떠들던 어린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까무룩 잠듭니다. 이제는 어버이 어깨가 아닌 서로 어깨를 나란히 기대어 꿈나라로 갑니다. 집으로 가면 몸을 곧게 펴고 드러눕겠지요. 잘 자렴. 내려서 집까지 폭 업거나 안아 줄 테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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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7. 밥주걱



  만지면서 배웁니다. 요것을 만지니 요것한테서 흐르는 기운을 배워요. 조것을 건드리니 조것이 흘러온 기운을 배우고요. 만져 보지 않고서는 어떻게 다루는가를 알지 못해요. 건드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쓰는가를 알 길이 없어요. 아이들은 무엇이든 손으로 느끼고 혀로 살피고 눈으로 깨닫고 마음으로 알려 합니다. 서툴게 만지다가 쏟거나 엎을 수 있어요.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어긋나거나 틀릴 수 있어요. 아이한테 틈을 줘요. 아이가 틈새를 누리도록 해요. 해보고 다시 해보고 또 해보면서 스스로 삶을 맛보도록 아이 손에 밥주걱을 쥐어 주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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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6. 종이 사진기



  누가 “저는 왜 이렇게 책을 안 읽을까요? 책이 안 읽혀요.” 하고 묻습니다. “어떤 밥을 못 먹는 사람한테 왜 그 밥을 못 먹느냐고 따질 까닭이 없어요. 그저 못 먹을 뿐이에요. 저는 김치나 찬국수나 몇 가지 못 먹는 밥이 있어요. 그런데 저더로 왜 김치나 찬국수나 이모저모 못 먹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답니다. 몸에서 안 받으니 못 먹는 밥이 있어요. 어떤 분은 밀가루나 달걀이 몸에 안 받고, 어떤 분은 쌀조차 안 받아요. 생각해 봐요. 굳이 그 밥이 없어도 되니까 몸에서 안 받아요. 딱히 책을 안 읽어도 삶을 마음으로 읽을 줄 알면 종이책은 없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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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5. 가을책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이웃님한테 “어른이라면 아이랑 먹을 밥을 짓고, 어린이라면 동생이나 언니누나랑 먹을 밥을 지어 봐요. 손수 빨래하고 비질·걸레질을 하고, 맨발로 풀밭을 거닐며 들풀을 훑어서 씹어요. 나무를 타고 올라서 바람을 쐬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비놀이·눈놀이를 해요. 새벽에 별을 보며 일어나고 저녁에 별을 보며 잠들어요. 이러고서 붓을 쥐면 됩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림이건 빛꽃(사진)이든 매한가지입니다. 삶을 짓도록 살림을 가꾸면 무엇이든 저절로 돼요. 애쓰지 마요. 삶을 즐기고 살림을 가꾸는 오늘을 사랑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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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빛

사진노래 174. 골짜기



  물은 멧골에서 비롯합니다. 멧골에서 비롯하는 물은 바다에서 비롯합니다. 바다에서 비롯하는 물은 구름에서 비롯합니다. 구름에서 내리는 물은 바다에서 비롯하는데, 이 바닷물은 언제나 멧골에서 비롯합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물은 하나입니다. 다 다른 곳에 다 다르게 있으나, 언제나 흐르고 흘러서 어느 때에는 멧골에 바다에 구름에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물은 우리 몸이나 풀꽃나무나 열매를 이루지요. 흐르는 물이 늘 싱그러이 흐르도록 건사하는 손길일 적에 우리 몸이며 마음을 눈부시게 튼튼하도록 가꾸는 마음길이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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