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개기

 


  오늘은 어쩐지 빨래를 개기 싫은 날. 큰아이더러 빨래를 갤 수 있겠니 하고 물어 본다. 큰아이는 다른 놀이를 하다가 척척 하나씩 갠다. 예쁘게 잘 개는구나. 그동안 손놀림이 많이 늘었구나. 이렇게 무럭무럭 크면서 네 자리를 찾겠지. (4345.1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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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08 19:13   좋아요 0 | URL
아이에겐 모든 것이 재밌는 놀이가 아닐까요?

파란놀 2012-11-08 20:05   좋아요 0 | URL
네, 재미나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놀이일 테지요~~
 

비오는 날

 


비오는 날
달리는 자전거는
상큼하다.

 

비오는 날
비비고 짜는 빨래는
축축하다.

 

비오는 날
짭짤히 끓인 미역국은
따뜻하다.

 

비오는 날
방바닥에 불을 넣으면
식구들 모두
이불을 뒤집어쓰며
오붓하다.

 


4345.9.1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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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1-08 19:11   좋아요 0 | URL
저도 이런 시를 흉내 내어 쓰고 싶어지네요. 멋져요.
비가 들어간 시는 왜 저는 다 좋아할까요. ^^

파란놀 2012-11-08 20:05   좋아요 0 | URL
그러면 오늘부터 즐겁게 쓰셔요~~~~~ ^__^
 


 삶씻이

 


  스스로 삶을 씻으며 하루를 엽니다. 내 넋을 내 마음 움직여 가만히 씻으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네가 나한테 스며들어 고운 숨결이 되는구나, 너랑 나랑 한몸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나눌 밥을 차려 먹으며, 밥알 하나 알뜰히 건사하자고 생각합니다. 밥풀 하나도 나이고, 나는 곧 밥풀 하나이기에, 그릇에 밥알 하나 남지 않도록 싹싹 훑어 먹습니다.


  반가운 이웃이 찾아와 술 한두 병 마실 적에는 내 몸에 들어오는 술이 나하고 한몸이 되면서 ‘술내음’을 풍기겠지요. 집 언저리나 들에서 풀을 뜯어 먹으면, 나와 풀은 한몸이 될 테니, 이때에는 ‘풀내음’을 풍기겠지요.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꿈을 품으면 내 마음과 몸은 아름다이 빛나겠지요. 햇살을 고이 받도록 마당에 빨래를 널면 옷가지마다 따사로운 바람결이 깃들고, 달빛을 내 가슴 가득 받으려고 마당에 가만히 서면 내 마음자리에는 환한 빛줄기가 자라요.


  생각이 마음을 다스립니다. 생각으로 삶을 짓습니다. 생각으로 꿈이 자랍니다. 생각하는 하루로 즐기도록 활짝 웃고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천천히 동이 트며 파랗게 눈부신 하늘이 우리 시골집으로 새롭게 찾아오겠지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파란하늘한테 인사합니다. 고운 하늘아, 우리 집에도 이웃마을 집에도 또 저 먼먼 도시 수많은 건물과 아파트 사이사이에도 해맑고 곱게 찾아들어 사람들 누구나 해맑고 고운 넋으로 삶을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무나. (4345.1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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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과 글쓰기

 


  가시버시는 서로 닮는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얼굴이면서 마음이다. 아이들은 맨 처음에는 어느 누구도 안 닮는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저희 마음속에 깃든 하느님 모습일 뿐이다. 아이들은 자라나며 가까이 있는 어른(어버이)을 본다. 차츰 어버이 얼굴과 마음이 아이들한테 스며들곤 한다. 아이들마다 깃든 하느님이 어른(어버이)한테 새롭게 스며든다. 해가 가고 달이 가면서, 가시버시와 아이들은 서로 닮을밖에 없다. 곧, 나는 나 스스로 가장 곱고 맑으며 사랑스러운 길을 걸어야 서로를 살리고 북돋울 수 있다. 찡그린 내 얼굴이 찡그린 옆지기 얼굴이 되며 찡그린 아이 얼굴이 된다. 활짝 웃는 아이 얼굴이 활짝 웃는 내 얼굴이 되며 활짝 웃는 옆지기 얼굴이 된다. 내 얼굴을 보고 싶다면 옆지기와 아이들을 보면 된다. (4345.1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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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기
― 사라진 사진들

 


  디지털파일로 찍은 사진이 사라집니다. 틀림없이 즐겁게 찍은 사진인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메모리카드가 잘못되었나? 아니면 메모리카드에 담긴 사진을 셈틀로 옮기지 않고 그만 메모리카드 씻기(포맷)를 하는 바람에 봄눈 녹듯 아무런 자취를 안 남기고 사라졌나?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사라집니다. 파노라마사진기를 즐거이 장만해서 낑낑거리고 들고 다니며 우리 아이들이며 우리 마을이며 신나게 찍었는데, 아무 사진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 필름을 거꾸로 끼웠나? 빛을 제대로 못 맞추었나? 때로는 현상소에서 깜빡 하고 한 통쯤 잃어버렸나?


  내가 언제 어디에서 무언가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 사진을 찾아보면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불쑥 어느 방(폴더)에서 사진이 ‘나 여기 있네!’ 하고 나타날는지 모릅니다. 현상한 필름이 어느 책더미나 짐 사이에 찡긴 채 몇 해를 묵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 여기 있었는데 몰랐니?’ 하고 고개를 내민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찍든 저렇게 찍든 종이에 앉히지 않으면 내 앞에서 안 보이는 사진일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합니다. 종이에 앉힌 사진을 벽에 붙이고는 날마다 곰곰이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노릇 아닌가 생각해 보곤 합니다. 그런데, 사진기 단추를 눌러야 사진이 ‘태어난다’고 할까요. 사진기 단추를 누르지 않고도 사진을 ‘빚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맨 먼저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눈을 거쳐 내 마음에 담으며, 내 눈을 거쳐 내 마음에 담은 모습을 내 가슴속 깊은 데에서 샘솟는 사랑으로 살며시 어루만질 때에, 비로소 ‘사진찍기’를 이루지 않나 싶어요. 사랑 어린 마음으로 찬찬히 아로새기는 사진찍기를 하고 나서야, 시나브로 ‘디지털파일이나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사진기를 써서’ 어떤 이야기를 꾸릴 수 있지 싶어요.


  마음속에 있으면 언제나 사진이요, 마음속에 없으면 내 눈앞에 ‘종이에 앉힌 어떤 모습’이 있다 하더라도 사진이라 할 수 없는 셈 아닐까 싶어요.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에는 제아무리 이름난 아무개가 찍어 길거리에 큼지막하게 내걸었어도 내 눈에는 안 보여요. 그저 스쳐 지나가며 느끼지도 못해요. 마음에 와닿을 때에는 환하게 떠올리고 활짝 웃으며 이야기꽃 피우는 밑바탕이 되어 주는구나 싶어요.


  삶이 있으며 사진이 있고, 스스로 삶을 잃으며 사진을 잃어요. 마음이 있으며 사진이 있고, 스스로 마음을 놓거나 버리면서 사진 또한 놓거나 버리고 말아요. (4345.1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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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11-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지털 사진의 경우 한 3개쯤 백업을 해놔야 안심이 되는데 요즘은 워낙 사진들 파일이 커서 백업 기기 사는 것도 만만치 않더군요ㅡ.ㅡ

파란놀 2012-11-10 07:4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외장하드가 예전 생각하면 참 싼값인데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