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곁에서 돌보는 손길로 (2018.3.15.)

― 부산 〈산복도로 북살롱〉

부산 동래구 온천천로 197

070.7842.1809.

blog.naver.com/booksalonbusan



  전북 완주에 있는 책마을에서 일하는 분이 책마을을 새롭고 알뜰히 가꾸는 길이 없을까 걱정이라면서 말씀을 여쭈길래, “그러면 부산 보수동 책골목을 누려 보셔요. 이러다 보면 저절로 길을 찾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부산 보수동 여러 헌책집을 알려주고, 또 이만 한 책골목이 그동안 어떻게 책잔치를 스스로 일으키고 마을을 바꾸어 내면서 가꾸는가 하고 보탬말을 들려주려고 오랜만에 부산마실을 합니다.


  2015년으로 넘어설 즈음 쓸쓸한 일이 있었기에 그때부터 부산마실을 끊었는데, 네 해 만에 보수동을 찾아가니 여러모로 달라졌습니다. 문을 닫은 책집이 제법 있고, 책집지기가 바뀐 곳도 있으며, 책골목에 찻집이 꽤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흐르는 빛도 포근하게 흐릅니다. 사람에 늘 치이는 고장이라지만, 사람한테 치이면서도 사람한테서 숨결을 받아들여 얼크러지는 고장이기도 하네 싶어요. 미운 일이 있어도 그 미운 일마저 품는 고장이랄까요.


  2016년 5월에 문을 열었다는 〈산복도로 북살롱〉입니다(2019년 2월에 보수동을 떠나 동래로 옮겼습니다). 가파란 디딤돌을 오르내리면 어느새 보수동 책골목에 닿는, 그렇지만 한갓지면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골목에 깃든 책집이에요. 이런 자리에 이렇게 책집을 꾸며서 이처럼 돌보니 멋스럽습니다. 언제나 우리 손길로 터를 일구고, 우리 마음으로 터를 품으며, 우리 사랑으로 터를 빛내네 싶어요.


  북적판인 헌책골목하고는 사뭇 다른 결이 있는 〈산복도로 북살롱〉에 깃들어 아직 차가운 봄비를 느낍니다. 보수동 곁에 사는 분들은 여러 빛깔 책맛을 누리겠네요. 너른 저잣거리까지 가깝고 여러모로 아기자기하지요.


  오늘 이곳에서 어떤 책을 만날 만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우리 동네 고양이》(황부농, 이후진프레스, 2018)를 넘깁니다. 우리 마을에서 샘솟는 이야기를 찬찬히 담았을 테지요. 먼먼 다른 마을이 아닌 바로 우리 마을에서 우리 곁에 있는 반가운 동무를 만납니다.


  책집지기님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하는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 쓰요시/백원근 옮김, 책의학교, 2017)를 고르기로 합니다. 두툼한 책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요. 일본에서 ‘책소리’를 널리 펴려고 하던 분은 책집에만 책을 두는 길이 아닌 온갖 곳에 책을 두려고 했다지요. 그런데 책사랑이는 예전부터 그랬어요. 책사랑이인 의사는 병원에 여러 책을 둡니다. 치과에 가면 만화책이 많은 곳이 있는데, 이를 고치려는 어린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도록 도우려고 부러 만화책을 두기도 한다지요. 그렇다고 모든 치과에 만화책이 있지는 않아요. 의사하고 간호사가 만화책을 알고, 어린이 마음을 헤아리는 치과라면 만화책을 한켠에 놓아요.


  꽃집에 책을 놓아도 좋아요. 꽃을 다룬 책뿐 아니라, 시골살이나 시골살림을 다룬 책이라든지 사전도 좋지요. 꽃을 바라보듯 말을 바라보도록 북돋울 만하거든요. 꽃을 아끼듯 마을을 아끼자는 뜻으로 마을살림을 다룬 책을 놓아도 어울립니다. 아니, 어떤 책을 놓든 책사랑이 마음길이며 손길에 따라 이웃이 책 하나를 새롭게 바라보며 다가서도록 이끄는 징검다리가 되어요.


  책이 있으면 책을 둘 자리가 있어야겠지요. 이러한 얼거리로 엮었구나 싶은 《아무튼, 서재》(김윤관, 제철소, 2017)를 집습니다. 그런데 좀 허전합니다. ‘아무튼’이란 이름을 붙여서 여러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지 싶은데, 어느 하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이 책을 쓰기는 하겠지만, 아직 얕구나 싶어요.


  책시렁이나 책칸을 서른 해나 쉰 해쯤 누려 보고서야 서재 이야기를 써야 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이야기이든 더 오래 누려야 더 잘 쓰지 않아요. 다만, 깊이뿐 아니라 너비도 꽤 허술해요. 한두 해를 지켜본 이야기를 쓰더라도 열두 달이나 스물넉 달을 날마다 다르게 마주하면서 사랑한 숨결이 아니라면 어설프더군요. 마음으로 느끼고 읽어서 다루지 않는다면 껍데기를 그럴듯하게 매만진다든지 겉치레에 치우치고 말아요.


  술하고 책이 어울린다고 여기는 책집지기님 눈빛대로 놓인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윤동교, 레드우드, 2016)까지 장만하기로 합니다. 부산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너덧 시간 남짓 걸리는 버스길에서 읽는데, ‘글쓴이가 좋아하는 보리술’ 이야기라기보다는 ‘난 이런 보리술도 저런 큰가게에 가서 찾아내어 맛을 봤지롱’으로 기울어지느라 아쉽습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아서 책으로 묶어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스스로 혀끝뿐 아니라 눈빛으로도 술맛을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 들어오는 적잖은 ‘수입 맥주’는 ‘그 나라 것을 그대로 사들인’ 보리술이기보다는, ‘이름만 붙이고 한국에서 가루를 섞은’ 것이곤 합니다. 술맛인지 가루맛인지, 또 어떤 물맛인지를 풀어내지 않는다면 보리술뿐 아니라 막걸리이든 포도술이든 제대로 밝히지는 못하리라 느낍니다.


  부산은 골목이 매우 좁습니다. 집하고 집 사이가 아주 좁아요. 이 좁은 틈에 찻길을 내고, 자동차가 넘치니 골목 한켠에 아슬아슬하게 붙입니다. 이 틈으로 버스에 택시에 짐차에 숱한 자가용이 섞입니다. 집도 사람도 차도 많다 보니, 다리를 느긋이 쉰다거나 한갓진 자리를 찾기란 만만찮은 부산이에요. 이러한 부산에서 책집은 어떤 몫을 맡으면서 나아갈 만할까요. 서울보다 더욱 복닥거리는 마당이여 터전일 부산에서 태어나고 흐르는 책집은 부산사람한테 어떠한 삶길을 밝히고 어떠한 노래를 들려주는 쉼터로 퍼질 만할까요.


  자동차는 며칠쯤 세우면 좋겠어요. 바쁜 일은 하루를 쉬든 하루조차 안 쉬든 언제나 바쁜 일이니 며칠쯤 내려놓아도 좋겠어요. 느긋하기에 읽는 책이 아니라, 바쁘기에 이때에 틈을 내어 읽는 책이라고 느껴요. 살림돈이 많아야 사서 읽는 책이 아닌, 팍팍한 살림이기에 쪼개고 덜어서 아름책 하나를 만나려고 책집마실을 한다고 여겨요.


  부산이 부산스러운 터로 이어가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냇가나 못가에서 부드럽게 꽃피며 어우러지는 부들처럼 부들부들 상냥하게 바람이 일렁이는 터로 달라지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하며, 이제 시외버스에서 책을 다 읽고 살짝 눈을 붙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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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용히 문을 닫은 '작은우리' 이야기 가운데

미처 못 다한 이야기를 갈무리합니다.

아저씨 아주머니, 또 아들아이,

모두 아늑하면서 오붓한 살림이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숲노래 책숲마실


숨결을 마주하는 손길 (2012.11.30.)

― 서울 불광동 〈작은우리〉 / 02) 383-6263

서울 은평구 불광3동 89-3



  서울에서 고즈넉한 숨결이 그리울 적에는 은평구 불광동 〈작은우리〉를 찾아갑니다. 큰길에 있는 헌책집이지만 마치 골목에 있는 듯한 곳이요, 서울에 깃든 책집이지만 한갓진 마을을 누릴 수 있는 터라고 할 만합니다. 서울에서 이렇게 자동차가 뜸한 자리가 다 있네 하고 언제나 새삼스레 느끼며 불광동 깊이깊이 걸어가노라면 어느새 〈작은우리〉에 다다릅니다. 작은 알림판이 보일 즈음 숨을 고르면서 사진기를 챙깁니다. 사진기 하나는 목에 걸고, 또 하나는 어깨에 겁니다. 이런 차림새로 책집 문을 살살 엽니다.


  책을 만나는 일이란, 책에 깃든 사람들 숨결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손으로 이 숨결을 만나고, 두 눈으로 이 숨결을 읽고, 두 다리로 이 숨결하고 이어집니다. 그리고 사진기 단추를 살짝살짝 누르면서 오래도록 이어갈 숨결을 갈무리합니다.


  책을 읽는 일이란, 책을 짓고 엮은 사람들 손길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책집에 들러 책을 장만하는 일이란, 책을 내놓고 다루는 사람들 사랑을 나누는 일이지 싶습니다.


  찬바람이 불 즈음부터 붕어빵을 굽고 꼬치를 따스하게 익히는 헌책집 〈작은우리〉입니다. 따순바람으로 바뀔 즈음이면 헌책집 〈작은우리〉 아주머니는 겨우내 하던 붕어빵 굽기와 꼬치 익히기는 그만둡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호젓하게 책읽기를 누리셔요. 헌책집 앞에서 아주머니한테 먼저 절을 하지요. 해마다 새삼스레 책집 둘레를 사진으로 담고서 들어서지요.


  붕어빵하고 꼬치가 나란히 있는 책집이 또 있을까요? 아마 없지 싶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책집이 태어날는지 모르지요. 《매트릭스, 사이버스페이스 그리고 禪》(오윤희, 호미, 2003)을 바라봅니다. 매트릭스와 사이버스페이스와 선, 이 세 가지는 재미나게 어울리는구나 싶습니다.


영화 〈매트릭스〉는 물론 조작된 환상이다. 하지만 이 조작된 환상이 환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의 모든 것들이 다 조작이요 환상이다. 그냥 두면 하염없이 환상 속에 묻혀 지나갈 것들이다. 〈매트릭스〉가 환상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면, 영화 〈매트릭스〉는 깨달음의 길을 밝혀 준 가르침의 등불인 셈이다 … 흔히들 그 정도의 집착은 일종의 병으로 여긴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탈영을 하면서까지 게임을 하는 사람.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병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병자라면, 부처도 조사도 모두가 병자들이다. 문제는 자신이 환幻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데에 있다. (244, 245쪽)


  꿈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꿈이라 일컫는 이야기는 참말 꿈일까요. 우리가 삶이라 여기는 이야기는 참말 삶일까요. 《蟹のよこばい》(福澤一郞, 求龍堂, 1969)라는 그림책을 구경합니다. 후쿠자와 이치로 님이 빚은 그림을 담습니다. 이런 그림이 다 있네 하고 놀라니 〈작은우이〉 아저씨는 “종규 씨라면 이 사람 알 텐데, 여태 몰랐어요?” 하고 묻습니다. “저라고 모든 사람이나 모든 책을 다 아는가요. 언제나 처음 만나고 새로 만나는걸요.”


  그림잡지 《アトリエ》(アトリエ出版社) 583호(1975.9.)를 슬슬 넘기다가 《인천 화도유치원 제7회 졸업기념》(단기 4295년) 사진첩을 봅니다. 1962년에 나온 유치원 졸업사진책이 애틋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 할머니인 박정희 님이 한때 화도유치원 원장을 하셨더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묵은 줄업사진책, 이 가운데 유치원 졸업사진책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숱한 사람들 발자취를 되새깁니다.


  조그마한 《옛책사랑》(공씨책방) 2호(1988.가을)를 봅니다. 2호에는 공진석 님이 머리말로 “무더위 탓인지 세 분이나 원고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여 부랴부랴 그 공간에 내가 한 편을 더, 그것도 아주 길게 쓰게 되었다. 양지하여 주기 바란다.” 하고 적습니다. 글을 쓰기로 하고서 안 쓴 사람이 있으니 외려 공진석 님 글을 만날 수 있는 셈입니다. 작은 책에 실은 글 가운데 인하대 교수라 하는 세리카와 데쓰오(芹川哲世) 님 이야기가 도드라집니다.


일전에 일본의 대학 선배가 내한하여 우리 집에 이틀 묵어 간 일이 있었다. 그 선배는 소장 시인이며 근대문학 연구가로서 알려진 사람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내 보잘것없는 서가를 샅샅이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아끼는 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한국 근대문학 전공이라 한쪽 벽에 꽂혀 있는 소설집, 시집 그리고 잡지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 선배는 마치 휴지나 넝마를 보는 듯한 얼굴로 책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의 책은 일부분을 빼고는 거의가 4·6판, 5·7판 정도의 종이질이 나쁜 얄팍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은 거의 없고 표지가 없거나 책장이 찢어진 것이 대부분이 아닌가. 원래대로 보존된 것은 거의 없다. 깨끗한 고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자기네 서가와 비교하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 나는 그것을 기회로 평소 고서와 접하면서 생각한 일을 선배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우선 자료의 보존 상태다. 일차 자료로서 잡지·신문·단행본 등이 있는데, 조선·동아 등 대표지를 보려 해도 완전히 갖추어 놓은 도서관이 어디 있는가? 자기 신문조차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신문사가 많다 하지 않는가. 잡지도 그렇다. 수년간 계속 나온 잡지를 다 보려면 (도서관) 몇 군데를 다녀야 할 때가 많고 그것도 없는 것이 많다. 가장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은 단행본도 딱지본처럼 한 번 읽고 그대로 버리는 습관 때문인지 깨끗이 남아 있는 것은 드물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에 도서관 등의 협력으로 수백 권에 달하는 근대문학의 단행본을 완전 복원했는데, 빛바랜 원본보다 더 원본 같다 할 정도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다. 앞으로 한국도 그런 작업을 하려 해도 깨끗한 책이 어디에 남아 있을까.


  일본사람은 일본 책을 매우 정갈히 건사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사람은 한국 책을 아무렇게나 다룹니다. 책 좀 읽었다는 분들 가운데 ‘책을 정갈하게 읽는 길’을 모르는 분이 참 많아요. 오래된 책이 안 다치도록 쥐는 길, 새로 나온 책을 마치 손을 안 댄 듯 정갈하게 읽는 길, 두 벌 세 벌 되읽더라도 책이 늘 정갈하도록 돌보는 길을 제대로 익힌 분이 뜻밖에 드뭅니다.


  요새는 알찬 그림책이 꽤 많이 나와 아이들이 지난날에 대면 책을 무척 넉넉히 누립니다만, 어린이한테 새로운 그림책은 건네더라도 ‘책쥠새’를 찬찬히 일러 주거나 가르치는 어버이나 교사나 사서를 만나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손바닥책 쥠새, 그림책 쥠새, 만화책 쥠새, 양장본 쥠새, 무겁고 커다란 책 쥠새 들은 다 다릅니다. 쥠새뿐일까요. 꽂음새도 다 다르지요. 그러나 이를 갈무리하는 이도 드물고, 아니 없다시피 하고, 이 대목을 짚거나 이야기해 주어도 시킨둥한 얼굴인 분이 무척 많아요. 어느 도서관에 가서 책 이야기를 펴다가 쥠새 이야기를 했더니 ‘바쁜데 뭘 그리 따지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따지지 않고 쥐어도 책이 다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도 하더군요.


  가만 보면 이 나라 도서관에 꽂힌 책치고 깨끗해 보이는 책이 드뭅니다. 커다란 새책집에서도 보기책은 대단히 지저분해요. 아무리 보기책이라 하더라도 책을 그렇게 마구 다루고 너덜거리도록 해도 좋을까요?


  두툼한 《인천지역무속 1 곶창굿 연신굿》(이선주, 동아사, 1987)을 봅니다. ‘1’란 숫자가 박혔는데 둘이나 셋도 나왔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나왔을 테고, 어쩌면 첫 자락으로 끝났을지 모르지요.


1983년 인천시민회관에서 2주간 제법 큰 굿판을 열었다. 물론 목적이 굿보다는 다른 쪽에 있었기에 사전에 굿판에 대한 홍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계획은 크게 효과를 보아 증언을 위하여 지목되었던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실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도움말도 들었으며 특히 다른 곳으로 이사한 인천 토박이들의 행방까지 알게 되었다. 그때의 분위기가 얼마나 자유스러웠는지는 다음의 익살로 알아볼 수 있다. 즉 무속학자들이 편의상 사용하듯이 필자도 “황해도굿과 경기도굿”이란 말을 쓰고 이들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더니 “배웠다는 사람들이 더 무식해, 그래 부평과 동막의 도당굿에서는 청배를 판소리 쪼로 하니 전라도굿이라고 해야 되겠구먼”라고 하며 필자를 비웃기까지 하였다. 어찌 되었던 여러 가지 자료를 얻게 되었고 풍어를 위한 굿도 다음과 같이 지역에 따라 명칭과 그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 괭이부리(제물포) : 용신풀이 ㉡ 북성구지(제물포) : 곳창굿 ㉢ 새우개(소래-안동포) : 용왕굿 ㉣ 먼오금(동춘동) : 도당굿 ㉤ 수문통(송현동) : 용신맞이 ㉥ 화수개(화수동) : 연신굿 ㉦ 개건너(서곶) : 용신굿 (14∼15쪽)


  시집 《장다리꽃 같은 우리 아이들》(최성수, 실천문학, 1990)을 들춥니다. 1983년 11월 12일에 비매품으로 나온 《태평로1가》(조선일보사, 1983)는 ‘방일영 선생 회갑기념문집’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박정희에 이어 전두환 사랑을 듬뿍 받는 조선일보사 이야기가 가득한 비매품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재 우두머리한테서 사랑받은 일’을 자랑처럼 채웠는데요, 이런 책을 내놓은 이들은 그 독재 우두머리가 머잖아 민주물결을 타고 무너질 줄 몰랐을 테지요.


한번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게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과 장기영 부총리와 김성곤 씨도 함께 앉은 오찬이었다. 느닷없이 박 대통령이 내게 “거, 조선일보 사옥 건물이 태평로 거리에 불쑥 튀어나와 있어서 볼 적마다 눈에 거슬리는데…… 서울의 한복판 얼굴 길에 그 꼴이 보기 좋지 않으니, 그걸 헐고 그 대신 좀 뒤로 물려서 다시 짓도록 하시오. “……” “내, 일차로 차관을 돌려 줄 테니까.” …… 부총리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이런 연유로 하여서 정부에서 오히려 종용하는 식으로 차관을 얻게 되었던 것으로 액수는 4백만 달러였다. (96∼97쪽)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이런 이야기는 ‘부정부패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밝힌 셈입니다. 나라돈을 이렇게 함부로 쓴 일을 버젓이 적었는데요, 그들(박정희·전두환 + 조선일보사)은 그들이 세운 군홧발이나 총칼이 흔들릴 일이 없는 줄 알았으니 대놓고 우쭐거리듯 이런 이야기를 적은 셈이겠지요.


  사진책 《소지섭의 길》(소지섭, 살림, 2010)을 구경합니다. 좀 재미없군요. 아무리 연예인 이름값으로 책을 팔려 하더라도 좀 잘 엮으면 좋을 텐데요. 일본에서 나오는 연예인 사진책은 이처럼 허술하지 않습니다.


  ‘1984.6.27.’ “불광동 445-382 방종인 님”한테 날아간 ‘김윤주 사진전’ 알림쪽글은 ‘1984 PHILA KOREA 1984 세계우표전시회 기념인’이 찍힙니다. 1984년 세계우표전시회는 잊기 어렵습니다. 그때 저는 국민학교 3학년이었는데 전철삯을 모아서 그 우표전시회를 보러 다녀왔지요. 돈을 아끼려고 아무것도 안 먹고서 한참 둘러보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기념인이 박힌 터라 사진전 알림엽서를 장만해 놓기로 합니다.


  서울 불광동에서 절집을 다닌 젊은이들이 엮은 《브니엘》(기자촌교회 청년회) 창간호(1976)를 구경하고, 《文藝春秋 デラックス 傳統工藝の美, 人間國寶》 新年特別號(1976)하고 《공간의 새》(황성이, 한일출판사, 1978)를 구경합니다. 《寫協》(한국사진작가협회) 22호(1979.9.)도, 《신구사진전》(신구전문대학 사진과) 알림종이(1984.9.5.∼10.16.)도 뜻있는 사진 자료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잡지 《주간 골프》(주간 골프) 6호(1985.10.25.)를 보며 1985년 저때에도 골프 잡지가 다 있었네 싶어 놀랍니다. 《포토 남북》(포토남북사) 10호(1976.10.)은 박정희 치켜세우기가 가득합니다. 《월간 PHOTO 時事》(시사통신사) 139호(1979.12.)도 매한가지입니다. 그때에는 그런 치켜세우기를 하면서 떡고물을 챙기려는 이가 참 많았지 싶어요. 쓸쓸하지만 우리 뒷모습입니다.


  사진책 《女, 문선호사진작품집 2, 1974》(문선호, 금성출판사, 1974)를 봅니다. 그럴듯한 꾸밈새에 상자까지 있어요. 요새는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작가입네’ 하고 콧방귀를 뀌는 분은 없을 테지요. 사진작가는 ‘백순기’라는 분한테 사진책을 보냈습니다. 사진책을 받은 분은 이 사진책을 내놓아 주었고, 아마 다른 사진잡지도 이분 집에서 같이 나온 듯합니다. 이분으로서는 짐이 되었으니 헌책집에 내놓았을 테고, 저는 고맙게 지난자취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짝은 안 맞어도 휘문출판사에서 1960년대에 낸 ‘세계아동문학상전집’ 열한 자락을 만납니다. 짝이 맞지 않더라도 이 책을 만날 수 있으니 고마울 뿐입니다.


《세계아동문학상전집 1 꼬마 요술장이》(A.슈미트,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2 이상한 램프》(M.페걸리,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3 믿을 수 없는 여행》(S.버언포오드,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4 수코양이 카스퍼》(H.M.덴네보르크,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5 데비드의 신기한 하루》(H.쿨만,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6 돼지우리 학교》(R.레지아니,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7 그림자 없는 흰 말》(E.구우즈,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9 내 이름은 파블로》(A.존머펠트,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10 곰의 동굴》(A.마스팡,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11 나폴리의 집 없는 아이》(K.브루크너, 휘문출판사, 1968)

《세계아동문학상전집 12 율리시이즈호의 밀항자》(A.M.마투테, 휘문출판사, 1968)


  한참 책을 고르다가 고개를 듭니다. 이렇게 구경하고 장만하다가는 끝이 없겠네 싶습니다. 주머니도 홀쭉해질 테지요. 〈작은우리〉 아저씨가 “전라도 어디라고 했더라? 시골로 옮기셨다면서요? 책만 보지 말고 시골 얘기도 좀 해 줘요. 시골로 가니까 좋은가요?” 하고 묻습니다. “고흥이라고 하는 곳이에요. 이제 한 해쯤 되었으니 한 철은 난 셈이네요.” “고흥. 참 따뜻한 곳이지. 서울은 춥다니까. 따뜻한 데에서 추운 데로 오니 힘들겠네.” “저는 이렇게 멋진 책집에 와서 아름다운 책을 보면 추운 줄도 더운 줄도 몰라요.” “하기는 그렇죠. 나도 재미난 책을 읽다 보면 흠뻑 빠져들어서 아무것도 몰라. 재미있는 책만 있으면 다 잊고 살 수 있어.”


  이제부터는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 눈으로는 책을 살핍니다. 《한국의 발효식품》(이서래,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86)를 집고, 《한국의 사찰 11 금산사》(한국불교연구원 글·에드워드 B.아담스 사진, 일지사, 1977)을 만지작거립니다. 《新羅の古美術》(韓國國立中央博物館 엮음, 삼화출판사, 1975)은 일본 손님한테 팔려고 엮은 일본글판이로군요. 《동명 ALBUM》 10회 졸업기념(4294.3.10.)이 보여서 넘기니, 교직원 사진꾸러미로군요. 사진책 《耽羅木石苑·靈室 1》(백운철, 봅데강, 1986)까지 더 돌아봅니다.


  “서울에 사실 적에는 그래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왔잖아요? 인천으로 간 뒤에는 몇 달에 한 번 왔고, 이제 시골에 가니 2년 만인가?” “서울하고 멀어지니 아무래도 쉽게 못 오네요. 오늘 이렇게 들렀으니 앞으로 다시 언제 올 수 있을까요?” “이번에 2년 만에 왔으니 다음 2년 뒤에 오면 되지. 그런데 우리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요새는 가겟세 내기도 어려워요.” “서울시에서 〈작은우리〉처럼 알찬 책집을 돕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가게를 서울시가 미리 사준 뒤에 스무 해에 걸쳐서 그 돈을 나누어 받아도 되잖아요.” “우리가 다달이 낸 가겟세를 따지고 보니까 그동안에 낸 돈이 1억 원이 넘어요. 이 조그마한 헌책방 월세가 그동안 1억을 넘는다고요.”


  숨결은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요. 손길은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네 식구가 고흥에서 일산으로 나들이를 왔습니다. 저는 낮나절 살그마니 불광동으로 책바람을 쐬러 나왔습니다. 가싯집이 일산이기에 전철을 타고 오랜만에 이곳에 들를 수 있습니다. 이제 일산으로 돌아가서 작은아이 기저귀 빨래를 해야 합니다. 한 마디 두 마디 이야기를 잇습니다. 바깥은 어느새 늦가을비가, 첫겨울비가 내립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우리 숨결이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길로 나아갈는지 어림합니다.


  “그런데 내가 책방 이름을 잘못 지었나? ‘작은우리’가 처음에는 참 좋았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스스로 작다고 하니까 작아지나 봐. ‘작은우리’가 아닌 ‘큰우리’라고 했으면 커졌을려나?” “그렇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작은 것이 크고, 큰 것이 작은데, 아직 사람들이 작은 아름다움을 눈여겨보지 못할 뿐이겠지요.” “그런가? 책방이 이렇게 작은데 ‘큰우리’라고 했으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었겠다.” “사장님은 이 책집이 작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이곳에 올 적마다 언제나 책을 한두 상자쯤 장만하는걸요? 겉보기로는 작을는지 모르지만, 이보다 커다란 책나라도 없다고 생각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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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민들레 곁에 어떤 들꽃이? (2019.12.23.)

― 경북 포항 〈민들레글방〉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6번길 38, 1층

https://www.instagram.com/dandelionbookshop



  마을책집이 태어나서 뿌리내리는 자리는 사뭇 다릅니다. 마을사람이 찾아가는 곳이기에 마을책집이면서, 둘레 여러 고장에서 찾아갈 수 있기에 마을책집입니다. 책집은 숱한 마을가게하고 참 다릅니다. 여느 마을가게라면 마을사람이 드나드는 쉼터이자 이웃일 텐데, 이 가운데 책집만큼은 나라 곳곳에서 일부러 찾아가는 쉼터이자 이웃이 되어요.


  포항 효자동에 2014년에 둥지를 튼 〈달팽이책방(달팽이 books & tea)〉이 있습니다. 마을책집 한 곳은 조용하던 효자역 둘레를 찬찬히 바꾸어 냈다고 느낍니다. 책집 하나가 들어서기 앞서도 마을은 있고 사람들이 오갑니다. 그런데 책집 하나가 들어선 다음부터 ‘오가는 발길이 마을에 머무는 틈’이 길어지고 늘어납니다. 이러면서 이웃이 다른 마을가게가 들어서는 틈까지 넓어져요.


  2019년에 이르러 이 효자동 골목에 마을책집이 새로 태어납니다. 〈달팽이책방〉을 즐거이 드나들던 분이 한 땀씩 엮는 손길로 〈민들레글방〉을 엽니다. 달팽이 곁에 민들레입니다. 민들레 옆에 달팽이입니다.


  포항 버스나루에 내려서 시내버스를 타고 찾아갑니다. 전남 고흥에서 경북 포항으로 달리자면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갈아타며 일곱 시간쯤 걸립니다. 버스나루 앞에 길알림터에서 효자역 둘레로 가는 시내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어봅니다. 길알림터 일꾼은 어디를 가느냐고 되묻고, 그곳에 있는 ‘달팽이책방’에 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민들레글방’을 말할까 하다가, 아직 모르실 수 있지 싶어 이웃 책집 이름을 들었습니다. 길알림터 일꾼은 109번 시내버스를 타라고 말합니다. ‘효자 건널목’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내버스 타는곳에 와서 버스길을 살피니 100번 버스도 그쪽으로 갑니다. 시내버스에 오른 다음 버스일꾼한테 또 물어보았어요. 그러니 버스일꾼은 ‘효자 건널목’까지 가지 말고 ‘SK 1차’에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며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합니다. 아무래도 길알림터 일꾼이 모든 길을 다 알지는 않겠지요. 아마 요새는 시내버스를 안 타고 자가용으로 다녀 버릇하면서 길을 모를 수 있을 테고요.


  포항에 세 해 만에 오느라 골목을 살짝 헤매 이곳저곳 돌고돕니다. 좀 헤매느라 엉뚱한 골목을 다 누벼야 했는데, 이렇게 누비면서 효자동이라는 터를 한결 넓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바쁜걸음이어야 하지 않으니 나무를 바라보고 하늘빛을 올려다보고, 다리를 쉬다가, 다시 걷고 한 끝에 〈달팽이책방〉을 찾았고, 월요일은 쉰다는 알림글을 뒤늦게 알아봅니다. 다시 골목을 이리 누비고 저리 걷다가 〈민들레글방〉을 찾습니다. 책집 곁에 빈집이 있습니다. 책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빈집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비록 빈집이어도 마루나 문살이 모두 멀쩡합니다. 더구나 꽤 오랜 이야기가 묻은 빈집이로군요. 이 빈집 겉을 손질해 놓으면 멋진 자리로 바뀌겠네 싶습니다.


  포항 〈달팽이책방〉은 어른 인문책이 바탕이 되면서 찻내음이 향긋한 마을쉼터라면, 〈민들레글방〉은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을 한복판에 놓으면서 아이들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마을놀이터이겠네 싶습니다. 결이 다르면서 맞물리는 책집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있으니 이곳은 무척 살 만한 데로 피어나겠다고 느낍니다.


  여러 그림책을 구경하다가 《굴렁쇠랑 새총이랑 신명나는 옛날 놀이》(햇살과 나무꾼 글·정지윤 그림, 해와나무, 2017)를 고릅니다. 동화책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최은영 글·양상용 그림, 개암나무, 2014)도 고릅니다. 멸치 이야기를 다루네 싶은 동화책인데 이름에 붙은 “미운 멸치”란 말이 영 걸렸는데, 뭔가 줄거리를 짜려고 억지를 부린 티가 많이 납니다. 요새는 동화책도 마치 아침연속극처럼 싸움판을 줄거리로 엮는구나 싶어 쓸쓸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동화를 쓸 수 없을까요?


  동화가 아름답게 이야기를 여며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구태여 어른들이 하듯 싸움박질이나 미움질이나 투정질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짜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굳이 그래야 할까요?


  들판에서 피고 지는 들꽃은 싸우지도 다투지도 않아요. 잘 모르는 이들은 으레 ‘들꽃도 서로 경쟁한다’고 말합니다만, 제가 보기로는 들꽃 가운데 어느 아이도 겨루거나 다투지 않아요. 서로 뿌리를 맞잡으면서 저마다 다른 때에 저마다 알맞게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려요. 들꽃은 어우러지면서 핍니다. 홀로 피지 않습니다. 민들레 곁에 냉이가 있고, 냉이 곁에 꽃다지가 있고, 꽃다지 곁에 코딱지나물이 있고, 코딱지나물 곁에 곰밤부리가 있고, 곰밤부리 곁에 봄까지꽃이 있고, 봄까지꽃 옆에 갈퀴덩굴이 있고, 갈퀴덩굴 곁에 달걀꽃이 있고, 달걀꽃 곁에 쑥이 있고, 쑥 곁에 달래가 있고, 달래 곁에 돌나물이 있고, 돌나물 곁에 도깨비바늘이 있고, 도깨비바늘 곁에 소리쟁이가 있고 …….


  두툼한 그림책 《염소 시즈카》(다시마 세이조/고향옥 옮김, 보림, 2010)가 듬직해 보여서 한참 뒤적이다가 골라듭니다. 여러모로 알찬 그림책이기는 한데, 출판사에서 무게나 값을 낮추면 한결 나았지 싶어요. 책값이 비싸다는 뜻이 아니라, 이 그림책을 알아볼 이웃을 덜 헤아렸다는 뜻입니다. 얼마든지 단출하면서 고운 결로 꾸밀 수 있거든요.


  책집 곁에 김밥집이 있습니다. 김밥집 곁에 빨래집이 있습니다. 빨래집 곁에 찻집이 있습니다. 찻집 곁에 술집도 밥집도 있습니다. 술집이나 밥집 곁에 오랜 저잣거리가 동그마니 있습니다. 이 여러 가게를 둘러싸고서 살림집이 있습니다. 모두 고루고루 햇볕을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 온누리를 밝히는 도란도란 수다꽃을 주고받습니다. 몇 해쯤 뒤에 포항 효자동 책집골목에 만화책을 다루는 작은 쉼터도 태어날 수 있으려나 하고 꿈꿉니다. 만화책도 사진책도 좋고 시집도 좋겠지요. 마을길을 환하게 보듬는 빛살이 저 쪽빛바다에서 불어오다가, 저 멧골숲에서 불어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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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우리 둘레에서 빛나는 이야기 (2019.12.6.)

― 강원 원주 〈책빵소〉

033.762.7140.

강원 원주시 금불4길 23 제1층 102호

https://www.instagram.com/bookbbangso



  지난 10월에 원주로 첫마실을 갔습니다. 그동안 시외버스를 타고 거쳐 간 적은 있어도 두 발로 디딘 적은 처음이었어요. 예전에 원주에 헌책집이 제법 있었다고 들었으나 한 곳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요즈막에 원주에 마을책집이 새로 들어서기에, 이제는 마을책집을 누리려고 합니다.


  10월에 원주마실을 하는 길에 〈책빵소〉를 들르러 했지만, 이때에는 길을 엉뚱하게 들어서 못 갔어요. 오늘은 제대로 길을 찾자고 생각하면서 손전화를 켜고 길그림을 보았습니다.


  손전화 길그림을 보면서 걷는 데에도 한참 딴길로 갔어요. 나중에 〈책빵소〉를 찾고서 시외버스 타는곳으로 가고 보니 무척 가깝고 쉽게 가는 다른 길이 있더군요. 길을 한참 헤맸습니다만, 첫길을 헤맸으니 다음길은 안 헤매리라 하고 생각합니다.


  골목에 깃든 〈책빵소〉는 조용합니다. 시외버스가 들락거리는 곳은 시끌벅적하지만 몇 걸음을 책집으로 올 뿐인데 소리가 확 달라집니다. 가만 보면 버스나루나 기차나루에 꽤 큼직한 책집이 들어서기도 하고, 그렇게 큼직한 곳에는 사람도 많습니다. 북적판에서는 북적대는 대로 오로지 책에만 마음을 기울이면서 스스로 고요한 넋으로 이야기를 맞아들이면 되겠지요. 고즈넉한 골목 한켠에서는 이 골목에 감도는 바람을 느끼면서 책에 담긴 이야기를 맞이하면 될 테고요.


  자그맣게 꾸린 《나는 도서관 옆집에 산다》(윤예솔, 와이출판사, 2019)를 집어듭니다. 책이름처럼 도서관 옆집에 살던 나날을 손수 갈무리해서 손수 엮었습니다. 꾸미지 않은 말씨가 산뜻하고, 수수하게 엮은 매무새가 곱습니다. 도서관을 즐긴 나날을 돌아보면서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보내기도 했구나’ 하고 갈무리하니, 이 책은 글쓴이한테뿐 아니라 글쓴이 곁에서 자랄 아이가 앞으로 새삼스레 돌아볼 발자국도 되겠지요.


  구례란 고장을 사뿐사뿐 밟은 이야기를 담은 《걷는 책, 구례 밟기》(나래, 구름마, 2018)를 넘깁니다. 이런 이야기꾸러미가 고장마다 태어난다면 재미있겠네 싶어요. 대단한 나그네가 아니어도 됩니다. 이른바 여행작가여야 마실노래를 부를 만하지 않아요. “구례 밟기”도 “원주 밟기”도 “울진 밟기”도 “장흥 밟기”도 하나하나 그 고장에서 태어나 그 고장 마을책집에 이러한 책을 놓는다면 무척 재미나리라 생각합니다.


 마을책집 〈책빵소〉 지기님이 손수 쓰고 펴낸 《편의점에 이런 손님 있지!》(오윤정, 2019)를 집어듭니다. 마을책집을 차리기 앞서 편의점 일꾼으로 지낸 살림을 조그마한 책에 담았어요. 편의점 일꾼으로 만난 손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면, 이제는 책집지기로 일하시는 만큼 “편의점에 이런 일꾼(직원) 있지!”처럼 새로운 책도 꾸밀 만하겠지요. 이야기란 언제나 우리 둘레에서 새롭게 빛납니다.


  고흥에서 원주로 오는 찻삯만 박박 긁듯 챙겨서 나왔습니다. 새로운 사전을 써내기 앞서 여태껏 살림이 쪼들렸습니다. 사전 하나를 제대로 마무리하자면 다른 일은 할 수 없기에 오로지 사전쓰기에 매달리느라 살림돈이 팍팍한데요, 여태 이 사전 저 사전 차곡차곡 갈무리했습니다. 비록 찻삯을 덜면 남는 돈이 얼마 없으나 책 석 자락은 장만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밥으로 삼아서 보내는 셈이랄까요.


  원주 마을책집 〈책빵소〉는 빵을 다루지 않습니다. “빵처럼 맛있게 책을 먹어요”라는 말을 내붙이면서, 책을 빵처럼 누리자고 이야기합니다. 맛있게 즐길 수 있다면, 빵도 밥도 없어도 배가 부를 수 있어요. 마음이 부르니 몸이 넉넉하고, 마음이 반짝반짝하면 몸도 환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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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마실, 숲노래 책마실


마을을 푸르게 가꾸는 씨앗이 이곳에 (2019.9.19.)

― 전북 익산 〈그림책방 씨앗〉

전북 익산시 서동로 8길 50-1

https://www.instagram.com/picturebookshop_seed



  홍성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가는 길에 익산에 들릅니다. 고흥에서 홍성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알아보다가, 홍성역을 지나가는 기차가 익산에서 서울로 떠나는 줄 알아차립니다. 다만 고흥에서는 순천버스나루를 거치고 순천기차나루로 가야 하며, 이곳에서 익산까지 기차를 달린 뒤에 갈아타야 합니다. 익산에서 기차를 갈아타는 김에 새롭게 문을 연 〈그림책방 씨앗〉을 찾아가려 합니다.


  익산은 어떤 고장일까요. 이 고장은 어떻게 따사로우면서 얼마나 아늑한 삶자리일까요. 고장멋을 느끼려면 골골샅샅 걸어 보아야지 싶습니다. 마을맛을 알려면 고샅이며 골목을 누벼 보아야지 싶습니다. 기차나루부터 마을책집까지 걸어갈까 하고 어림하는데, 살짝 먼 듯합니다. 얼마쯤 걷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을 알아봅니다. 손전화 길그림을 켜고 버스를 어디서 타는가를 알아보지만 아리송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택시를 타면 낫겠구나 싶으나, 익산 버스를 꼭 타 보자는 생각으로 한참 걸은 끝에 〈그림책방 씨앗〉 가까이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냅니다.


  미리 살핀 길그림으로는 800미터가 못 되게 걷는다고 했으나 꽤 걷습니다. 걷고 또 걸으며 생각합니다. ‘걷다 보면 반갑게 눈앞에 나타나겠지.’ 드디어 파란 빛깔 책집 간판을 봅니다. 빨래집하고 중국집이 옆에 나란히 있는 책집입니다. 아파트 어귀에 바로 책집이 있네요. 책집 건너쪽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코앞에 이처럼 이쁜 책쉼터가 있으니 즐겁겠구나 싶습니다. 책집 유리창에 적힌 두 줄을 되뇌고서 들어갑니다.


오늘 만난 그림책 씨앗이 모두의 마음에

어여쁘게 꽃 피우기를 바랍니다


  익산 〈그림책방 씨앗〉은 바로 이렇게 그림책으로 씨앗이 되어 마음에 꽃으로 피우는 이야기를 퍼뜨리려고 하는 터전일 테지요. 마을에서 이웃으로 사는 분들이 사뿐사뿐, 마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아이들이 가뿐가뿐, 익산으로 나들이를 온 분들이 홀가분히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짐을 한켠에 내려놓고서 책시렁을 돌아봅니다. 책낯이 환히 드러나는 그림책을, 책등으로 이름을 헤아리는 그림책을, 또 빨간 빛깔로 옷을 입은 다 다른 그림책을 하나하나 살핍니다.


  꾸러미로 나온 《100년 동안 우리 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엘렌 라세르 글·질 보노토 그림/이지원 옮김, 풀과바람, 2018)를 집어듭니다. 지구별 뭇나라는 참으로 백 해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백 해가 더 흐르면 또 엄청나게 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온통 숲이던 곳을 마을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다가, 나무를 밀어내고 건물만 가득하더니, 다시 나무를 맞아들이면서 푸른 쉼터를 늘리는 마을이에요. 아마 앞으로는 커다란 도시도 한결 푸른 빛깔로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시멘트나 아스팔트로만 도시를 이루지 않습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 이야기를 다룬 《커럼포의 왕 로보》(윌리엄 그릴/박중서 옮김, 찰리북, 2016)를 넘깁니다. 늑대 로보는 ‘사냥꾼 시튼’을 ‘숲사랑이 시튼’으로 돌려놓았다고 합니다. 로보라는 늑대를 만난 때부터 늑대를 ‘사냥감’이 아닌 ‘숲을 의젓하게 지키는 일꾼’인 줄 알아차렸다지요.


  글은 누가 쓸까요? 손이 있는 사람만 쓸까요? 손이 없어도, 또 입이나 다리가 없다 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글·세실 감비니 그림/권예리 옮김, 바다는기다란섬, 2018)에 담긴 온갖 나무는 수수께끼투성이일 수 있고, 다 다르면서 아름다운 나무일 수 있습니다. 꿈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무가 있을 테고, 우리 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나무가 있을 테지요.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 사람은 나무하고 글을 주고받을 수 있고,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람은 풀이며 꽃을 비롯해서 구름이며 바람하고도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파리나 모기하고도, 새나 풀벌레하고도, 고래나 코끼리하고도, 여우나 곰하고도 얼마든지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만합니다.


  우리가 숲하고 바다랑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줄 안다면 온누리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사람 사이에서도 ‘소통·의사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사람하고 사람 사이뿐 아니라, 사람하고 숲 사이도, 사람하고 흙 사이도, 사람하고 냇물 사이도, 사람하고 비구름 사이도 마음으로 생각을 나누는 길을 슬기로이 열 노릇이지 싶어요.


  아이를 돌보는 어른이나 어버이라면 마땅히 아이한테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물어봅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서로 상냥하게 어우러지려는 뜻을 품는 사람이라면 잠자리나 나비한테도, 들꽃이나 들풀한테도, 나긋나긋 “넌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들을 일이지 싶어요.


  그림책으로 알뜰한 〈그림책방 씨앗〉 책집지기님은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구성지게 읽어 주시지 싶습니다. 책집 안쪽에는 모임을 꾸릴 수 있고, 아기가 기어다닐 수 있는 아늑한 칸이 따로 있습니다. 어린이끼리 모여서 조잘조잘 그림책 수다를 할 수 있습니다. 어른끼리 모여서 재잘재잘 그림책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더라도, 또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더라도, 그림책을 다같이 누리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은 아기나 아이만 보는 책이 아닌, 0살인 아기부터 누구나 즐거이 누리면서 마음을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인걸요.


  아기하고 할아버지가 책동무가 되도록 잇는 그림책입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곱게 한자리에서 어울리도록 잇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둔 보금자리에서 씨앗이 자랍니다.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고 나누는 마을에서 아름드리숲이 피어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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