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페미니즘’하고 ‘어깨동무’



[물어봅니다]

  저는 페미니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페미니즘 책을 많이 읽어요. 그런데 샘님이 쓰신 책이나 오늘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샘님은 ‘페미니즘’이란 낱말을 한 번도 안 쓰시는데, 무척 페미니즘에 가깝거나 지지하는 느낌이 들어요. ‘페미니즘’이란 낱말을 대신할 한국말이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물어보신 말씀처럼 저는 ‘페미니즘’이란 낱말을 안 씁니다. 예전에는 ‘성평등·여남평등·남녀평등’ 같은 한자말을 곧잘 썼으나, 이제는 이 말조차 안 씁니다.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조금 더 귀여겨들어 보시면, 또 제가 쓴 책을 더 눈여겨보시면, 제 나름대로 어떤 낱말로 그때그때 달리 풀어내어 쓰는가를 알아챌 수 있어요.


  ‘페미니즘’이란 영어는 나쁜 말이 아니고, 안 써야 할 말도 아닙니다. 그저 열 살 어린이나 여덟 살 어린이나 다섯 살 어린이한테는 어렵거나 너무 낯선 말일 뿐이에요. 열대여섯 살 푸름이쯤 된다면 영어 ‘페미니즘’이 그럭저럭 익숙할 만하고, 한자말 ‘성평등’도 썩 어렵지 않게 와닿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더 눈높이를 낮추어서 헤아리고 싶어요. 푸름이 여러분한테 대여섯 살 동생이 있다면 페미니즘이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이 대목하고 이 눈높이를 먼저 차분히 살펴보아 주셔요.


 함께 일하기·함께 애쓰기·같이 놀기·같이 힘내기

 서로 손잡기·곱게 하나되기·즐겁게 하나되기

 어깨동무·마음동무·사랑동무

 살림·참살림·꽃살림

 같이 짓는 살림·같이 짓는 삶

 다같이 가꾸는 삶·다함께 가꾸는 살림

 서로 아끼는 하루·서로서로 돌보는 길

 서로사랑·참사랑·참다운 사랑·사랑·꽃사랑


  굳이 한 가지 낱말을 써야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성평등’을 놓고서 이런 온갖 말씨로 나타내곤 합니다. 이밖에도 그때그때 또 다른 말씨로 엮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슬기로운 살림”이나 “상냥한 손길”이나 “따사로운 마음” 같은 말씨로도 ‘페미니즘·성평등’을 담아낼 수 있어요.


  다만 어느 때나 자리에서는 꼭 한 낱말로 갈무리해서 이야기해야겠지요. 이때에는 ‘어깨동무·어깨살림’이나 ‘참살림·참사랑’ 같은 낱말을 쓰곤 합니다.


[숲노래 사전]

어깨동무 : 1.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거나 끼면서 나란히 있거나 서거나 걷거나 노는 일·몸짓 (때로는 ‘이인삼각’을 나타낸다) 2.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늘·자주 가까이 있거나 붙어서 지내거나 어울리는 사이. 나이·키·마음·뜻이 비슷하거나 같아서 즐겁거나 부드럽게 어울리는 사이 3.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마음으로 아끼고 살피면서 어떤 일을 함께 하거나 돕는 사이. 마음·뜻·일·길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여겨서 돕거나 돌보거나 아끼거나 어울리는 사이. (평화·평등·연대·공조·협력·협동 들을 나타낸다)

살림 : 1. 어느 한 곳(집·마을·고을·나라·누리)에 모여서 살아가는 일 2. 살아가도록 갖추거나 두거나 모은 것(흔히 돈·먹을거리·옷 들을 가리킨다) 3. 어느 한 곳에서 살면서 다루거나 부리거나 쓰는 여러 가지 (세간) 4. 어느 한 곳(집·마을·고을·나라·누리)을 알맞게 이루거나 꾸리거나 가꾸거나 다스리려고 돈·연장·물건을 돌보거나 살피는 일

사랑하다(사랑) : 1. 어떤 사람·넋·숨결·마음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다 2. 어떤 것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거나 다루면서 즐기다 3. 서로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마음을 쓰면서 지내다 4. 다른 사람을 돕거나 따뜻하게 마주하다 5. 고우면서 마음에 드는 사람·아기·짐승·숨결을 일컫는 말


  따로 영어나 한자말로 어떤 이름을 따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가리키는 영어나 한자말을 가만히 보면 매우 수수한 영어나 한자예요. 대단하거나 놀라운 영어나 한자를 안 씁니다.


  어떤 이름을 한국말로 새롭게 나타내려 할 적에도 이와 같아요. 우리가 여느 자리에서 자주 쓰는 가장 수수하고 쉬운 말을 엮어서 나타내면 됩니다. 그래서 ‘평등, 성평등, 페미니즘, 남녀평등, 평화’를 모두 ‘사랑’ 한 마디나 ‘살림’ 한 마디로도 나타낼 수 있어요. 다만 이 수수하고 쉬운 말로 살짝 아쉽구나 싶으면 앞뒤로 이모저모 붙이면서 새삼스레 엮을 만해요.


[숲노래 사전]

어깨살림 : 어깨를 겯는·어깨동무를 하는 살림.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마음으로 아끼고 살피면서 함께 하거나 돕는 살림. 마음·뜻·일·길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여겨서 돕거나 돌보거나 아끼거나 어울리는 살림.

어깨사랑 : 어깨를 겯는·어깨동무를 하는 사랑. 서로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끼고 나란히 서거나 걷듯이, 마음으로 아끼고 살피면서 함께 하거나 돕는 사랑. 마음·뜻·일·길이 비슷하거나 같다고 여겨서 돕거나 돌보거나 아끼거나 어울리는 사랑.

참살림 : 참다운 살림. 참된 살림. 참답게 가꾸거나 짓거나 꾸리는 살림

참사랑 : 참다운 사랑. 참된 사랑. 삶과 살림을 참답게 가꾸거나 짓거나 꾸리는 사랑

꽃살림 : 꽃 같은 살림. 꽃다운 살림. 꽃처럼 곱거나 눈부시게 가꾸거나 나누는 살림.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겁게 누리거나 가꾸는 살림.

꽃사랑 : 꽃 같은 사랑. 꽃다운 사랑. 꽃처럼 곱거나 눈부시게 가꾸거나 나누는 살림. 늘 아름답고 빛나면서 즐겁게 누리거나 가꾸는 사랑.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이라는 뜻을 ‘어깨살림’으로 그립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이라는 뜻을 ‘어깨사랑’으로 그립니다.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이란 어느 한쪽을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마음이자 몸짓이에요. 이는 바로 어깨를 겯는 모습, ‘어깨동무’랍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이나 사랑이라고 하면 한결 또렷하겠지요.


  서로 어깨를 겯으면서 살림을 하거나 사랑을 한다면, 그야말로 더없이 고운 모습이나 몸짓일 테고, 이런 모습은 저절로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이 나아가려는 길하고 맞물립니다. 그래서 ‘살림·사랑’이란 수수한 말씨로도 얼마든지 담아낼 만하고, 꾸밈말을 붙여 ‘참살림·참사랑’ 같은 말로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제가 어떻게 이런 쉽고 수수한 말씨로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을 담아내려 했을까 하고 푸름이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저는 바로 두어 살, 서너 살, 너덧 살, 대여섯 살, 이런 어린 아이들하고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북돋우고 싶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어느새 이런 쉽고 수수한 말씨에 모든 깊고 너른 넋이나 숨결을 그려 넣을 수 있더군요. 2017년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이란 책을 쓴 적 있어요. 이 책에 붙인 이름 “살림 짓는 즐거움”이 무엇인가 하면 “성평등으로 가는 즐거움”이요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즐거움”이란 뜻입니다. 굳이 딱딱한 한자말이나 영어를 쓰고 싶지는 않아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씨로 생각꽃을 펴고 싶어요. 앞으로 나아갈 아름다운 살림이나 사랑이라면 ‘꽃살림·꽃사랑’이리라 여겨요. 페미니즘도 성평등도 바로 꽃살림이나 꽃사랑을 바라보고 바랄 테지요? 그래서 저는 ‘꽃살림·꽃사랑 = 페미니즘·성평등’이라 여기고 ‘꽃살림·꽃사랑 = 평화·평등’이라고도 여깁니다. 다같이 꽃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함께 꽃이 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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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샘님’하고 ‘선생님’ 사이



[물어봅니다]

  저기, 이런 걸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는데요, 저희는 ‘선생님’들을 ‘샘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쓰는 은어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저희가 선생님들을 ‘샘’이나 ‘쌤’이나 ‘샘님’이나 ‘쌤님’이라 부르는 말씨는 나쁜 말이 아닌가요? 이런 말은 안 써야겠지요? 그렇지만 또 묻고 싶은데요, 이런 말은 나쁜 은어이니 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이 말이 저희 입에서는 떨어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해결책 좀 알려주셔요.


[이야기합니다]

  음, 무슨 말부터 하면 좋을까 생각해 봐야겠네요. 제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82∼1993년 사이를 떠올리면, 그때에는 ‘샘·샘님·쌤·쌤님’이란 말을 못 들었어요. 다만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랐기에 못 들었을 수 있어요.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도 살아 보고, 또 여러 고장을 두루 다니다가 경상도 쪽에서 “샘이요”나 “샘님이요” 하는 말씨를 처음 들었어요. 전라도 쪽에서는 “슨상님”이라 하는 말씨를 들었지요.


  제가 나고 자라던 고장에서 듣거나 쓰는 말을 넘어, 여러 고장에서 저마다 다르게 쓰는 말씨를 들으며 무척 재미나고 새로웠어요. 인천이든 서울이든, 어느 고장 어느 학교에서든 고장말(사투리)도 같이 가르치면 참으로 재미날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왜 그렇잖아요, 우리는 영어라는 외국말을 학교에서 배우고, 일본말이나 독일말이나 중국말이나 프랑스말이나 러시아말 같은 다른 외국말을 ‘제2외국어’란 이름으로 학교에서 배우기도 해요. 이렇게 배우는 여러 말 가운데 ‘서울 말씨가 아닌 전국 여러 말씨’도 ‘한국말 수업(국어 수업)’으로 배우면서, 여러 고장 다 다른 살림결을 헤아리는 길을 열면 좋겠구나 싶어요.


  자, 이 고장 저 고장 다 다르네 싶은 말씨 이야기를 들어 보았어요. 제가 왜 고장말 이야기를 들었느냐 하면, 경상도 이웃님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상냥상냥한 숨결을 담아서 “샘이요, 내 말 좀 들어 보이소” 하고 묻는 말씨가 대단히 보드라우면서 참하네 싶더군요. 이 말씨를 듣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샘’이든 ‘쌤’이든, ‘선생·선생님’을 줄여서 부르는 말씨로 볼 수도 있지만, ‘골짜기에서 비롯하는 맑은 샘물’을 가리키는 ‘샘’으로 생각해 보아도 즐겁고 재미나며 아름다운 우리말이 될 만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숲노래 사전]

샘·샘님 : 숲이나 멧골에서 비롯하여 온누리를 시원하고 포근하게 적시는 물줄기처럼, 사람들을 슬기롭고 상냥하게 가르치면서 스스로 새롭게 배울 줄 아는 몸짓으로, 언제나 부드럽고 너그러운 품이 되어 즐거이 앞장서고 먼저 살림을 지어서 익힌 하루를, 차근차근 이야기로 들려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


  한 해 내내 맑고 시원하면서 포근하게 솟아나는 물이 샘물입니다. 바다에서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는 구름으로 바뀐 뒤 비로 거듭나서 온누리를 촉촉히 적셔 푸나무에 스며들었다가 새롭게 흙 품에 안겨 고이 잠든 뒤에 서로 모여 땅밑을 흐르는 길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샘을 이루어 퐁퐁 솟아나요. 이러한 흐름으로 우리 터전을 감싸는 샘물이요, 냇물이며, 바닷물입니다. 모든 물줄기에서 첫자리가 되는 곳인 샘물이요, 모든 숨결이 자라나고 싹트고 퍼지는 첫길이 되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리답게 비롯하는 빛이 ‘샘(샘물)’인 만큼, ‘샘’이라는 낱말 하나를 혀에 얹으면. ‘샘 + 님’ 곧 ‘샘님’이라 부르면, 서로 아낄 줄 알고, 서로 배울 줄 알며, 서로 앞장서서 새로운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슬떨이가 된다는 뜻이니, 더없이 아름답고 빛나는 이름이로구나 싶습니다.


  ‘교사’나 ‘선생님’을 가리킬 새로운 이름으로 ‘샘님’을 쓸 만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새말을 지어도 새삼스러우면서 멋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어떤 나쁜 변말(은어)을 쓴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느 결에 새로우면서 고운 말씨를 문득 하나 지어서 쓴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단출히 ‘샘’이라 해도 좋아요. “박 샘”이나 “김 샘”이라 해도, “아름 샘님”이나 “보람 샘님”이라 해도 좋지요. 어린이나 푸름이인 학생이 어른인 선생님(교사)한테 수수하게 ‘샘’이라고만 불러도 좋다고 여겨요. ‘샘·샘님’은 모두 슬기롭고 상냥히 가르치는 어느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삼을 수 있거든요.


  생각을 새롭게 하면 좋겠어요. 말을 새롭게 사랑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우리는 나쁜 말도 좋은 말도 쓰지 않아요. 언제나 우리 고운 꿈과 슬기로운 사랑을 담아서 쓰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요, 우리 모두 샘이 되면 어떨까요? 학생인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선생님인 어른들도, 서로서로 가르치면서 배울 줄 아는 샘님이 되기로 하면 어떨까요? 아이들 곁에서 샘 같은 어른으로, 어른들 사이에서도 샘물 같은 지기로, 다같이 맑고 사랑스러운 샘이자 샘님으로 어우러지면 어떨까요? 이런 뜻으로 여러 고장말을 살몃살몃 섞어 노래꽃을 한 자락 지어 봅니다. 이 노래꽃을 즐기면서 새말 한 마디를 우리 눈빛으로 곱게 바라보아 준다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에서 4 샘님


저그짝에선 슨상님 슨상님 하는디

영 맴에 안 들어

조고짝초롬 샘님 샘님 하믄

참 착착 감겨들어


거 보이소

마을마다 어귀에

샘이 떠억하니 흐르잖소

골짝서 조르조르 맑게 솟잖소


앞에서 이끄니께

이슬을 걷어 주는 길잽이니께

뒤에서 받치니께

바위 되어 든든 버텨주니께


샘 같은 님이지예

샘물마냥 맑지예

샘빛으로 곱지예

샘님 샘님 참 좋잖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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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뜻풀이를 어떻게 손질하나요?



[물어봅니다]

  최종규 샘님이 쓴 몇 가지 사전을 읽었어요. 그런데 ‘샘님’이라 해도 되지요? 저희는 이런 말을 흔히 쓰거든요. 암튼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이름이 좀 긴 사전 첫째 권을 읽는데, 우리 사전들이 참 형편없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런데 형편없거나 알맞지 않은 뜻풀이를 어떻게 그렇게 손질해 낼 수 있나요? 궁금해요.


[얘기합니다]

  제가 쓴 사전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사전은 아직 조그맣습니다. 올림말이나 알맹이를 더 담아도 좋지만, 자칫 책상맡에 모시기만 하고 안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조그마한 사전으로 엮었어요. 그야말로 “읽는 사전”이 되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샘님’이란 이름 좋습니다. 이 말 ‘샘님’을 놓고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쓸게요.


  자, 그러면 뜻풀이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몇 가지 낱말을 보기로 삼아서 이야기해 볼게요.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쉽고 부드러이 생각하면 쉽고 부드럽답니다. 손석춘 샘님이 쓴 책에 나오는 낱말 가운데 몇 가지 뜻풀이를 새로 붙여 본 적이 있어요. 어느 낱말을 어떻게 새 뜻풀이로 붙여 보았는지 옮길게요.


㉠ 바투

[숲노래 사전] 1. 둘·서로가 붙다시피 2. 때·날·길이가 아주 붙다시피

[국립국어원 사전] 1.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 2.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


  가깝거나 짧다고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바투’예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 뜻풀이로는 “썩 가깝게”나 “아주 짧게”라고만 적어서 어떤 결인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바투’는 “바투 다가앉다”처럼 씁니다. 마치 서로 붙는구나 싶은 모습을 나타내요. 그러니 뜻풀이에 ‘서로 붙는다’는 느낌을 알 수 있도록 보태야 알맞습니다. 여러 사람이 붙듯이 있기도 할 테니 “둘·서로가 붙다시피”처럼 뜻풀이를 보태기도 합니다.


㉡ 슴벅이다

[숲노래 사전] 1. 눈을 감다가 뜨다가 하다 (‘깜빡이다’하고 비슷한데, ‘슴벅이다’는 눈꺼풀 움직임을 느낄 만하도록 눈을 감다가 뜬다면, ‘깜빡이다’는 눈꺼풀 움직임을 느낄 만하지 않도록 눈을 감다가 뜬다) 2. 눈이나 살을 속으로 찌르는 듯해서 좀 싫도록 견디기 어렵다

[국립국어원 사전] 1. 눈꺼풀이 움직이며 눈이 감겼다 떠졌다 하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2. 눈이나 살 속이 찌르듯이 시근시근하다


  예전에는 ‘슴벅이다’를 ‘깜빡이다’ 못지않게 썼지만, 요새는 ‘슴벅이다’는 잘 안 써요. 이때에는 두 낱말 ‘슴벅이다·깜빡이다’가 어느 결에서 다른가를 함께 알도록 짚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슴벅이다’ 뜻풀이에 굳이 ‘깜빡이다’하고 결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태지요. 거꾸로 ‘깜빡이다’ 뜻풀이에도 이렇게 ‘슴벅이다’ 뜻풀이를 보태면 더 좋겠지요.


㉢더께

[숲노래 사전] 1. 오랫동안 내려앉거나 붙어서 단단하게 모이거나 보기에 안 좋은 것 2. 자꾸 쌓이거나 붙은 것. 겹으로 된 것

[국립국어원 사전] 1.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2. 겹으로 쌓이거나 붙은 것. 또는 겹이 되게 덧붙은 것


  ‘때’랑 ‘더께’는 비슷하지만 달라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은 ‘더께’를 풀이하면서 ‘때’란 낱말을 끌어들여요. 이러면 뜻풀이가 엉킵니다. ‘더께·때’는 따로 풀이하고, 서로 풀이말에 안 써야 올발라요. 그리고 “거친 때”라고만 하면 더께라고 하는 것이 어떠한가를 잘 알기 어렵습니다. 낱낱이 풀어서 알려주어야겠어요.


㉣ 고갱이

[숲노래 사전] 1. 풀·나무에서 줄기 한가운데에 부드럽게 있는 것 2. 가운데나 복판이 될 만한 곳·자리·것. 또는 가운데나 복판이 될 만큼 뜻있거나 크거나 값있는 사람·살림·것·곳을 가리키는 말

[국립국어원 사전] 1. [식물]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심 2.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지난날에는 누구나 푸나무를 가까이하며 살았기에 ‘고갱이’는 흔한 말이었고, 여느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빗대면서 썼어요. 이제는 서울살이로 몰리면서 푸나무를 가까이하는 분이 줄었기에, 이 낱말을 잘 알기 어려운 분이 많은 듯합니다. 이런 대목도 헤아려서 첫째 뜻풀이하고 둘째 뜻풀이를 찬찬히 살을 입히면 좋겠어요.


㉤ 골골샅샅

[숲노래 사전]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은 곳. 어느 한 곳도 빠지지 않게 (골골 + 샅샅. 골 = 멧골/고을. 온 멧골이나 온 고을을 하나하나 깊고 넓게 살피는 느낌을 담은 말씨)

[국립국어원 사전] 한 군데도 빠짐이 없는 모든 곳 = 방방곡곡


  ‘골골 + 샅샅’인 ‘골골샅샅’이에요. ‘골’은 멧골이나 고을을 나타내는 낱말이랍니다. 그러니까 “온 멧골이나 온 고을”을 “샅샅이” 어떻게 하는 모습이나 몸짓을 ‘골골샅샅’으로 가리키지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사전은 ‘군데’하고 ‘곳’이란 말을 앞뒤로 넣었어요. 이 대목도 다듬을 노릇입니다. 어느 곳도 “빠지지 않게” 한다는 바탕뜻을 살리면서 풀이말을 추스르면 좋아요. 묶음표에 보탬말을 넣어 보는데요, 이런 보탬말은 ‘골골샅샅’이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말밑을 알려주는 셈이에요.


  다섯 낱말을 놓고 이야기해 보았어요. 어떻게 보면 좀 어렵지 않느냐고 여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누구나 조금 더 생각을 기울이거나 마음을 쓴다면, 국립국어원 사전을 비롯해, 뜻풀이가 엉성한 사전을 우리 손으로 차근차근 바로잡거나 가다듬거나 손질하면서 알차게 가꿀 수 있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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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안구정화’나 ‘안구습기’는?



[물어봅니다] 

  이런 말을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새 ‘안구정화’나 ‘안습’ 같은 말을 다들 꽤 쓰잖아요? 저도 그냥 썼는데, 문득 이런 말도 더 좋은 말로 바꿀 수 있는지 궁금해요.


[이야기합니다] 

  어느 말을 쓰든지 우리 마음을 잘 나타내도록 찬찬히 골라서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말을 찾기보다는 우리 마음을 잘 나타내면서, 이웃이나 동무하고 생각을 즐겁고 넓고 깊으면서 포근하고 상냥히 나눌 만한 말을 헤아리면 어떠할까 싶어요.


  저는 ‘안구정화’나 ‘안습(안구에 습기가 차다)’ 같은 말을 처음 들을 적에 “무슨 이런 말이 다 있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뜻이나 느낌을 바로 알았어요. 저는 이런 말씨는 안 쓰니, 이런 말씨를 둘레에서 쓰더라도 따라하지 않아요. 이른바 휩쓸리거나 휘말리지 않습니다. 둘레에서는 이런 말씨가 이웃님이나 동무 마음에 들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다른 말씨로 제 마음이나 느낌이나 생각을 나타내요.


 눈씻이·눈을 씻다 ← 안구정화


  먼저 ‘안구정화’를 살필게요. 이 말씨는 ‘안구 + 정화’일 테고, “눈을 + 깨끗이 한다”를 가리키는구나 싶어요. 말 그대로 “눈을 씻다”라 하면 되고, 단출히 ‘눈씻이’란 말을 새로 지어서 쓸 만해요.


  가만히 생각하면 “눈을 씻어 주네” 같은 말씨를 꽤 많은 분이 씁니다. 이 말씨 못지않게 오래오래 쓰던 말씨가 있으니 ‘호강’이에요. “호강을 시켜 주다” 같은 꼴로 으레 쓰는데요, 이때에는 ‘효도’나 ‘호위호식’ 같은 한자말 쓰임새를 담아내기도 하지요.


  눈호강·눈을 틔우다·눈이 트이다·눈이 맑아지다 ← 안구정화


  매우 보기 좋은 모습을 볼 적에 ‘눈호강’을 했다고들 합니다. 다만 ‘눈호강’은 아직 사전에 안 실렸더군요. 참으로 오랜 옛날부터 쓰던 말씨인데 말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눈호강’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어요. 이를테면 맛난 밥을 먹기에 ‘입호강’을 하고, 아름다운 노래나 목소리를 듣기에 ‘귀호강’을 합니다. 즐거운 길을 걸으면 ‘발호강’을 하고, 신나는 일이나 놀이라면 ‘손호강’을 할 테지요.


 슬프다·구슬프다·눈물겹다·눈물나다·눈물을 흘리다 ← 안습·안구에 습기가 차다


  다음으로 ‘안습’을 생각할게요. 눈이 물로 젖는다면 어떤 모습이나 일일까요? 바로 ‘눈물’이겠지요. ‘눈물겹다’나 ‘눈물나다’라 하면 됩니다. “눈물을 흘리다”나 “눈물이 흐르다”라 해도 되고요. 우리 눈에는 언제 눈물이 날까요? 우리는 언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까요?


  바로 ‘슬플’ 때입니다. 그러니 ‘슬프다·슬픔’이라 하면 되고, 비슷하면서 다른 ‘구슬프다·구슬픔’이라 할 수 있어요. 다만 ‘슬프다’나 ‘구슬프다’라는 낱말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아쉽구나 싶으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다”나 “눈에서 비가 내린다”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눈물꽃’ 같은 말을 쓸 만해요. ‘눈물바람’이나 ‘눈물구름’이라 해도 어울려요. “눈물이 소나기처럼 흐르다”라든지 ‘함박눈물’ 같은 말도 쓸 수 있겠지요.


  자, 우리는 또 어떤 말을 새로 엮어서 쓸 만할까요? 우리는 눈물이 나거나 흐르는 모습을 어떤 이야기로 꾸며 볼 만할까요? 슬픈 모습을 얼마나 새로운 마음으로 조곤조곤 짜거나 꾸려서 나타낼 만할까요?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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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이야기

말 좀 생각합시다 68


 삶님


  말은 어떻게 지을 수 있을까요? 어떤 자리에 어떻게 써야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리에서 짓지 싶습니다. 온누리 모든 말은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살림을 가꾸고 지은 사람이 저마다 제 삶자리에 걸맞게 하루를 살아가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굳혀서 붙이는 소리이지 싶어요. 처음에는 그저 떠도는 소리였을 테지만, 이 소리에 이름을 붙이기에 뜻이 깃들고, 뜻이 깃들면서 말이라는 모습으로 나누는 새로운 숨결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새로운 소리까지 지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새로운 소리를 잔뜩 지었고, 숲이나 들이나 바다나 하늘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리를 새롭게 지었으니, 굳이 소리를 더 짓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우리 곁에 있는 엄청나게 널린 소리를 잘 살피고 엮어서 말을 새로 지으면 넉넉해요. 이미 있는 말 여럿을 새롭게 엮어 한결 새로운 낱말을 짓습니다.


  한국 한자말로는 ‘식구(食口)’요, 일본 한자말로는 ‘가족(家族)’이라 이르는 사이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한집사람’을 가리킬 낱말이 따로 없어도 되었기에 굳이 텃말을 안 지었구나 싶은데, 이를 글로 나타내고 싶던 사람이 있어 한자를 따서 ‘식구·가족’ 같은 낱말을 엮었구나 싶어요.


  저는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그리 안 내킵니다. 밥을 먹는 사이란 뜻도 좁고, 씨받이가 모인 집안이란 뜻도 좁구나 싶어요.


  이러다가 삶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서 이녁한테 ‘곁님’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저랑 삶을 함께하는 사람도 저를 ‘곁님’이라 부를 수 있어요. 한말(한국말)은 성별이나 나이나 자리를 안 따지고 누구나 아우르는 결이라, ‘아내·남편’을 넘어선 ‘곁님’이란 말을 짓고서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다면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한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이란, 삶을 함께 짓고 누리는 사이일 테니 ‘삶 + 님’ 얼거리로 ‘삶님’이라 할 만합니다. 한집에서 함께 삶님이에요. 사는 사이는 ‘삶님’이라면, 살림하는 사이는 ‘살림님’이 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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