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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우리말 살가이 살피기 ㉠ 띄어쓰기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없었습니다. 처음 훈민정음이 태어나서 훈민정음으로 쓴 책이든, 지난날 한문으로 쓴 책이든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굳이 띄어서 쓰지 않아도 되는 우리말이며 한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글을 읽기 몹시 어렵습니다. 지난날에는 따로 띄어서 쓰지 않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가를 훤히 알 수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하나하나 잘 띄어서 쓰지 않으면 엉뚱한 이야기로 여길 수 있습니다.

 띄어쓰기는 알파벳을 쓰는 서양에서 쓰는 글법입니다. 한자를 쓰는 중국이라든지 가나를 쓰는 일본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본책도 띄어쓰기를 아예 안 하지는 않으나,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에 띄어서 쓰는 까닭은, 띄어서 적지 않으면 무슨 글이고 무슨 뜻이며 무슨 얘기인지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말사랑벗들이 가만히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깨달을 텐데, 요즈음 글을 쓰는 사람치고 쉽고 알맞으며 바르게 글을 쓰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갖은 영어에 한자 지식 자랑이 넘칩니다. 쉽고 바르게 썼더라도 모두 붙여서 적으면 읽기에 만만하지 않을 텐데, 쉽지도 않고 바르지도 않은데다가 갖가지 영어와 한자를 집어넣은 글일 때에는 띄어서 적지 않으면 읽기에 얼마나 힘들까요.

 그러니까, 띄어쓰기란, 읽기에 알맞거나 좋도록 띄자고 하는 글법이요, 서로서로 맞은편 사람을 헤아리는 글쓰기입니다. ‘글 읽는 사람’ 마음이 되어 쓰는 글법이에요.

 그런데 우리말 띄어쓰기는 뒤죽박죽입니다. 한 가지로 튼튼히 서지 못해요. 어느 때에는 붙여도 되고 어느 때에는 띄어도 된다고 하는 예외규정이 아주 많아요. 더구나, 정부 국립국어원에서 마련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낱말이면 붙이고, 이 사전에 안 실린 낱말이면 띄어야 한다는 틀까지 있습니다.

 한편, 국어사전에 안 실렸으나 ‘한자로 지은 낱말’은 붙여서 써도 괜찮다는 ‘말없는 예외규정’이 있어요. 이를테면 ‘百夢’이나 ‘千夢’은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을 ‘띄어서 쓰라’ 하지 않아요. ‘百夢’이라면 백 가지 꿈이고, ‘千夢’이라면 천 가지 꿈일 테지요. 한자로 지은 이러한 낱말은 붙여서 쓰라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꿈길’을 이야기하듯 ‘사진길’이나 ‘책길’이나 ‘마음길’이나 ‘사람길’이나 ‘자전거길’이나 ‘버스길’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이러한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렸으니 띄라고만 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새롭게 일구거나 빚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띄어쓰기인 셈입니다.

 띄어쓰기를 옳게 가다듬는 일이란 어려울 수 있으나, 아주 쉬울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부록으로 실리는 띄어쓰기 말법을 읽으면 되고, 정 모르겠으면 ‘내 글을 읽을 사람이 잘 알아보도록 알맞게 띄자’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고 보면, 신문기자이든 출판사 편집자이든 국어학자이든 빈틈없이 띄어쓰기를 맞추지는 못해요.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나 대학교 국어학과 교수이든 띄어쓰기를 알뜰살뜰 여미지는 못합니다. 학자들조차 띄어쓰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나머지 ‘늘 국어사전을 다시 들추고 규정을 거듭 읽으’면서 살펴야 한답니다.

 아무렇게나 띄거나 함부로 붙여서는 안 됩니다만, 글을 쓸 때에 띄어쓰기에 지나치게 매이지 않아야 한결 홀가분하면서 아름다이 내 생각을 펼칩니다. 사랑스러이 말하고 싶어 ‘사랑말’을 빚을 수 있고, ‘사랑편지’뿐 아니라 ‘사랑일기’를 쓸 수 있어요. 이러한 말마디를 내 나름대로 만들고 싶으면 얼마든지 붙여도 됩니다. ‘즐겨찾기’가 한 낱말이 되듯, 말사랑벗 스스로 즐기는 말삶을 차근차근 일구면서 좋은 새말을 ‘붙여쓰기’ 하면서 마련할 수 있어요.

 언제나 살아숨쉬는 말입니다. 말사랑벗부터 살아숨쉬는 고운 목숨입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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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꼭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배워야 하고, 영어로 어떤 일을 하거나 영어로 된 책이나 영화를 즐기고 싶으면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외국여행을 즐기고 싶거나 외국사람을 사귀고 싶을 때에도 영어를 배워야 할 테지요.

 44. 왜 맞춤법에 맞추어서 써야 하나요?
 : 맞춤법에 맞추어서 글을 쓰지 않으면, 아무도 내 글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45. 왜 우리나라는 쉬운 우리말 놔두고 어려운 한자말을 섞어서 말을 할까요
 : 어쩌면, 우리는 너무 바보에다가 멍청이인 탓이 아닐까요. 그토록 일제강점기에 짓눌렸고, 조선 때에는 봉건신분제로 시달렸으면서도, 참말로 왜 어른들은 쉬운 우리말은 젖히고 어려운 한자말을 이토록 좋아할까요. 궁금하기 짝이 없이 없습니다.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46. 말에 영어나 한자말을 많이 섞어 쓰면 뭐가 문제가 되나요
 : 내 넋을 잃습니다.

 47.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서 쓴 글 또는 시를 나에게 보여주세요
 : 백석 님과 현덕 님과 이원수 님과 권정생 님과 임길택 님이 쓴 동화하고, 신동엽 님이 쓴 시를 읽으면 됩니다. 이오덕 님이 쓴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나 《나무처럼 산처럼》도 좋은 글입니다.

 48. 토박이말은 한자말보다 말 만들기가 참말 어렵나요
 : 한국사람이 한국말 만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나 스스로 내 쓸모에 걸맞게 내 말을 써 버릇해야 내 한국말을 내 슬기로 아름다이 빛냅니다. 책을 읽으면 ‘책읽기’이고, 책을 쓰는 사람은 ‘책쓰기’를 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은 ‘책만들기’나 ‘책엮기’를 합니다. 책을 파는 사람은 ‘책팔이’를 하는 셈일 테지요. 책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이름은 ‘책꾼’이 될 테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쟁이’가 됩니다. 늦게 낳은 아이를 ‘늦둥이’라 하듯 늘 제때에 못 맞추는 사람을 가리켜 ‘늦기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말이기에 ‘새말’이며, 오랜 옛날부터 써 온 말이라 ‘옛말’이요, 새말을 빚는 일은 ‘말짓기’ 또는 ‘새말짓기’입니다.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까다롬쟁이’처럼 일컬을 수 있어요.

 49. 왜 한자말을 많이 쓰면 더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 예부터 궁궐사람이나 양반이나 지식인처럼 ‘여느 사람을 다스리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문을 배워 한문으로 생각을 펴고 한문으로 말을 나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똑똑한 사람은 양반이거나 지식인으로 여겼고, 이들은 으레 한문을 썼기 때문에 한자말을 쓰면 똑똑해 보인다고 잘못 생각하는 버릇이 배고 말았습니다. 요사이는 영어를 써야 똑똑해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난날 한문(한자말) 쓰던 사람을 똑똑하게 보던 버릇하고 매한가지입니다.

 50. 동사무소나 군대나 법원에서 쓰는 말은 왜 생활에서 쓰는 말과 다른가요
 : 아직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찌꺼기를 털지 못했습니다. 동사무소 같은 관공서뿐 아니라 군대나 법원에서 쓰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스며든 일본 한자말이 수두룩합니다. 더구나 공무원이 되도록 시험을 치를 때에 보는 교재라든지 공무원이 되어 써야 하는 서류마저 지난날 일제강점기 일본 한자말 판입니다. 아마, 말사랑벗이 나중에 짝꿍을 만나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을 즈음 ‘출생신고서’를 쓰려 하면, 한 마디도 못 알아들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나라일을 맡은 공무원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할 뿐, 스스로 여느 말로 여느 사람을 돕는 몫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관공서를 비롯해 군대나 법원, 여기에 기자들이 만드는 신문이나 잡지조차 쉬운 살림말(생활말)하고는 동떨어지고 맙니다. 말사랑벗이 읽을 역사책이나 인문책이나 철학책도 여느 자리 여느 말하고는 사뭇 돌떨어진 말로 가득합니다.

 51. ‘ㅋㅋㅋ’같은 말을 어른들은 ‘경박하다’며 안 좋아하시는데 우리끼리는 괜찮은가요
 : 가벼이 보든 무거이 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쓰고픈 말을 써야 좋습니다. 괜히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쓰는 말이 될 수 없어요. 다만, ‘ㅋㅋㅋ’를 쓰든 ‘ㄴㄴㄴ’를 쓰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말을 쓰니까 나쁘다는 잣대는 없습니다. 옳고 바른 마음을 착하며 곱게 담아서 쓸 수 있는 말인가 아닌가를 곰곰이 살펴야 합니다.

 52. ‘뭥미’처럼 인터넷에서 ‘우리집’, ‘우리엄마’ 따위를 ‘울집’, ‘울엄마’로 줄여쓰는데, 나중에는 ‘울-’같은 말들이 사전에도 오를 수 있을까요
 : ‘울-’ 또한 국어사전에 오를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런 말이 국어사전에 안 실리더라도 우리들이 이 말을 쓰고 싶어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으며, 국어사전에 안 실릴지라도 우리들은 즐겁고 신나게 쓸 수 있습니다.

 53. 어른들은 왜 이렇게 우리말을 못 할까요
 : 어른들은 어른들 삶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말을 못 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어른들 삶을 참답게 돌아보면서 올바로 아낄 수 있다면, 어른들부터 우리말을 제대로 쓰거나 바르게 나누겠지요. 어른들부터 우리말을 알뜰살뜰 써야 말사랑벗 또한 우리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으며, 이렇게 모두들 우리말을 알뜰살뜰 쓸 수 있는 때에 비로소 우리 삶터에 착한 사랑과 너른 믿음이 아름다이 자리잡으며 좋은 민주와 평화와 독립과 통일과 평등이 뿌리내리리라 봅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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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안 써서 없어진 한글에는 무엇이 있나요
 : ‘ㆁㆆㅸㅱㆍㆅㆀ’ 같은 한글을 오늘날에는 쓰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글을 쓸 까닭이 없어서 안 쓸는지 모르나, 나날이 말소리가 달라질 뿐 아니라 좁아지기 때문에 ‘더 넓게 더 많은 소리값을 담던’ 낱말 쓰임새가 줄어듭니다. 앞으로 이런 한글이 다시 쓰임새가 생길 수 있으며, 앞으로도 이 한글은 안 쓰일 수 있습니다.

 34. 우리말이 있는데 왜 사람들은 영어나 일본말 같은 외국말을 즐겨쓸까요
 : 사람들 생각과 마음이 올바르거나 튼튼하거나 아름답게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라사랑이나 겨레사랑 때문에 옳고 바르게 쓰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아름다이 다스리는 길을 찾으며 저절로 알맞으며 바르게 가다듬는 우리말입니다. 굳이 영어나 일본말을 써야 내 이름값이나 얼굴이나 학력이나 지식이 높아 보인다고 여기니, 오늘날 같은 모습은 앞으로도 바뀌기 어렵습니다. 입시지옥을 우리 손으로 걷어내고, 학력차별이나 도시문명이 잦아들도록 힘쓰지 않는다면, 또한 밥과 옷과 집을 내 손으로 알뜰히 일구는 ‘작으면서 예쁘고 착한 내 삶’을 돌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말보다 영어나 일본말 사랑은 그칠 수 없습니다.

 35. 꼭 표준어를 써야 하나요
 : 표준말이란 내가 인천에 살든 울릉섬에 살든 마산에 살든, 서로서로 생각과 마음을 나누려고 마련한 말입니다. 표준말을 쓰지 않으면 내 생각이나 마음을 내 동무나 이웃이 알아들을 수 없겠지요.

 36. 편지로 욕을 써도 되나요
 : 말사랑벗이 편지에 욕을 썼을 때에, 이 욕을 읽을 사람이 어떠한 마음이 될는지를 헤아려 보셔요.

 37. 맞춤법이 뭐죠
 :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내가 하는 말이나 내가 쓰는 글을 남들이 옳고 바르며 알맞게 알아듣도록 맞추어서 쓰자는 말법입니다.

 38. 꼭을 책을 많이 읽어야 우리글을 잘 쓰나요
 : 옳지 못하고 바르지 못한 글로 된 책이 무척 많습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책을 좀 읽는다 해서 우리말을 잘 쓰지는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어야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곧바로 알아채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느냐를 살펴야 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대로 내 말이 되니까, 내 삶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따라 내 말을 내 이웃과 동무가 어떻게 알아듣거나 받아들이느냐가 달라집니다.

 39. 우리나라에서 왜 사람이름은 세 글자인가요
 : 한자로 두 글자로 이름을 지어 버릇하니까, 성씨하고 더해서 세 글자이기 일쑤입니다. 성씨가 두 글자인 분들 가운데 이름을 한 자로 쓰는 분이 많아, 성씨가 두 글자여도 성과 이름을 더해 세 글자인 사람이 매우 많아요.

 40. 우리글 이름을 왜 한글이라고 하나요
 : 우리나라를 이룬 겨레는 ‘한겨레’입니다. ‘한’은 토박이말로 우리 겨레한테 붙는 이름입니다. 한자로 우리나라 이름을 ‘韓國’으로 쓰지만, 토박이말로는 ‘한나라’로 씁니다. 지난날 한힌샘 주시경 님이 ‘훈민정음’이던 우리 글이름에 ‘한글’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겨레 말이기에 ‘한말’이라는 뜻이고, ‘한’에서 가지를 치는 낱말로 ‘한길-하늘-하나-하느님’이 있어서, ‘한글’일 때에는 ‘큰글’이나 ‘높은 글’이나 ‘하나 있는 하나된 글’을 뜻하기도 합니다.

 41. 왜 서울사람들이 쓰는 말을 표준어라고 하나요
 : 서울이 우리나라 한복판에 자리한 곳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모두 이곳에 모였기 때문에,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쓰는 말을 표준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준말이 곧 서울말이지는 않습니다. 표준말을 쓰는 사람이 서울에 가장 많이 살기 때문에 표준말이 서울말처럼 들릴 뿐입니다. 그러니까, 나라를 다스리면서 온 나라 사람들이 두루 알아듣도록 세운 표준말을 서울사람이 먼저 쓰도록 하면서 표준말이 서울말처럼 되는데, 서울에도 서울 사투리가 있어서 표준말과 서울말이 아주 똑같지는 않아요.

 42. 우리말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고 우수하다고 하는데 왜 세계어로 안 쓰나요
 : 세계어란 세계를 주름잡거나 세계 권력을 움켜쥐는 나라가 쓰는 말입니다. 오늘날 지구별을 뒤흔드는 권력을 움켜쥔 나라는 미국입니다. 이와 함께 유럽 여러 나라가 권력이 대단히 셉니다. 우리가 배우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말과 독일말이 있는데, 미국말·프랑스말·독일말은 지구별 권력을 누리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우리 이웃에 중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있는 터라, 이들 나라 말을 함께 배우도록 이끌기도 합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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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왜 어른들한테 높임말을 써야 하나요
 : 어른이기 때문에 높임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은 나하고 견주면 손윗사람입니다. 손윗사람이기 때문에 높임말을 씁니다. 손윗사람을 함부로 깎아내리는 일은 나한테 반갑거나 즐겁거나 좋은 일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손아랫사람이라 해서 함부로 깎아내리는 일 또한 썩 반갑거나 즐겁거나 좋은 일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손위사람한테든 손아랫사람한테든 말을 낮추어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한테나 서로를 높이는 말을 써야 즐거우며 반갑습니다.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라 해서 낮춤말이나 반말을 함부로 써도 되지 않습니다. 밥집에서 밥을 돈을 내어 사서 먹는다기에 밥집 일꾼한테 낮춤말이나 반말을 마구 써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말을 써야 즐거우며 반갑습니다.

 26. 어른들은 왜 우리들한테 반말을 쓰나요
 : 어른한테 푸름이나 어린이는 손아랫사람입니다. 어른 가운데 푸름이나 어린이한테 반말을 쓰는 사람은 푸름이나 어린이가 손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푸름이나 어린이한테 반말을 쓰는 어른은 당신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어른이라면 푸름이와 어린이한테 하듯 똑같이 반말을 씁니다. 오로지 나이로만 사람을 살피기 때문에 쉬 반말을 써요.

 27. 우리들은 왜 고운 말 바른 말을 써야 하나요
 : 곱거나 바른 말은 따스하거나 너른 사랑과 믿음을 담는 말입니다. 곱거나 바른 말로 내 생각을 들려주면, 나한테서 곱거나 바른 말을 듣는 사람은 한결 따스하면서 넉넉한 마음을 함께 받습니다. 말에 담긴 줄거리뿐 아니라 말에 서리는 사랑을 함께 나눕니다. 이때에는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 또한 따스하면서 넉넉할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내 손과 입으로 고운 말을 들려줄 때에는, 내 마음과 가슴과 몸에 고운 기운이 감돌면서 한결 사랑스럽습니다. 나부터 내 손과 입으로 바른 말을 펼칠 때에는, 내 마음과 가슴과 몸에 바른 넋이 흐르면서 더욱 믿음직합니다. 내 이웃과 동무랑 다 함께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기에 고우며 바른 말을 쓰자고 이야기합니다.

 28. 사투리와 방언을 같은 말인가요
 : 다른 말입니다. ‘사투리’는 우리말이고 ‘방언(方言)’은 중국말이에요. 다만, 두 낱말은 뜻이 같아요.

 29. 사투리는 왜 쓰나요
 : 사투리는 고장말입니다. 저마다 살아가는 고장이 다르니까, 다 다른 고장 삶터에 따라 다 다른 말을 써요. 멧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멧골자락에서 멧골 기운을 받아들이며 멧골말을 쓰고, 바닷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바다 기운을 받아들여 바닷말을 쓰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도시 기운을 받아들여 도시말을 씁니다. 똑같은 고장이 없고, 똑같은 삶터가 없습니다. 일본사람과 중국사람이 쓰는 말도 더 넓게 살피면 일본 고장과 중국 고장에서 쓰는 말인 셈입니다. 고장말이란 고장 빛깔을 드러내는 말이요, 우리 스스로 이웃 고장을 살피며 이웃 고장 사람이 쓰는 말을 알뜰히 익히거나 살핀다면, 서로서로 더 살가이 사귈 수 있습니다.

 30.  띄어쓰기를 꼭 해야 하나요
 : 띄어쓰기는 안 해도 됩니다. 우리말에는 띄어쓰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띄어쓰기를 받아들여 쓰는 까닭은,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말을 하면서 낱말마다 또박또박 띄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그저 술술 합니다. 글을 쓰며 띄어쓰기를 하는 까닭은, 누군가 쓴 글이 제대로 빨리 잘 읽히도록 도와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띄어쓰기란, 글이 잘 읽히도록 하는 글쓰기 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31. 순우리말은 얼마나 되나요
 :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알 수 있기도 합니다. 말사랑벗이 읽는 어린이책을 가만히 살펴보면 됩니다. 어린이책에 쓰는 낱말하고 어른책에 쓰는 낱말이 사뭇 다른데, 어른책은 온갖 지식과 정보를 다룬다면서 외국말인 한자말과 영어를 지나치게 함부로 많이 섞습니다. 어린이책에는 우리 겨레 말과 글을 옳고 바르게 익히도록 하자면서 되도록 우리 겨레 말과 글을 알뜰히 쓰려 합니다. 모든 소리말·빛깔말·느낌말·시늉말을 국어사전에 담을 수는 없으나, ‘토박이말 사전’을 엮을 때에 20만 낱말은 되지 않겠느냐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으로 엮는 낱말 숫자가 얼추 20만이나 30만이 된다고 할 뿐,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빚어서 쓸 수 있는 낱말은 훨씬 많습니다. 국어사전에 못 실리는 낱말을 아우르면 100만을 훌쩍 넘어섭니다.

 32. 짱, 레알, 즐과 같은 언어를 써도 되나요
 : 어떠한 말이든 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낮춤말이나 막말이라 하더라도 쓰고픈 사람은 써야 합니다. 그러나, 낮춤말이나 막말이나 남을 깎아내리는 말이나 얄궂게 줄여서 쓰는 말이나 서툴게 받아들여 엉성하게 쓰는 말이란, 이 말을 듣는 사람에 앞서 이 말을 쓰는 사람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남들이 쓰니까 나도 따라서 쓰는 말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사랑할 만하다고 여기는 말을 쓰면 좋겠어요. 남들이 이런 말을 하든 저런 말을 하든, 나부터 두루 아끼며 기뻐할 만한 말을 슬기롭게 찾아서 쓰면 좋겠습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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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우리가 외국말을 배우는 까닭이 있나요
 : 외국사람하고 사귀려고 외국말을 배웁니다. 외국사람을 사귈 마음이 없으면 애써 외국말을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외국책을 읽거나 나라밖 문화를 살피려고 외국말을 배웁니다. 외국책을 읽거나 나라밖 문화를 살피며 무언가 나한테 도움되는 대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외국말을 배웁니다. 외국책을 읽을 생각이 없거나 나라밖 문화를 살필 생각이 없으면 굳이 외국말을 배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19. 사투리는 왜 생겨났을까요
 :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터전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살아가는 고장에서 쓰는 말이 다릅니다. 사투리가 생겨났다기보다, 고장마다 고장말을 썼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지난날에는 작은 고장이 한 나라였고 온누리였습니다. 제주섬은 제주섬대로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이고, 강원도는 강원도대로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예요. 그리고 제주섬에서도 제주시나 조천읍이 다른 고장이면서 한 나라이고, 강원도에서도 횡성이나 원주는 횡성이나 원주대로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입니다. 충청북도 음성군과 괴산군은 서로 다른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였고, 음성군에서는 음성과 금왕과 대소와 감곡이 또 서로 다른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입니다. 저마다 지내는 고장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제 고향이 있어도 한 나라를 통틀어 움직이거나 사귀거나 만나기 때문에 고장에 따라 다 다르던 고장말이 옅어집니다. 지난날에는 내 고장에서 이웃 고장으로 걸어서 오가는 데에도 한나절이 꼬박 들었으나 이제는 서울부터 부산까지도 두어 시간이면 넉넉하니까, 앞으로는 고장말이 거의 사라지지 않으랴 싶습니다.

 20. 중국에서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민족은 무슨 글을 썼나요
 : 한국에서 나라를 다스리던 이들이 중국에서 한자를 받아들이기 앞서에는 글을 쓰던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글이 없대서 사람이 살아갈 수 없지 않습니다. 따로 글을 쓰지 않아도 누구나 말을 하면서 살아가니까요. 글이 없으니 책이 없습니다. 글과 책이 없으나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서로 어우러지면서 아름답고 즐겁게 잘 살았습니다.

 21. 한글이나 한자가 없을 때에는 어떤 글을 썼나요
 : 한글이나 한자가 없을 때에는 글을 쓰지 않았어요. 굳이 글을 써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아니, 애써 글을 쓸 까닭이 없었어요. 글을 쓰는 까닭은 내 머리나 마음으로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데, 지난날 사람들 삶으로는 이야기를 더 많이 글로 남겨 책으로 물려주기보다, 머리와 마음으로 새겨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물려주었습니다. 흙을 일구든 살림을 하든 아이를 낳아 키우든, 책이나 글이 아닌 몸뚱이를 움직이는 삶으로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22. 어떤 특징 때문에 한글을 세계적인 언어라고 하나요
 :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를 만든 틀이 하나하나 짜임새가 있다고 합니다.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는 어떠한 틀에 따라 만들었는지 똑똑히 밝혀졌습니다.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를 엮으면 온누리 거의 모든 소리값을 훌륭히 담아서 나타낼 수 있다고 합니다.

 23. 비속어를 알맞게 쓰면 우리나라 말을 ‘표현하는 영역’을 넓힌다고 볼 수 없나요
 : ‘알맞게’가 어느 만큼이어야 알맞게인지를 아무도 재거나 따지지 못합니다. ‘비속어’란 “내 이웃이나 동무를 깎아내리는 얄궂은 말”입니다. 이러한 말을 알맞게 쓴대서 우리말 쓰임새를 더 넓힐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말 쓰임새를 더 넓히려고 “내 이웃이나 동무를 깎아내리는 얄궂은 말”을 두루 써야 한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슬프거나 안타까울까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착하면서 어여쁜 말을 한껏 북돋우면서 우리말 쓰임새를 차근차근 넓히거나 깊이 다스리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24. 어른들한테 반말을 쓰면 안 되나요
 : 반말이란 낮추는 말입니다. 어른한테든 동무한테든 반말이란 썩 좋지 못한 말입니다. 어른부터 어린이한테 반말을 쓰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반말 아닌 ‘여느 말’을 써야 올바릅니다. 나보다 낮은 자리에 있다고 여기며 쓰는 말이 아니라, 나와 같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며 쓰는 말을 잘 살펴야 아름답습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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