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6 사라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쓴 《사라진 나라》는 안 팔리고 안 읽히다가 사라졌습니다. 이녁 어린 나날을 수수하게 담아내어 반짝거리는 삶책(자서전)이에요. 《삐삐》하고 《산적의 딸 로냐》에 나오는 어린이는 이녁 딸이자 바로 이녁 스스로입니다. 《마디타》도 ‘개구쟁이’도 언제나 이녁 딸이자 이녁 스스로이고, 더 헤아리면 이녁 어머니하고 아버지일 테지요. 모든 아이는 놀이를 하려고 태어납니다. 모든 어른은 놀이로 살림을 지으려고 아이를 낳습니다. 놀이로 살림을 짓는 마음을 잊어버린 어른은 아이를 괴롭히거나 닦달하여, 아이가 그만 놀이넋을 잃는 구석까지 내몰지요. 《사라진 나라》가 새책집에서 사라졌습니다만, 너무 안 팔린 탓인지 헌책집에서도 좀처럼 못 만나기에 이 책이 궁금한 ‘어린이책 사랑벗’한테 찾아 주기 어려워요. 사라진 책이 한둘은 아닙니다. 사라진 책치고 펴냄터가 알림글(광고)을 뿌린 책은 없습니다. 사라진 책치고 책숲지기(도서관 사서)가 눈여겨본 책은 드물더군요, 사라진 책 가운데 글바치(작가·지식인)가 곁에 둔 책도 드물어요. 사라진 책을 찾지 못하는 이웃님한테 건네려고 헌책집마실을 즐깁니다. 책 하나를 만나려고 걷는 모든 사람은 이 별에 깃든 숲을 새롭게 느끼려는 마음이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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