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18.


《야성의 부름》

 잭 런던 글/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15.8.30.



구름이 짙게 끼는 아침이다. 〈책과 아이들〉 지기님하고 책집살림을 놓고서 한참 이야기하고서 보수동책골목으로 간다. 가랑비가 듣기도 하고 그치기도 한다. 〈대영서점〉과 〈동화서점〉을 들러서 책을 살핀 다음에 〈파도책방〉으로 간다. ‘부산인문연대’에서 함께하기를 바란다면서 ‘책집나들이’를 하는 날이다. 그런데 ‘책집나들이’에 오는 분들이 하나같이 ‘책을 살펴서 읽을 마음이나 매무새’가 아니다. ‘대학교수를 그만둔 어르신’이 많은데, ‘늙눈’이라 책을 읽기가 힘들다는 말을 자꾸 한다. 책을 안 읽으려면, 부산 곳곳에 아름답게 있는 책집을 사귀지 않으려면, 왜 책집나들이에 나오는가. 책집나들이는 책집에서 떠들거나 커피를 바라거나 걸상을 찾는 딴청이 아니다. 골마루와 책시렁을 가만히 짚고 돌아보면서 ‘언제나 새롭게 나를 가꿀 이야기를 찾는’ 길이다. 《야성의 부름》을 되읽었다. 처음 나온 1903년 무렵부터 오래 읽힐 만했구나 싶으면서도, 개를 끝없이 때리고 괴롭히는 사람들 이야기는 이제 접어도 될 만하다. ‘들소리(The Call of the Wild)’란, ‘돌노래’란, 이곳과 저곳 사이를 드나들고 넘나들면서 바람을 가르는 빛이리라. 온몸으로 들을 품은 숨결은 들빛이 되고, 몽둥이를 쥔 바보는 굴레에 갇힌다.


#TheCalloftheWild (1903년) #JackLondon

필립 R.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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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숨어서 말할래요?



  숨어서 낄낄대는 이가 수두룩하다. 숨어서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놀리고 깎을 뿐 아니라, 뜬말을 퍼뜨리는 이가 꽤 많다. 그러려니 해야지, 무슨 길이 있는가? 숨어서 뒷말을 일삼는 이들은 언제나 앞에서 히죽히죽하더라. 앞에서는 얌전하거나 반듯한 척하되, 으레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데, 이런 ‘앞뒤 어긋난 글짓·말짓·몸짓’은 반드시 그분들 스스로를 갉아먹는 굴레일 뿐이다.


  잘 빚은 글이나 못 빚은 글이란 있을 수 없고, 있을 턱조차 없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글이 있고, 사람들이 안 쳐다보는 글이 있고, 사람들이 미처 몰라보는 글이 있고, 사람들이 홀리는 글이 있다. 이밖에 사람들을 길들이려는 글이 있고, 남을 길들이려다가 그만 스스로 굴레에 갇히는 글이 있다.


  거리끼지 않는다면 안 숨는다. 거리끼니까 숨는다. 참말을 하면 될 텐데, 참말을 못 하겠으니 숨는다. 참말을 하는 사람은 안 숨는다. 다만, 바른소리(내부고발)를 낼 적에는 살며시 숨을 만하다. 우리나라는 담벼락으로 둘러쳤을 뿐 아니라, 끼리끼리 글담·돈담·이름담·끈담을 높이는 수렁인 터라,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숨은말을 할 수 있다.


  나는 하늘을 보면서 살아가니까 숨을 일이 없다. 고흥군수가 헛발질을 한다든지, 전남지시와 전남교육감이 멍청짓을 일삼을 적에, 그저 그들이 무슨 헛발질과 멍청짓을 펼치는지 가만히 갈무리하고 남기고서 글 한 자락을 적는다. 나라지기가 속임말을 하든, 벼슬아치가 꾸밈말을 일삼든 마찬가지이다. 그저 그분들 민낯을 차곡차곡 모은다.


  여러모로 보면, 바른소리(내부고발)를 할 적에는 그곳에서 달아나거나 빠져나와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살며 서울길(서울시 행정)을 놓고서 쓴소리 단소리 맵소리를 내려고 하면, 서울에서 떠나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서울쓴소리’를 한대서 나가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전남 고흥이라든지 경남 함안 같은 시골에서 살며 ‘시골쓴소리’를 한 마디라도 조그맣게 내려고 하면 자칫 집안이 거덜나거나 돌벼락을 맞을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입벙긋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수렁(감옥·독재·부정부패)에 갇힌 셈이다.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분을 가만히 보면, 스스로 낸 책이 언제나 ‘별꽃 10(또는 5) 가득’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글쓴이나 책낸이는 스스로 별꽃 10(또는 5)을 꾹꾹 눌러서 줄 만하다. 이래야 맞지. 스스로 별꽃 10(또는 5)을 매길 만하지 않은 책이라면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둘레에서는 글쓴이와 책낸이와 똑같이 바라볼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인걸. 그러나 서로 다르기에 일부러 깎아야 하지 않다. 빈구석과 틀린곳을 느낄 적에는 나무랄 만하다. 헛짚거나 못짚거나 설짚은 대목은 기꺼이 나무랄 만하다. 서로서로 즐겁게 나무랄 적에 참말로 “서로 나무로 설 수 있”다. 나무라는 말은 나쁜 말이 아니고, 나은 말도 아니지만, 이곳에서 스스로 푸르게 서는 나무로 나아가려는 말씨 한 톨이다. 보라, 나무는 여름에도 겨울에도 나무이다. 보라, 나무는 해날에도 돌개바람에도 나무이다. 보라, 나무는 꽃이 피건 지건 나무이다. 보라, 나무는 서울에서건 시골에서던 똑같이 나무이다.


  넌 아직 숨어서 말할래? 숨어서 낄낄대고 빈정댈래? 그러고 싶으면 그러렴. 네가 하는 모든 숨은말은 언제나 너한테 고스란히 돌아가거든. 난 해바라기에 비바라기에 별바라기에 바람바라기에 구름바라기로 말할 셈이야. 난 꽃바라기에 풀바라기에 숲바라기에 들바라기로 속삭이려고 해. 숨고 싶으면 마음껏 숨으렴. 넌 네 삶을 보낼 테니까. 난 내 삶을 짓는 이 하루를 지낸단다. 2025.11.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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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숲에서 삶을 찾다 - 농부 시인 봄날샘과 이웃들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16
서정홍 지음 / 단비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11.15.

노래책시렁 520


《시의 숲에서 삶을 찾다》

 서정홍·청년농부와 이웃들

 단비

 2018.4.15.



  어쩐지 어느 때부터인지 여기저기에서 ‘청년농부’ 같은 일본말씨가 퍼집니다. 우리는 우리말로 ‘젊은-’이나 ‘푸른-’ 같은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논밭을 일군다면 ‘젊은논밭꾼’이요, 흙을 가꾼다면 ‘푸른흙지기’입니다. 젊든 늙든 나란히 ‘논밭님’에 ‘흙님’이라 일컬을 만합니다. 시골에서 흙살림을 짓는 여러 사람이 노래 한 자락을 함께 읽고 나누는 마음을 엮은 《시의 숲에서 삶을 찾다》입니다. 여러모로 뜻깊구나 싶지만 이래저래 아쉽습니다. 들숲메바다는 언제나 푸르고 파랗게 일렁이는 숨빛으로 아름답습니다만, 들숲메바다는 사람한테 목청껏 외치지 않아요. 들숲메바다는 한결같이 차분히 사람을 지켜봅니다. 스스로 높이거나 낮추지 않습니다. 그러면 들노래이건 숲노래이건 멧노래이건 바다노래이건 철마다 새롭게 피고 지는 하루를 가만히 담으면 되어요. 더 낫거나 나쁘다고 몰아대는 글이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짓는 결을 적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시의 숲”이란 없습니다. ‘노래숲’은 있습니다. ‘멧노래숲’이 있고 ‘들노래숲’이 있어요. ‘노래들’이 있고 ‘노래들녘·노래들판’이 있으며, ‘노래들꽃’과 ‘노래멧꽃’이 있습니다. 젊은흙손과 푸른흙손이 만나서 그저 푸른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ㅍㄹㄴ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 내가 세상 걱정 때문에 잠 못 들면 / 누군가 아무 걱정 없이 / 깊은 사랑 나눌 수 있기를.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58쪽)


+


《시의 숲에서 삶을 찾다》(서정홍·청년농부와 이웃들, 단비, 2018)


고마운 분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 고마운 분한테서 넘치게 사랑받았습니다

→ 이웃님이 고맙게 넘치도록 사랑했습니다

4


청년 농부라 불러 주는 걸 훨씬 더 좋아합니다

→ 젊은 흙지기라 하면 훨씬 반깁니다

→ 젊은 논밭꾼이라 하면 더 반갑습니다

4


예슬이 곁에는 좋은 이웃이 많습니다

→ 예슬이 곁에 이웃이 많습니다

→ 예슬이 이웃은 포근합니다

6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까지나 변함이 없습니다

→ 들숲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 숲을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까지나 같습니다

7


우시장 브로커가 귀찮다는 듯 얼마에 팔 거냐고 물었을 때

→ 소장사가 귀찮다는 듯 얼마에 파느냐 물을 때

15


남편은 요즘 틈만 나면 요리를 만든다

→ 곁님은 요즘 틈만 나면 밥을 한다

→ 짝꿍은 요즘 틈만 나면 밥을 차린다

24


말과 행동과 사상에 탁월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라 생각한다

→ 말과 몸짓과 생각이 훌륭하다면 어머니 사랑 때문이라 본다

→ 말과 몸과 빛이 뛰어나다면 어머니 사랑 때문이라 여긴다

27


서로를 향한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던

→ 서로 갸륵해야 한다던

→ 서로 느껴야 한다던

→ 서로 눈물지어야 한다던

35쪽


면발을 만들던 그 모습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 국숫발을 내던 모습은 쉰 해가 지난 오늘도 생생하다

49


어떤 위로를 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 어떻게 달래든 부끄러워

→ 어찌 다독이든 부끄러워

57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 참말 그러기를 비네

→ 참 그러하길 바라네

58


누군가 아무 걱정 없이 깊은 사랑 나눌 수 있기를

→ 누구나 아무 걱정 없이 깊이 사랑할 수 있기를

→ 모두 아무 걱정 없이 깊게 사랑할 수 있기를

58


그저 음식이 아니라 자연이 나를 위해 내어놓은 생명임을 알았다

→ 그저 먹을거리가 아니라 숲이 나한테 내어놓은 숨인 줄 알았다

77


산골 마을에선 귀한 것들끼리 함께 산다네

→ 멧골에선 고운 숨결이 함께산다네

→ 멧마을에선 꽃빛이 함께산다네

95


풍요로운 세상이라는 지구별에서는 모든 것이 넘쳐 나는 듯

→ 넉넉하다는 푸른별에서는 모두 넘쳐나는 듯

→ 가멸차다는 파란별에서는 모두 넘쳐나는 듯

15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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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름다운 날 5
아카네다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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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1.15.

만화책시렁 777


《안녕, 아름다운 날 5》

 아카네다 유키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3.12.15.



  누구나 아이로 태어나서 실컷 뛰놀며 온누리를 부대끼노라면, 어느새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는구나 싶어요. 어질게 지켜보고 바라보고 품고서 풀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니, 모든 사람이 천천히 ‘집안 맏어른’으로 나아갑니다. 《안녕, 아름다운 날》은 도무지 어른스럽지 않게 구는 사내에, 어려서부터 어른스레 굴던 가시내가 어울리는 길을 보여줍니다. 이래저래 갑갑한 줄거리에, 끝없이 답답한 모습을 꾸역꾸역 잇는다고 할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숱한 사내는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철이 안 들고, 숱한 가시내는 일찍부터 철들면서 살림을 돌봅니다. 누구나 둘레(사회)를 탓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주 조그마한 곳부터 천천히 가다듬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 아주 못하지만 제 속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가꾸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까닭이 없고, 처음부터 못하는 사람을 나무랄 일이 없어요. 그저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하루를 바라보면 됩니다. 언제나 바로 오늘을 느긋이 품으면서 다독이면 됩니다. 말 한 마디가 씨앗이듯, 모든 몸짓이 씨앗이고, 스스로 어떤 ‘나’로 서고픈지 생각할 때라야 비로소 물결이 일어납니다.


ㅍㄹㄴ


‘하늘이 넓어. 높은 건물이 없으니까.’ (18쪽)


“다들 표준어를 쓰고, 사투리가 심한 건 나뿐이라서, 뭐랄까, 모양 빠지게 느껴진달까. 부끄러웠어요.” … “부끄러울 것 없어요. 부모님이 사투리로 손님을 맞는 건, 그 지역 사투리로 맞이하는 편이 진심이 전해지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사투리란 건 그 지역에서 생기고 자란 언어잖아요. 그 지역을 아끼는 마음이 전해져서 전 좋아요. 저도 소중히 여기고 싶거든요.” (28, 29쪽)


“뭐야, 저거? 이상하게 움직여! UFO잖아!” “내가 그랬잖아.” (38쪽)


“떠나 있어 보니까, 파도 소리 바다 향기 그런 게, 내 일부처럼 돼 있단 걸 알았어.” (98쪽)


#さらば佳き日 #?田千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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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책방 5
요코야마 토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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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1.15.

만화책시렁 781


《우리 집은 책방 5》

 요코야마 토무

 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5.5.31.



  이웃나라 일본에는 빨간빛(음란물)만 다루는 책집이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 ‘빨간책집’을 다루는 글이며 그림이 꽤 나오는 듯싶습니다. 《우리 집은 책방》은 바로 빨간책집에서 나고자라는 아이가 ‘엄마를 그리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책집지기를 잇는다는 줄거리입니다. 어떤 책이건 모두 책이고, 어떤 줄거리이건 사람이 어울리는 줄거리입니다. 빨간책집을 다루는 줄거리라서 응큼그림을 자꾸 끼워넣는 대목을 뺀다면, 그저 ‘딸과 아버지’가 여러 이웃하고 부대끼는 나날을 담는다고 할 테지요. 그림감과 줄거리를 ‘빨간책집’이라는 책터에 끼워맞춘다고 여긴다면, 이도저도 아닌 채 헤매는 얼거리라고 할 테고요. 저는 ‘우리집 + 책집’이라는 두 가지를 헤아리면서 첫걸음부터 읽어 보려 했는데, 어쩐지 더는 읽기 어렵습니다. 굳이 ‘빨간책집’을 줄거리로 삼아야 했는지 아리송하고, 빨간책집을 애써 고르면서 무엇을 보이려 하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떤 책이든 태어나는 오늘날이기에 어떤 책을 사고파는 책집이든 그려낼 수 있습니다만, 갈피를 못 잡고서 이리저리 부딪히거나 뒤죽박죽이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ㅍㄹㄴ


“만약,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사진을 모으고 있다, 라고 하면 마마보이라고 비웃을 건가?” “아뇨. 절대 안 웃어요. 하지만 저라면 나쁜 짓만은 하지 않길 바랄 거예요.” (68쪽)


#私のおウチはHON屋さん #橫山知生


+


《우리 집은 책방 5》(요코야마 토무/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5)


으아∼. 오늘은 많이 입하됐네. 검품 힘들겠다

→ 으아! 오늘은 많이 들어왔네. 살피기 힘들겠다

→ 으아! 오늘은 많이 들였네. 헤아리기 힘들겠다

8쪽


일단 단정하게 입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이하동문

→ 뭐 깔끔하게 입어야 할 듯해서. 마찬가지

→ 먼저 말쑥하게 입어야 할 듯싶어서. 똑같아

12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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