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1.18.


《내 마음속의 자전거 1》

 미야오 가쿠 글·그림/박윤정 옮김, 서울문화사, 2001.10.10.



한국말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 채 사라져야 한 《내 마음속의 자전거》이지만 요즈음 새로 옮기면 이제는 이 만화책을 알아보면서 장만할 사람이 많지 않을까? 2001년이란 해만 해도 자전거를 시큰둥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았으나, 이제 천만 원쯤 이르는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이 꽤 많다. 값진 자전거를 장만한대서 이 만화책을 꼭 장만하지는 않을 터이나, 자전거를 즐기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책에 안 사로잡힐 수 없겠지. 온갖 자전거를 다루고, 온갖 삶과 이야기를 두루 다루니까. 우리 집 아이들은 열둘·아홉이란 나이로 접어들며 더는 샛자전거하고 자전거수레에 못 태운다. 두 아이 모두 저희 자전거를 따로 받아야 한다. 이 아이들한테 어떤 자전거가 어울리려나 하고도 어림한다. 자전거에 앞서 손수 일굴 땅이랑 스스로 지을 살림을 먼저 익히도록 이끌 노릇인데, 겨울해가 저물기 앞서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오면서 갖은 생각이 갈마든다. 열다섯 해 남짓 발이 되어 주고 자전거란 얼마나 고마운가. 긴긴 날 곁에서 노래를 들려주는 벗님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앞으로 아이들이 새로 디딜 땅이나 스스로 가꿀 터란 얼마나 멋스러울까. 책을 마흔 권 가까이 짊어지고 우체국을 다녀오니 뻑적지근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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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19.


《노란 책,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

 티카노 후미코 글·그림/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8.5.25.



국민학교란 이름인 곳을 드나들 적에는 노느라 바빴지만 가끔은 책이라고 하는 종이꾸러미를 폈다. 땀흘리며 뛰놀다가 이마를 머리카락을 뺨을 스치는 바람이 좋은 나날이었으나, 종이꾸러미에 깃든 이야기는 해가 꼴깍 넘어가는 줄 잊도록 할 만큼 몹시 재미있었다. 다만, 책은 중학교란 곳에 가면서 비로소 만나고 고등학교란 곳에 들어서며 제대로 만나는데, 열대여섯 무렵에 《회색 노트》란 작은 책을 만나면서 뒷이야기를 하나하나 따라갔다. 만화책 《노란 책,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는 나처럼 한 가지 책에 꽂힌 아이가 모든 삶을 바로 이 한 가지 책을 바탕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만화를 그린 분은 이때에 이렇게 느낀 이야기를 그리고, 저때에 저렇게 느낀 이야기를 그리는데, 아무래도 어느 하나에 마음을 두고 움직여 보지 않고서는 이 만화책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네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이 대수랴. 곁에 놀이벗 삶벗이 있다만, 책상맡에 책벗이 있다. 실바늘이 벗이 되기도 하고, 종이랑 연필이 벗이 되기도 한다. 부엌칼이나 도마가 벗이 되기도 하며, 호미나 낫이 벗이 되기도 한다. 벗한테는 온갖 이름이 있다. 벗은 갖가지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도 살가운 님한테 벗이 될 테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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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17.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윤동교 글·그림, 레드우드, 2016.1.30.



지난해 삼월에 부산 보수동으로 책집마실을 간 길에 ‘산복도로 북살롱’에서 장만한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를 이제서야 들추어 읽는다. 오랫동안 책시렁에 고이 모셔 두었구나. 재미삼거나 멋삼아서 ‘언니는 ……’ 하고 말하지 싶은데, 이런 말씨는 어쩐지 재미없다. ‘아줌마는 ……’이나 ‘아저씨는 ……’이라 해도 그리 재미없다. “나는 맥주를 마신다”라고만 하면 될 노릇일 텐데. 그나저나 이 책에는 나라밖 여러 가지 보리술을 다룬다. 글쓴이 스스로 맛을 보고서 몇 가지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찾아내어 덧붙인다. 다만 맛이란 사람마다 다르기에 글쓴이가 들려주는 술맛이 꼭 그러하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나온 보리술을 두고서는 딱히 이 맛이나 저 맛을 찬찬히 그리지는 못한다. 끝자락에 세 가지를 다루지만 아예 안 다루는 셈이라 할 만하다.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보리술을 놓고는 아무 말이 없다. 한국에서 나온 보리술도 저마다 맛이 다르고, 때에 따라 맛이 다르다. 어느 철에는 이 보리술이 좀 낫다 싶다가도 어느 철에는 또 맛이 바뀐다. 나라밖 보리술을 두고는 낱낱이 맛을 가르면서도 나라안 보리술을 두고는 이야기를 못 풀어내니, ‘나 말야, 큰가게 돌며 이런 보리술 사먹었다?’는 느낌이 짙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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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16.


《타인을 안다는 착각》

 요로 다케시·나코시 야스후미 글/지비원 옮김, 휴, 2018.5.28.



작은아이 털신하고 잠옷을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한다. 엿새 넘게 한숨도 못 쉬는 몸이지만 ‘쉬지 못해서 고단하다’는 생각이 아닌, 늘 이렇게 하고픈 일을 하고 맡은 일감을 찬찬히 풀어냈으니, 오늘도 이 결을 헤아리면 될 노릇이라고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엊저녁까지 마감이던 글을 아침바람에 눈을 부릅뜨고서 마무리를 지어 세벌손질까지 해서 보낸다. 고흥읍 가는 시골버스하고 순천 가는 시외버스에서는 《내 어머니 이야기》 네걸음을 읽고, 순천에서 작은아이 옷가지를 장만하고서 〈골목책방 서성이다〉를 들르며 장만한 《타인을 안다는 착각》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읽는다. 책이름처럼 내가 너를 안다는 생각은 ‘잘못’이거나 ‘틀렸다’고 할 만하다. 내가 어찌 너를 아는가? 네가 어찌 나를 아는가? 우리는 서로 한 가지조차 모르기 일쑤이다. 오직 하나를 안다면 ‘서로 하나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대목을 알 테지. 이리하여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썩하게 나오는 얘기는 하나도 믿기 어렵다. 그저 지켜보거나 바라볼 뿐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살림도 지켜본다. 옛날에 어머니가 밥을 짓는 모습도 어깨너머로 바라보며 배울 뿐이었다. 바람을 바라보다가 스스로 바람이 되지 않고서야 바람을 알 수 없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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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1.15.


《동네 한 바퀴》

 하재일 글, 솔, 2016.9.11.



하루를 돌아보니 길다. 어제 고양에서 고흥까지 역사인문책 2500권 남짓 실어서 우리 책숲집에 부렸고, 새벽바람으로 일어나 밀린 글을 쓰지만 마감글을 아직 못 썼고, 밥짓고 우체국으로 동시집을 부치러 다녀오고, 다시 저녁을 지어서 차리니 눈은 외려 멀뚱멀뚱하며 몸이 묵직하다. 큰아이하고 동시집 스무 권을 부치러 읍내로 다녀오는 길에 《동네 한 바퀴》를 챙겨 읽었다. 뜻밖일는지 안 뜻밖일는지 모르나, 시가 따분했다. 시쓴이가 꽤 나이가 있은 탓인지 한자말을, 이 가운데 네 마디 한자말을 자주 쓴다. 젊은 시인은 한자말이든 네 마디 한자말이든 요새 잘 안 쓰고 영어를 쓴다. 쉽게 말해서, 젊거나 늙거나 한국에서 시인이란 사람은 한국말을 퍽이나 안 좋아한다. 늙었으면 한자말을, 젊었으면 영어를 좋아한다. 한국말을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기란 까마득하다. 어쩌면 누가 한국말을 좋아하며 시를 쓰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보스러울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라. 서울에 천만 넘는 사람이 그냥 산다. 시골이나 숲이 좋다며 살림터를 옮기는 이는 몇 없다. 글 문학 인문 교육 정치 어디에서나 스스로 조촐히 삶을 사랑하며 손으로 짓는 길을 가려는 벗님이나 이웃님도 몇 없겠지. 그러나 바란다. 숲살림을 노래할 시인을, 벗님을, 이웃님을.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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