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읽기


제자리에 머무는 말이나 넋이나 길은 없다. 늘 똑같이 써야 하지 않는다. 새 쓰임새가 나오고 새말을 짓는다. 틀렸다고 여길 적에는 안 맞는다는, 어긋난다는 뜻인데,  이 대목을 자꾸자꾸 파고들면, 어느 틀에 안 맞거나 안 어울리는 길이나 결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틀을 넘어서는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다는 느낌으로 틀리다라는 낱말을 새롭게 쓰기도 하는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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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5. 달아나다



쳐다보지 않으니 달아난다. 달랑달랑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단추가 달아난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 바짓가랑이가 헐렁헐렁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어느 날 북 찢어진다. 나사가 덜렁덜렁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손잡이가 떨어지며 나사도 감쪽같이 달아난다. 우리 살림이란, 우리가 바라보는 기운을 받고 먹고 맞이하면서 같이 있구나 싶다. 어버이한테 아이도, 아이한테 어버이도 서로 매한가지이지 싶다. 서로 바라보기에,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기에,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아 사랑이라는 생각을 씨앗으로 지어서 심기에, 비로소 한집이 오순도순 활짝활짝 피어나지 싶다. 서로 쳐다보지 않으니 서로 달아난다. 아이도 어버이도 그만 달아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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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3. 갈무리



스스로 치울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치운다. 스스로 갈무리할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갈무리한다. 스스로 놀 생각이 있으니 스스로 놀고, 스스로 심부름할 생각이 있으니 스스로 심부름을 한다. 스스로 먹을 생각이 있으니 밥을 찾아서 먹고, 스스로 잘 생각이 있으니 어디에서나 사르르 눈을 감고서 꿈나라로 간다. 그러니까 언제나 모두 스스로 우러나올 적에 할 수 있다. 시켜서 하는 때도 있겠지만, 시켜서 하는 놀이나 일이라면 언제나 또 시키고 다시 시키고 거듭 시켜야 한다. 스스로 하는 놀이나 일이라면 언제나 기꺼이 즐겁게 웃으면서 하기 마련이다. 어느 길로 갈 적에 갈무리가 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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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ㄷㅅ (2018.12.2.)



  올해 들어서 꿈그림을 그린 적이 있기는 한데, 내 꿈그림을 차분히 돌아본 적은 여태 없었다. 이러고서 2018년을 지나가려 했네. 아마 2018년 12월이 지나기 앞서 펴낼 수 있을 듯한데, 《우리말 동시 사전》이란 책이 나온다. 나는 이 동시집이자 사전이 나오기를 열 해 앞서부터 바랐다. 아니, 자그마치 열 해 앞서라니? 큰아이가 돌을 지날 무렵부터 바란 책이 바로 동시집이자, 말을 배우는 사전 구실을 하는 동시집이었다. 이를 놓고서 꿈그림을 반드시 그려야겠다고 여겼고, 옆구리결림으로 밤잠도 못 이루던 날,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꿈그림을 그렸다. 참 재미있는 일인데, 꿈그림을 그릴 적에는 몸이 하나도 안 아팠다. 꿈그림을 다 그리고서 자리에 누우려니 그때부터 온통 눈물범벅이 되듯 옆구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누가 나 좀 눕혀 주지, 하는 생각이 애탔다. 옆구리가 몹시 쑤시듯이 아파서 혼자서는 눕지도 일어서지도 못했으니까. 거의 10분을 들여서 아주 느리게 자리에 누웠고, 10분 남짓 끄응 소리를 내며 등판을 바닥에 기대었고, 선잠이 든 채로 꿈으로 갔지. 나는 아저씨요 사내인 터라 젖몸살을 알 수 없지만, 1/10000 즈음, 젖몸살일 적에 어떤 아픔인가를 느꼈다. 그렇구나 하고. 그래 그렇구나. 사내들은 참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는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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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4. 내 모습이



내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 모습이다. 그러니 내 모습은 고스란히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 모습이자 형 모습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몸짓은 언제나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형을 보여준다. 잘하든 못하든 모두 같다.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이 이런 모습이나 몸짓이 아니어도 빌미가 될 씨앗은 모두 똑같이 품는다.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 바꾸면 모두 바뀌고, 나 스스로 새롭게 살아가면서 꽃피우려 하면 다 같이 거듭날 수 있다. 엊그제 어느 방송국에서 뭔가 찍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받아들일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손사래’로 마음을 굳혔다. 우리가 쓴 책을 하나도 안 읽고서 찍겠다고 하니,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만할까? 나랑 곁님이랑 아이들 삶을 바탕으로 쓴 책이 한 권도 아닌 꽤 많은데, 이 가운데 여러 권쯤은 읽어야 서로 이야기할 만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취재를 자꾸 받아들인 지난 몸짓이란, 우리를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려는 뜻이 없는 사람들을 자꾸 손님으로 받은 지난 몸짓이란, 우리 아이들한테 하나도 배움거리가 못 된다는 뜻이다. 이웃이나 동무는 ‘남’이 아니다. 이웃이나 동무는 마음하고 삶을 읽으며 손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끊고 맺을 줄 아는 모습이 스스로 되어야, 아이들한테 사람을 사귀는 길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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