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며

아이들 바라보며 누리는 이야기

새로 샘솟습니다.

 

오늘밤

아이들 재우다가 문득

꿈속에서

'시골아이'라는 이름 하나

새롭게 붙여서

무언가

천천히 천천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옛날에는 다들 가던 길이었을 텐데

오늘날에는 다들 안 가는구나 싶은 길이라

그저 혼자 씩씩하고 즐겁게

걸어가며

게시판을 하나 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 하늘빛 (2013.7.17.)

 


  하늘에서 빛이 내려옵니다. 아이들은 하늘빛을 받으며 파란 마음이 되고, 구름빛을 받으며 하얀 마음이 되며, 햇빛을 받으며 맑은 마음이 됩니다. 어른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 어린이로 자랐습니다. 어른들 누구나 가슴속에는 어린 나날 듬뿍 받은 파랗고 하야며 맑은 빛이 있습니다. 이 빛줄기 하나 고이 품을 수 있기를, 하고 빌면서 가슴을 쓰다듬습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까만 어린이

 


  아이들 씻길 때 살피면 엉덩이만 하얗다. 그렇겠구나. 밖에서 뛰놀기 좋아하고, 물가라면 땡볕이 내리쬐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아버지하고 나란히 앉아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니, 새까만 어린이가 되는구나. 우리가 마을 아닌 숲속에서 산다면 아예 벌거벗고 뛰놀며 엉덩이까지 새까만 어린이가 되려나. 4346.7.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전거쪽지 2013.7.17.
 : 하늘을 보렴

 


- 하늘빛 파랗게 눈부신 한낮, 자전거를 이끌고 나온다. 산들보라는 많이 졸린지 낑낑거리기만 한다. 갑자기 고무신을 홱 벗고는 안 신으려 한다. 누나가 착하게 동생 신을 신긴다. 보라야, 누나가 네 떼를 다 받아주는 줄 아니.

 

- 이웃 신기마을 냇가에 오리들이 있다. 이웃마을 누군가 키우는 오리인 듯하다. 큰아이가 오리 소리를 듣고는 쳐다본다. 깃털이 온통 새하얀 오리가 예쁘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래, 너한테는 그 오리가 이쁘니.

 

- 오리 구경 마친 큰아이가 샛자전거에 탄다. 작은아이는 벌써 잠들었다. 졸린 아이들은 자전거에서 아주 잘 잔다. 큰아이도 지난날에 이렇게 수레에 앉아 낮잠을 자곤 했다.

 

- 하늘빛 바라보면서 면소재지까지 천천히 달렸다가 집으로 천천히 돌아온다. 구름이 아주 조금씩 하늘을 물들인다. 온통 파랗기만 한 하늘에 하얗게 무늬를 새긴다. 벼리야, 하늘을 보렴. 저 하늘에 하얗게 날아가는 해오라기를 보렴. 이 하늘에 네 마음도 하얗게 새기렴. 시원하고 싱그러운 빛을 가슴에 담고, 맑으며 밝은 숨결을 하늘로 흩뿌리렴.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20 21:11   좋아요 0 | URL
정말 어여쁜 아이들이고,
그 모습을 담으신, 함께살기님의 아름다운 사진들입니다~

파아란 하늘 사진에, 이 밤...무척 시원하고 행복하네요. ^^
감사드리며, 편안하고 고운 밤 되세요. *^^*

숲노래 2013-07-21 01:21   좋아요 0 | URL
날은 덥지만
날씨는 아름답기에
하루하루 새삼스레 누리는구나 싶어요~ ^^
 
28년만의 약속 -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 이창성 사진집
이창성 지음 / 눈빛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찾아 읽는 사진책 144

 


어떤 모습 보여주는 사진일까
― 28년 만의 약속,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
 이창성 사진·글
 눈빛 펴냄,2008.5.17./35000원

 


  신문기자로 사진을 찍어 신문에 꾸준히 실으며 이야기를 들려준 이창성 님이 내놓은 사진책 《28년 만의 약속,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눈빛,2008)을 읽습니다. 사진책에 붙은 이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5·18 광주항쟁’입니다. 둘째, ‘특종의 순간들’입니다. 이 두 가지는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나는 이 두 가지를 도무지 어울려 놓을 수 없어서, 이 사진책을 여러 해 동안 조용히 묵혀 둡니다. 2008년에 나온 사진책을 2013년이 되어서야 겨우 넘깁니다. 나도 이창성 님처럼 스물여덟 해쯤 사진책을 묵혀 2036년쯤에 비로소 이 사진책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신문기자 이창성 님은 “1980년 5월, 광주항쟁기에 본인에게 취재를 허락하고 취재 편의를 봐준 시민군 지휘부와의 약속을 뒤늦게나마 지킬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다행으로 생각한다(머리말).”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 사진책, 《28년 만의 약속,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은 누구한테 바치는 책과 사진이 될까요. ‘5·18 광주항쟁’ 사람들한테 바치는 책과 사진이 될까요? ‘특종의 순간들’에 있던 사람들한테 바치는 책과 사진이 될까요?


  아무래도 따로따로 두 권으로 내놓았어야 옳지 싶은 사진과 이야기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나는 오직 ‘5·18 광주항쟁’ 이야기만 더 넓게 다루고, 다른 하나는 오로지 ‘특종의 순간들’만 더 깊이 다룰 때에 제대로 빛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일지 생각합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사진을 찍을 적에 ‘나중에 사람들한테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진을 찍는 자리는 늘 ‘오늘 바로 이곳’이지만, 사진을 보여주는 자리는 꼭 ‘오늘 바로 이곳’이 되지 않습니다. 디지털파일로 사진을 찍더라도 그때그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 사진을 안 보여줄 수 있고, 으레 안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모두 나중에 ‘때가 되고 자리가 되’면 비로소 보여줍니다.

 

 

 


  특종이란 언제 왜 보여주는 사진일까요. 왜 ‘특종’이라는 이름이 붙을까요. 사고가 나거나 사건이 생겨야 특종이 될까요. 누가 죽거나 다쳐야 특종이 될까요.


  신문매체는 왜 특종을 다루려고 할까요. 신문기자는 왜 특종을 거머쥐려고 눈에 불을 켤까요. 신문이 할 노릇이란 무엇일까요. 신문기자가 걸어갈 길은 어떠한 빛과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자리일까요.


  이창성 님은 “구차한 변명 같지만 그동안 나는 그들의 명예회복과 광주항쟁의 진상 규명에 앞장서지 못했다. 그들은 이 땅의 민주화와 자유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나는 기껏 사진 몇 장을 공개했을 뿐이다(6쪽).” 하고 말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그냥 핑계를 대어도 됩니다. 그저 고개숙여 뉘우치면 됩니다. 굳이 핑계를 대지 않아도 됩니다. 사진기자는 사진을 찍어 신문매체에 사진으로 이야기를 보여줄 뿐입니다. 사진기자가 핑계를 댈 까닭 없습니다. 신문기자가 핑계를 댈 만큼 한갓지거나 느긋하리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핑계를 대야 할 만큼 무언가 잘못했다면, 잘못을 갚을 만큼 더 애쓰고 땀흘리면 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이창성 님은 《28년 만의 약속,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이 ‘5·18 광주항쟁’ 이야기가 되도록 꾸렸어야 옳습니다. 그래서, 이 책 뒷자리에 ‘특종의 순간들’ 사진을 넣지 말고, 스물여덟 해가 지난 전라남도 광주를 찾아가서 그때 그 사람들이 그 뒤 어떻게 지내는가를 찾아다니면서 만났어야지 싶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새롭게 담아 《28년 만의 약속》이라는 사진책을 빛냈어야지 싶어요.

 

 

 


  사진기자로 한삶을 누린 이창성 님 스스로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기리는 사진책을 엮느라, ‘그동안 묵은 숙제’였던 1980년 5월 광주 사진에다가 이창성 님이 가장 애틋하게 여기는 특종 사진을 한 자리에 묶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때에는 사진책 이름을 달리 붙여야 합니다. 광주와 특종을 한 자리에 묶는 사진책을 내놓고 싶으면 “이창성 사진집”이라 이름을 붙여야지요.


  다시금 헤아려 봅니다. 어떤 모습 보여주는 사진일까요. 어떤 이야기 들려주는 사진책일까요. 이창성 님은 “어느덧 사진기자 생활 30년, 수많은 사건을 접했다. 큰 특종도 여러 차례 했고, 치욕적인 낙종도 있어 감봉 처분도 받았었다. 특종은 운이 따라야 하지만 평소의 노력 없이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6쪽).” 하고 말합니다. 이녁 사진길 걸어온 느낌을 차분히 밝힙니다. 그러면, 이 사진책은 아무래도 “이창성 사진집”입니다. “28년 만의 약속”이라는 이름이 적잖이 쑥스럽습니다. 5월 광주 이야기를 조그맣게 묶고, 특종 이야기를 다시 조그맣게 묶으면 참 좋겠는데요. 5월 광주 뒷이야기를 차근차근 살을 입히고, 특종과 신문기자 한길을 보여주는 글과 사진을 더 보탤 때에 한결 빛이 날 텐데요.


  마지막으로 또 한 번 곱씹습니다. 어떤 모습 보여주는 사진일까요. 내 이름값 드높이려는 사진일까요. 내 이웃 꿈과 사랑과 눈물과 웃음 보여주는 사진일까요. 이 나라 이 땅 이 겨레 이 마을 이야기 조곤조곤 속삭이면서 곱다시 밝히는 사진일까요. 4346.7.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