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7.17.
: 하늘을 보렴
- 하늘빛 파랗게 눈부신 한낮, 자전거를 이끌고 나온다. 산들보라는 많이 졸린지 낑낑거리기만 한다. 갑자기 고무신을 홱 벗고는 안 신으려 한다. 누나가 착하게 동생 신을 신긴다. 보라야, 누나가 네 떼를 다 받아주는 줄 아니.
- 이웃 신기마을 냇가에 오리들이 있다. 이웃마을 누군가 키우는 오리인 듯하다. 큰아이가 오리 소리를 듣고는 쳐다본다. 깃털이 온통 새하얀 오리가 예쁘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래, 너한테는 그 오리가 이쁘니.
- 오리 구경 마친 큰아이가 샛자전거에 탄다. 작은아이는 벌써 잠들었다. 졸린 아이들은 자전거에서 아주 잘 잔다. 큰아이도 지난날에 이렇게 수레에 앉아 낮잠을 자곤 했다.
- 하늘빛 바라보면서 면소재지까지 천천히 달렸다가 집으로 천천히 돌아온다. 구름이 아주 조금씩 하늘을 물들인다. 온통 파랗기만 한 하늘에 하얗게 무늬를 새긴다. 벼리야, 하늘을 보렴. 저 하늘에 하얗게 날아가는 해오라기를 보렴. 이 하늘에 네 마음도 하얗게 새기렴. 시원하고 싱그러운 빛을 가슴에 담고, 맑으며 밝은 숨결을 하늘로 흩뿌리렴.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