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284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

 김명식

 학민사

 1989.3.20.



  하루를 살아내며 오가는 길에 보고 듣고 느낀 모든 숨결이 어느덧 새롭게 이야기로 드리웁니다. 두들겨맞고 쓰러진 하루도, 빗물로 달랜 하루도, 휘둘리고 휩쓸리다가 휘청이는 하루도, 햇볕을 듬뿍 쬐면서 사르르 눈을 감는 하루도, 모두 다르게 젖어들면서 우리 이야기로 퍼집니다. 더 캄캄한 나라는 없습니다. 캄캄굴레를 바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들은 우리가 부아를 내기를 바랍니다. 히죽거리면서 송곳으로 옆구리를 쑤시지요. 이래도 성내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 이기죽거리는데, 고이 서는 길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그놈을 흘겨볼 적에는 그만 와르르 무너집니다.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를 문득 되읽습니다. 아마 1995년 가을에, 새뜸나름이로 일하는 틈을 쪼개어 책집마실을 하던 어느 날 처음 읽었을 텐데, 그 뒤로 1999년 무렵에 다시 읽었고, 2024년에 이르러 새삼스레 들춥니다. 1989년이면 전두환을 끌어내렸어도 다른 우두머리가 또아리를 틀었고, 벼슬자리를 꿰차거나 나눠먹는 무리가 무시무시했습니다. 그 뒤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흐르는 동안에도 힘꾼과 이름꾼과 돈꾼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 뻘짓’을 구경하기를 바랍니다. 불수렁을 끝내는 길은 단출해요. 우리 꿈길을 걸으면 돼요.


ㅅㄴㄹ


창 너머 휘황한 호텔의 불빛은 / 나에게는 차라리 포화처럼 / 두려워졌읍니다 // 희 희 락 락 / 웃어대는 저 웃음소리가 / 나에게는 차라리 칼날처럼 / 가슴 떨렸읍니다 // 버젓한 승용차가 들어 나가고 / 기름 낀 목덜미 / 저 사람들은 / 나에게는 차라리 / 침략군처럼 / 소름끼쳤읍니다 (님 16/99쪽)


더운물에 몸 담글 수 있고 / 포근한 침상에 몸 뉘일 수 있는 / 높은 자리에 앉아 /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굶주리는 형제보다 더 처먹는 것은 / 부끄럼입니다 / 부끄럼입니다 (님 18―나의 죄 나의 부끄럼/102쪽)


+


《님은 이렇게 오더이다》(김명식, 학민사, 1989)


창 너머 휘황한 호텔의 불빛은 나에게는 차라리 포화처럼 두려워졌읍니다

→ 저 너머 눈부신 길손채 불빛은 나한테는 차라리 벼락처럼 두렵습니다

→ 저 너머 반짝이는 나들채 불빛은 나한테는 차라리 불살처럼 두렵습니다

99쪽


포근한 침상에 몸 뉘일 수 있는

→ 포근한 자리에 몸 뉘일 수 있는

102쪽


호령하며 권세부리며 호사한 글방에서 멍든 세상 구경하면서

→ 을러대며 거머쥐며 돈지랄 글칸에서 멍든 나라 구경하면서

→ 으르렁 뽐내며 배부장나리 글집에서 멍든 삶터 구경하면서

102쪽


굶주리는 형제보다 더 처먹는 것은 부끄럼입니다

→ 굶주리는 또래보다 더 처먹는 짓은 부끄럽습니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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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의 겨울
김경훈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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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285


《한라산의 겨울》

 김경훈

 삶이보이는창

 2003.3.27.



  겨울에 내리는 눈은 모두 포근하게 덮습니다. 이쪽만 덮거나 저쪽을 안 덮지 않습니다. 봄에 내리는 비는 모두 푸르게 녹입니다. 저쪽만 녹이거나 이쪽을 안 녹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리쬐는 해는 모두 어루만집니다. 어느 쪽만 어루만지는 일이란 없이 모든 숨붙이를 어루만지면서 살립니다. 우리는 한겨레란 이름이되, 짧지 않은 나날을 위아래로 갈린 채, 윗놈이 아랫사람을 짓밟고 죽이고 들볶고 우려냈습니다. 위아래틀이 걷힌 뒤에도 돈·이름·힘은 고스란해서, 굴레를 씌우거나 옭아매기 일쑤였어요. 《한라산의 겨울》은 제주에 몰아친 죽음바람에 휩쓸리면서 눈물앓이를 한 발자취를 그립니다. 예부터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때린 놈만 다리를 뻗고 잔다’ 싶을는지 모르나, 때린 놈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깨비한테 시달립니다. 그들이 벙긋하지 않을 뿐, 여태 일삼거나 저지른 잘못·말썽·사달은 안 사라집니다. 숨기거나 감추거나 덧씌우더라도 모든 삶은 그대로예요. 제주 피바람도, 온나라 피눈물도, ‘때린 놈이 남기는 글’은 겉치레에 핑계가 판칩니다. ‘맞은 이가 새기는 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앙갚음을 바라는 불길을 남길까요, 해바람눈비를 품는 마음을 새길까요?


ㅅㄴㄹ


새벽 1시경 / 위미리 해안가에서 / 마대자루에 담긴 채 / 바닷물 속에 처박혔다 / 숨이 막히면 / 짠물 후루룩 들이키며 / 죽을 힘 다해 몸부림쳤다 / 그제서야 자루가 들어올려지고 / 그리곤 다시 물 속에 잠겼다 …… 저 놈은 김태성이가 아니고 김태섭이야 / 이런, 잘못 잡아 왔잖아 / 피라미 새끼도 못 되는 거 / 에이 그냥 묻어버리지 뭐 (생매장/57쪽)


나는 / 벽장에 숨어 / 틈새로 다 보았다 / 군인 둘이가 누나를 끌고 와서 / 옷을 다 벗기고 눕힌 다음 / 둘이서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 한 놈이 먼저 / 혁대를 풀고 바지를 벗고 / 누나 위로 엎어졌다 / 나는 들었다 / 발버둥치며 살려달라는 소리 / 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 벌벌 떨었다 (증거인멸/63쪽)


+


《한라산의 겨울》(김경훈, 삶이보이는창, 2003)


위미리 해안가에서 마대자루에 담긴 채

→ 위미마을 바닷가에서 자루에 담긴 채

57쪽


그제서야 자루가 들어올려지고

→ 그제서야 자루를 들어올리고

57쪽


혁대를 풀고 바지를 벗고 누나 위로 엎어졌다

→ 허리띠 풀고 바지를 벗고 누나한테 엎어졌다

6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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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38
강세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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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396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

 강세환

 실천문학사

 2015.12.18.



  술을 술술 넘기는 하루를 끝없이 이으면서, 이 술판을 고스란히 옮기는 웃사내가 그득그득합니다. 술푸념을 그려야 글(문학)인 줄 아는 분이 제법 많은데, 가만 보면 중국을 섬기며 한문만 끄적이던 옛사람도 으레 술타령입니다. 스스로 넋을 차리거나 세우기보다는, 다른나라 틀(이론)에 따라서 글을 요모조모 얽는 길(기법)을 펼쳐야 한다고 보는 셈입니다.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를 읽다가 술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얼른 덮었습니다. 더구나 ‘미당 서정주’하고 얽힌 노닥술 이야기는 차마 보아주기가 어렵고, “가난한 시인의 아내”를 말술로 들볶는 발걸음이란 글도 노래도 아닌, 그저 술판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술김에 쓰는 글은 술에 찌듭니다. 술기운으로 읊는 말은 술에 빠진 채 허우적입니다. 우리나라 글판은 온통 술마당 같습니다. 사람들한테 길잡이로 눈밝은 글이 아닌,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참한 글이 아닌, 끼리끼리 놀고 마시는 술짓이란, 이제부터 모조리 씻어내고 털어낼 사슬이지 싶어요. 아이들이 마당이며 온 집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어울려 놀고 옛이야기를 사랑으로 들려주는 자리에서 한두 모금 가볍게 홀짝이는 술이 아니라면, 몽땅 걷어치우고 갈아엎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한 잔 더 하고 나오다 술집 문턱에 넘어졌다 / 와르르 와르르 무너졌다 / 부딪친 건 정강이인데 마음이 먼저 아팠다 / 마음의 벽도 무너지면서 / 마음에 가두었던 이들에게 /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조금씩 눌러 보았다 (술/20쪽)


가난한 시인의 집 마당 술 취한 발자국들을 / 시인의 아내가 거둬들이고 / 시인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퍼 올린 슬픔도 거둬들이고 (정릉 명호 호프집에서/32쪽)


소주 한 병은 그대 풀 위에 가지런히 눕혔고 / 또 한 병은 내 가슴에 눕혔다 / 술병을 내려놓다 / 시비에 깊게 패인 글자를 (김수영 무덤에 관한 기억/46쪽)


+


《앞마당에 그가 머물다 갔다》(강세환, 실천문학사, 2015)


너의 고단하고 힘겨운 하루가

→ 네 고단하고 힘겨운 하루가

→ 고단하고 힘겨운 네 하루가

11


내게 와서는 한 줄의 시가 되어라

→ 네게 와서는 한 줄 노래 되어라

→ 네게 한 줄 노래로 오라

11


내 잔에다 자작하고

→ 내가 그릇에 붓고

→ 손수 부어 마시고

20


큰 술 또 꺼내놓던 미당의 환호작약!

→ 큰 술 또 꺼내놓고 기뻐하는 미당!

→ 큰 술 또 꺼내놓고 활짝대는 미당!

32


소주 한 병은 그대 풀 위에 가지런히 눕혔고

→ 불술 한 담이는 그대 풀에 가지런히 눕혔고

46


삼베 수의(壽衣)도 관두고

→ 삼베 주검옷도 관두고

→ 삼베 저승옷도 관두고

51


타관의 여관에 들어

→ 낯선 길손집에 들어

→ 먼 길손채에 들어

66


눈길 닿는 곳마다 돼지 내장 부속물 같다

→ 눈길 닿는 곳마다 돼지 속 곁거리 같다

1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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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 의자 걷는사람 시인선 69
정정화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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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14.

노래책시렁 411


《알바니아 의자》

 정정화

 걷는사람

 2022.9.25.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모름지기 어우러지면서 즐겁습니다. 얼싸안기에 따뜻하고, 어루만지기에 반갑습니다. 어긋나니 고단하고, 엇갈리니 헤매지요. 억누르니 고단하고, 어거지로 밀어대니 슬픕니다. 기쁘게 얹으면 하나도 안 어렵지만, 섭섭하거나 서운하게 얹어대면 짐입니다. 아기를 업는 마음은 오롯이 사랑입니다. 마냥 업히거나 업으려고 들면 사랑하고 멉니다. 삶은 뚝딱 만들 수 없습니다. 물처럼 흐르면서 모든 곳에 스미거나 드나드는 삶입니다. 삶을 다독이면 살림이고, 삶에 옭매이면 굴레예요. 살림을 하는 길이니 스스로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고, 이동안 문득 사랑이 깨어나면서 활짝 꽃피웁니다. 《알바니아 의자》를 읽고서 덮습니다. “낱말을 엮거나 짜야 글(문학)”인 듯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만, 바느질이나 뜨개질 모두 힘을 들여 억지로 하려고 들면, “겉보기로는 예쁘되, 입기에는 뻑뻑하거나 작거나 크”게 마련이에요. 밥짓기도 옷짓기도 집짓기도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 하나로 풀어놓을 적에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뚝딱뚝딱 올라가는 높다란 잿집은 “집을 짓는 길”하고 먼 “시멘트를 들이부어 똑같이 짜맞추는 굴레”입니다. 짜맞추려고 하면 굴레예요. 짜거나 엮지 말아요. 삶을 노래하면 될 뿐입니다.


ㅅㄴㄹ


빨갛게 물든 피클을 포크로 찔러대면서 /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왜 넌 자꾸 숨어 버리는 거니 / 재미없는 갑각류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 난 기차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인데 (늪이었을 거야, 아마도/26쪽)


폴란드에서는 코를 치켜세우고 있는 코끼리들이 행복을 물어다 준다고 합니다 (폴란드 그릇/31쪽)


+


《알바니아 의자》(정정화, 걷는사람, 2022)


식탁 아래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넓어졌다

→ 밥자리 밑에서는 아이들 발바닥이 날마다 늘어난다

11쪽


종 모양의 단추를 찾았습니다

→ 방울꼴 단추를 찾았습니다

16쪽


어둠을 이끌고 가고 있다

→ 어둠을 이끌어 간다

→ 어둠을 이끈다

19쪽


잔디밭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이해해

→ 잔디밭 물뿜개에서 나오는 물을 알아

20쪽


퉁퉁 부은 심장은 불규칙적이고 테이블보를 깔면

→ 퉁퉁 부은 가슴은 들쑥날쑥이고 자리천을 깔면

21쪽


소라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를 이야기하려 했다

→ 소라게 이야기를 하려 했다

26쪽


벤치 위에 해변과 파도를 올려놓고

→ 걸상에 바닷가와 물결을 올려놓고

50쪽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여행자가 된 것 같아

→ 소릿줄을 꽂으면 나그네가 된 듯해

66쪽


수평을 맞추지 못하지

→ 똑바로 맞추지 못하지

→ 나란히 맞추지 못하지

10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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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창비시선 402
이근화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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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8.

노래책시렁 410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이근화

 창비

 2016.9.30.



  포근포근 숨결이 깃든 노래로 새봄을 맞이합니다. 지난해하고 올해에는 첫봄 길턱에 비날을 잇습니다. 앞으로도 이즈음이 비날로 길게 이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온나라가 하도 매캐하니까요. 철바람이 바뀌면서 옆나라에서 먼지바람이 날아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내뿜는 모진 먼지바람도 대단합니다. 부릉부릉 그만 달리지 않는다면 파란하늘을 잃을 수 있습니다. 날개를 덜 띄우거나 멀리하지 않는다면, 참말로 푸른들까지 잃을 만합니다.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를 읽는데, 오늘날 숱한 글자락도 서울을 닮는구나 싶습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만 해도 고장마다 다 다르게 글꽃이 피어났다면, 이제는 그냥그냥 서울글입니다. 낮에도 땅밑이 넓고 훤한 서울이고, 밤에도 여기저기 번쩍거리는 서울입니다. 어디서나 쏟아지는 사람물결이고, 서울곁에서 일자리를 오가면서 고단한 사람바다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울에 매이는 삶이자, 온통 서울바라기인 얼개이니, 글 한 줄도 서울노래일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은 밥을 먹여 주지 않아요. 서울은 돈벌이가 될는지 몰라도, 해랑 바람이랑 비를 누리는 터전이 아닙니다. 무엇을 머금으면서 글줄을 여밀 적에 스스로 빛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곧 쓰레기가 될 이 비닐장갑은 / 우주선의 이름 같다 / 이백매인지 아닌지 세어보지 않겠지만 / 미아가 될 우주선의 운명처럼 / 내 손은 이백번씩 / 투명하게 빛날 것이다 (코맥스 200/12쪽)


당신의 입술은 회색 / 쉭쉭 바람 소리가 난다 / 당신의 말은 달콤해 / 내가 스르르 넘어간다 (요양원/22쪽)


+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이근화, 창비, 2016)


버려진 분홍 땡땡이 팬티

→ 버린 배롱빛 물방울 속옷

→ 버린 배롱빛 알록 속옷

8쪽


오늘 나의 산책과 명상에는 무늬가 없다

→ 오늘 나는 무늬가 없이 걷고 고요하다

9쪽


한권의 책이 나를 낳았다

→ 책 하나가 나를 낳았다

14쪽


옥수수알들이 옥수수를 향해 결의하듯이

→ 옥수수알이 옥수수한테 곱새기듯

→ 옥수수알이 옥수수한테 다짐하듯

24쪽


우리의 발걸음이 더 아름다워진 걸까

→ 우리 발걸음이 더 아름다울까

→ 우리 발걸음이 더 아름다운가

30쪽


머리카락이 돋았다 그것도 나의 것이다

→ 머리카락이 돋았다 바로 나이다

35쪽


빗줄기가 알고 있는 당신의 어깨를 내가 모르니까 더 즐거운 것 같다

→ 빗줄기가 아는 그대 어깨를 내가 모르니까 더 즐거운 듯하다

41쪽


누군가의 심장을 뚫지 않아도 좋았다

→ 누구 가슴을 뚫지 않아도 기뻤다

→ 누구 마음을 뚫지 않아도 반가웠다

44쪽


이별을 고하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 헤어지자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 손을 흔드는 이를 만났습니다

60쪽


비행기에 몸을 싣고 불행의 씨앗들을 날리며

→ 날개에 몸을 싣고 고된 씨앗을 날리며

→ 날개에 몸을 싣고 동티 씨앗을 날리며

103쪽


재가 너의 향기가 되는 죽음 위에 눈사람이 서 있다

→ 재가 네 내음인 죽음에 눈사람이 선다

→ 재가 네 냄새인 죽음에 눈사람이 있다

105쪽


천변은 가지런히 정리가 되었지만

→ 냇가는 가지런히 다듬었지만

→ 물가는 가지런히 손보았지만

11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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