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눈



  우리한테 ‘보는눈’이 있으면 아무 모습이나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한테 ‘보는눈’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는 길을 볼 수 있고, 이 길에 벗님이 될 책을 알아봅니다. 우리한테 ‘듣는귀’가 있으면 아무 소리나 듣지 않습니다. 우리한테 ‘듣는귀’가 있기 때문에 마음을 살찌우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이 삶에 빛이 될 책을 알아차립니다. 우리한테 ‘트인넋’이 있으면 아무것이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한테 ‘트인넋’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사랑하는 꿈을 키울 수 있고, 이 사랑으로 하루를 새롭게 지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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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책읽기



  책을 안 좋아한다기보다 책하고 등진 채 살아가는 사진가들이 책집에 우르르 몰려들어서 사진을 찍는다면 책집을 어떻게 느끼거나 바라보는 사진을 찍을 만할까요? 골짜기나 멧자락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으로 노는 분들이 관광버스에서 우르르 내릴 적하고 비슷할 텐데요, 모든 일은 맞물립니다. 아침에 고흥교육청 전화를 받고 도장 하나 찍으러 마실을 다녀오는데, 고흥읍 버스터부터 교육청까지 걷는 길에, 교육청에 군청 앞을 지나 다시 버스터로 돌아오는 길에 끝없이 넘어질 뻔했습니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고 찻길로 자동차만 지나다니는데요, 거님길이라고 하는 데는 울퉁불퉁하기 일쑤요, 크고작은 자갈이 널렸으며, 한쪽으로 기울어진 거님길이라거나 갑자기 푹 꺼진 자리가 참 많습니다. 아마 고흥군수도 고흥군 공무원도 이 길을 안 걷겠지요. 안 걸으니까 모를 테고, 안 걸으니까 길바닥이 어떠한지조차 안 헤아리겠지요. 우리는 책을 꼭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을 읽고 살림과 사람을 읽어야 합니다. 삶길도 살림길도 사람길도 읽어야 합니다. 이처럼 읽는 눈이 없이 책을 손에 쥔다면, 무엇을 얻을까요? 이처럼 읽는 눈을 가꾸지 않고서 사진기를 손에 쥔다면, 무엇을 찍을까요? 이처럼 읽는 눈을 키우지 않고서 대통령이나 군수나 공무원이 된다면, 무엇을 할까요? 이처럼 읽는 눈을 돌보지 않고서 아이를 낳는다면, 무엇을 가르칠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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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서재는



  우리 집 서재는 두 갈래 책으로 가꿉니다. 첫째, 읽은 책입니다. 둘째, 읽을 책입니다. 제가 장만하는 모든 책은 처음에 책집에 마실을 가서 찬찬히 읽어 봅니다. 어느 만큼 읽어 보고서 ‘더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적에 장만합니다. 그러니 어느 만큼 줄거리를 모르고서 장만하는 책은 없는데, 열 해나 스무 해쯤 흐르면, 때로는 서른 해쯤 훌쩍 지나가고 나면, 그만 줄거리를 까맣게 잊곤 합니다. 비록 서른 해 앞서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읽은 책” 아닌 “읽을 책”이 되고 말더군요. 누가 우리 책숲집에 있는 책을 보면서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나요?”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렇게 많은 책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만, 이 책을 장만할 적에는 다 읽으면서 샀어도 이제 줄거리를 잊은 책도 많아서, 이 책은 앞으로 새로 읽을 책이라고 여깁니다. 오늘 아침이나 엊저녁에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제가 이 자리에서 다시 손에 쥐면 늘 ‘새로 읽을 책’이에요. 그러니, 서재라는 곳은, 앞으로 새롭게 읽으면서 마음에 기쁨을 심는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책입니다. 우리 집 서재는 온통 씨앗입니다. 마음씨앗이지요. 숲이 푸르게 우거지도록 밑바탕이 되는 이야기씨앗이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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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도서관



  책이 곁에 있으면, 때와 곳을 가로질러서 삶을 새로 돌아보며 배울 수 있도록 이끄는 길을 누립니다. 도서관에 두는 책이라면, 그때그때 갓 나온 책을 사람들이 손쉽게 빌려서 보도록 하는 몫보다는, 삶을 새롭게 배워서 즐겁고 슬기롭게 눈을 뜨고 마음을 가꾸는 길을 밝히는 터전이 되면 좋으리라 봅니다. 새로 나오는 책도 꾸준히 장만해서 ‘오래된 책 곁에 나란히 두면’ 좋습니다. 빌려가는 사람이 적은 책이란, 도서관지기가 책손한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해서 그만 기다리다 지쳐서 먼지를 먹는 책입니다. 신문기자도 서평가도 ‘오래된 아름다운 책’을 다루거나 말하지 못합니다. 신문기자나 서평가는 보도자료를 받아서 고작 ‘갓 나온 책’을 다루거나 말할 뿐입니다. 도서관지기나 책손으로서는 갓 나온 책 아닌 오래된 아름다운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보도자료도 소개글도 없는 책’이란 무엇인가 갸웃갸웃하면서 살며시 손을 뻗어 보기를 바랍니다. 오랜 나날을 살아내며 이야기를 품은 책으로 다가서 보기를 바랍니다. 갓 나온 책이라서 더 새롭지 않습니다. 오래된 책이라서 낡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알차거나 아름답기에 새로운 책입니다. 겉종이가 낡거나 바랬어도, 속에 담은 줄거리가 알차거나 아름답기에 두고두고 새로워 우리 마음에 빛줄기가 되는 책이고, 이러한 책을 건사하는 쉼터이자 만남터이자 우물터이자 이야기터가 바로 도서관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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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알아볼까요



아름다운 책을 언제 알아볼까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있으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알아보기를 바라신다면, 언젠가는 알아볼 수 있어요. 다만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내지 마셔요. 서두르면 끝내 못 알아보고요, 조바심을 내면 그만 지쳐서 등을 돌리고 말아요. 모든 아름다운 책은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난 삶에서 아름답게 뜬 눈으로 알아본답니다.” 값진 책도, 좋은 책도, 훌륭한 책도, 뜻있는 책도 다 같습니다. 때가 이르면 다 알아보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때가 이르러 다 알아볼 즈음에는 새 수수께끼를 하나 내어 보셔요. 아름다운 바람을, 아름다운 구름을, 아름다운 꽃을, 아름다운 흙을, 아름다운 나무를, 아름다운 냇물을, 아름다운 풀벌레를, 아름다운 멧새 노랫가락을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가슴에 씨앗으로 심어 보셔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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