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5.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8 대학교 앞
푸른배움터를 마치는 1993년까지 ‘대학교 앞뒤’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길거리인 줄 하나도 몰랐습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이라는 틀에 맞추며 새벽부터 밤까지 배움터에 갇히는 나날이니 둘레를 제대로 볼 틈이 없다고 해야겠지요. 배움수렁을 벗어나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대학교 앞뒤’란 곳이 몹시 알쏭했습니다. “여기는 뭔데 밥집·옷집·술집이 이렇게 많지?” 새내기란 이름으로 첫이레를 보내며 “여태 억눌리며 셈겨룸(시험)만 바라보았으니, 좀 놀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 하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왜 배움터 곁에 책집은 없는지, 그나마 있던 책집은 왜 하나둘 닫아야 하는지 더욱 아리송했고, 열린책숲(대학도서관)은 책숲이 아니라 ‘고시공부 수험생판’에 ‘베스트셀러 소설 대여점’에 잠긴 슬픈 수렁인 줄 낱낱이 보고서 “나는 이런 고인물·썩은물에 비싼값을 치르고 들어가려고 열여덟 해를 바쳐야 했나?” 싶어 벼랑에서 굴러떨어지는 하루라고 느꼈습니다. 2022년에도 열린배움터 곁은 술판·노닥판입니다. 나라(정부)에서도 마음을 안 씁니다. 아니, 나라는 젊은이가 책읽기·삶읽기·사랑읽기·살림읽기·숲읽기를 스스로 하며 눈빛을 밝히기를 안 바라고, 술바보로 뒹굴기를 바라는 듯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