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0 꾼



  ‘꾼(전문가)’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꾼은 한 갈래를 꾸러미로 엮어 살피는 사람이요, 한 갈래를 깊이 보려고 하면서 다른 갈래를 잘 모르거나 놓치거나 안 쳐다봅니다. 집(건축)을 다루는 꾼은 옷(패션)을 다루는 꾼을 모르고, 밥(요리)을 다루는 꾼은 아이(육아)를 다루는 꾼을 모릅니다. 글(작가)을 다루는 꾼은 숲(자연)을 다루는 꾼을 모르고, 벼슬(공무원)을 쥔 꾼은 노래(음악)를 다룬 꾼을 모릅니다. 갈수록 온갖 꾼은 스스로 쥔 한 갈래만 살피거나 생각할 뿐, 곁에 있는 숱한 꾼을 들여다보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살림·집안일이라는 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살림지기란 마음으로 풀꽃나무를 돌아보는 사람하고, 꾼 눈길로 풀꽃나무를 다루는 사람은 사뭇 다릅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틀(학명·설명·이론)에 가둘 수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모든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짓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사람다운 빛을 나눕니다. 꾼이 솎아낸 책을 읽기보다는, 살림순이가 즐기는 책을 함께 읽기를 바랍니다. 꾼한테서 글쓰기를 배우기보다는, 살림돌이랑 도란도란 수다를 펴며 즐겁게 글을 쓰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아기를 돌볼 줄 안다면, 누구나 나라지기(대통령)쯤 착하고 아름답게 맡습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