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씻이

 


  스스로 삶을 씻으며 하루를 엽니다. 내 넋을 내 마음 움직여 가만히 씻으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네가 나한테 스며들어 고운 숨결이 되는구나, 너랑 나랑 한몸이로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나눌 밥을 차려 먹으며, 밥알 하나 알뜰히 건사하자고 생각합니다. 밥풀 하나도 나이고, 나는 곧 밥풀 하나이기에, 그릇에 밥알 하나 남지 않도록 싹싹 훑어 먹습니다.


  반가운 이웃이 찾아와 술 한두 병 마실 적에는 내 몸에 들어오는 술이 나하고 한몸이 되면서 ‘술내음’을 풍기겠지요. 집 언저리나 들에서 풀을 뜯어 먹으면, 나와 풀은 한몸이 될 테니, 이때에는 ‘풀내음’을 풍기겠지요.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꿈을 품으면 내 마음과 몸은 아름다이 빛나겠지요. 햇살을 고이 받도록 마당에 빨래를 널면 옷가지마다 따사로운 바람결이 깃들고, 달빛을 내 가슴 가득 받으려고 마당에 가만히 서면 내 마음자리에는 환한 빛줄기가 자라요.


  생각이 마음을 다스립니다. 생각으로 삶을 짓습니다. 생각으로 꿈이 자랍니다. 생각하는 하루로 즐기도록 활짝 웃고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천천히 동이 트며 파랗게 눈부신 하늘이 우리 시골집으로 새롭게 찾아오겠지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파란하늘한테 인사합니다. 고운 하늘아, 우리 집에도 이웃마을 집에도 또 저 먼먼 도시 수많은 건물과 아파트 사이사이에도 해맑고 곱게 찾아들어 사람들 누구나 해맑고 고운 넋으로 삶을 씻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무나. (4345.1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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