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991 | 5992 | 5993 | 599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2) 존재 182 : 보의 존재


원흉은 역시 다마 강 주변의 뉴타운 개발, 그리고 보의 존재에 있었다 … “아무리 조사해도 열다섯 종류밖에 없습니다.” … 나는 그 말을 즉시 정정해 주었다. ‘열다섯 종류밖에’가 아니라 ‘열다섯 종류나’ 존재하는 것이라고

《야마사키 미쓰아키/이정환 옮김-강물의 숨소리가 그립다》(RHK,2013) 36, 68쪽


 보의 존재에 있었다

→ 보 탓이었다

→ 보 때문이었다

→ 보가 있기 때문이었다

→ 보가 있는 탓이었다

 열다섯 종류나 존재하는

→ 열다섯 가지나 있는

→ 열다섯 가지나 사는

→ 열다섯 가지나 헤엄치는

 …



  물고기가 열다섯 가지밖에 ‘없다’는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는데 열다섯 가지나 ‘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물고기는 열다섯 가지 있습니다. 물고기는 냇물에서 열다섯 가지가 헤엄칩니다. 열다섯 물고기가 삽니다.


  보가 있어서 자꾸 말썽이 생긴다지요. 그러면 보 때문에 말썽이 생겨요. 보가 있는 탓에 말썽이 불거집니다. 무엇이 있을 때에 아름답고, 무엇이 없을 때에 즐거운가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러한 까닭은 아무래도 다마 강 둘레에 만든 새도시, 그리고 보 때문이었다 … “아무리 살펴도 열다섯 가지밖에 없습니다.” … 나는 그 말을 바로 고쳐 주었다. ‘열다섯 가지밖에’가 아니라 ‘열다섯 가지나’ 있다고


‘원흉(元兇)’은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의 우두머리”를 뜻한다고 해요. 보기글에서는 “이러한 까닭은”이나 “이러한 잘못은”이나 “이러한 말썽은”으로 손질합니다. ‘역시(亦是)’는 ‘또한’이나 ‘아무래도’나 ‘이와 마찬가지로’로 손보고, “다마 강 주변(周邊)의 뉴타운(newtown) 개발(開發)”은 “다마 강 둘레에 개발하는 새도시”나 “다마 강 둘레에 만든 새도시”로 손봅니다. ‘조사(調査)해도’는 ‘살펴봐도’나 ‘살펴도’로 다듬고, ‘종류(種類)’는 ‘가지’로 다듬으며, “-하는 것이라고”는 “-한다고”로 다듬어 줍니다. ‘즉시(卽時)’는 ‘바로’로 고쳐쓰고, ‘정정(訂正)해’는 ‘바로잡아’나 ‘고쳐’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1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 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88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그림

 임정은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2009.2.25.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님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시공주니어,2009)은 책이름 그대로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 이야기로 첫머리를 엽니다. 한국에서는 코끼리가 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이 아니라면 코끼리 똥을 볼 일이 없습니다. 코끼리가 눈 똥으로 어찌 종이를 만드느냐 하고 여길 만하지만, 코끼리는 풀만 먹어요. 풀만 먹기에 코끼리 똥은 섬유질이 가득하고, 이 똥을 잘 다스리면 얼마든지 종이를 얻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종이는 나무에서 얻습니다. 나무와 마찬가지로 풀을 잘 다루면 종이를 얻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예부터 우리 겨레가 입던 옷은 풀에서 실을 얻었어요. 풀에서 실을 얻듯이 풀에서 종이를 얻을 만합니다.


  코끼리가 풀을 먹기에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얻는다면, 풀만 먹는 다른 짐승들이 누는 똥으로도 종이를 얻을 만해요. 사람도 풀만 먹는다면 사람이 누는 똥으로도 얼마든지 종이를 얻을 수 있을 테고요. 더 살핀다면, 코끼리이든 사람이든 아름답고 푸른 밥을 먹을 적에는 똥과 오줌은 쓰레기나 찌꺼기가 아니라 지구별을 살리고 삶을 살찌울 수 있는 밑바탕이 됩니다.



.. 프랑스에서는 사냥철이 되면 야생 돼지가 헤엄을 쳐. 믿을 수 없다고? 진짜야. 돼지가 수영을 한다니까! 야생 돼지는 사냥을 피해서 론 강을 건너 스위스까지 가. 정확하게 말하면 스위스의 제네바까지 가지. 제네바는 30년 전부터 사냥이 금지된 도시거든. 더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의 사냥철이 끝나면 돼지들이 다시 헤엄을 쳐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거야 ..  (11쪽)






  프랑스에서 헤엄을 쳐서 스위스로 건너간다는 돼지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돼지는 한동안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지내야 합니다. 그나마 프랑스 돼지는 냇물을 따라 헤엄을 쳐서 사냥꾼 총질에서 벗어날 만합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살던 수많은 들짐승과 멧짐승은 사냥꾼 총질에서 벗어날 데가 없었습니다. 막개발과 자동차와 골프장과 공장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들짐승과 숲짐승과 멧짐승이 사라졌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스스로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수많은 이웃을 죽이거나 없앴습니다. 게다가, 우리들은 짐승뿐 아니라 풀과 나무를 밀어서 없앱니다. 우리들은 짐승과 푸나무뿐 아니라 이웃에 있는 사람들까지 들볶거나 밟고 올라서려 해요.



.. 코알라가 즐겨 먹는 유칼립투스 잎은 물을 대신하기도 해. 코알라는 물을 따로 안 마시거든 ..  (19쪽)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목숨일까요? 한국은 어떤 삶터가 될까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를 이웃으로 삼고, 누구와 동무로 지내는가요?


  풀을 뜯어서 먹는 짐승은 따로 물을 안 마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풀은 물기가 가득하거든요. 물을 따로 마실 적에는 물이 좋기 때문이고, 물에서 얻을 기운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무엇을 먹을까요. 우리들은 흙에서 난 어떤 먹을거리를 밥상에 차리는가요. 우리들은 이 땅에서 무엇을 일굴까요. 우리들은 이 나라 이 땅에서 어떤 먹을거리가 자라도록 흙을 돌보거나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가요.



.. 아이슬란드에서는 세 명 중 한 명 꼴로 말을 길러. 대개는 말을 그냥 놓아 기르는 편이라, 말들이 아주 튼튼해 ..  (42쪽)



  놓아 기르는 말이 튼튼합니다. 우리에 가두는 말은 안 튼튼합니다. 홀가분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튼튼합니다. 학교와 학원 사이를 쳇바퀴처럼 돌아야 하는 아이들은 안 튼튼합니다. 즐겁게 뛰놀며 자라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즐겁게 뛰놀지 못한 채 시험공부만 하다가 어른이 되면 하나도 안 튼튼하게 살아갑니다.


  지구별은 어떤 곳일까 헤아려 봅니다. 한국사람은 저마다 어떤 삶을 일굴 때에 즐겁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누구를 이웃으로 삼을 적에 아름다울까 곱씹어 봅니다. 이 땅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 적에 맑게 웃고 노래하면서 하루를 빛낼 만한지 되뇌어 봅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UniqueSong 2014-05-13 17:55   좋아요 1 | URL
코끼리 똥으로 농이를 난든 아하은?

숲노래 2014-05-14 07:03   좋아요 1 | URL
여럿 있답니다.
한국에서도 코끼리똥 종이를 수입해서
그림책을 만든 출판사도 있고요 ^^
 

복숭아알 맺는다



  뒤꼍에 심은 복숭아나무에 알이 맺힌다. 꽃이 지고 나서 벌레는 거의 안 먹으면서 알이 굵게 맺는다. 단단하다. 야무지다. 작은 복숭아나무에 맺는 복숭아알은 어느 만큼 굵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맑으면서 고운 빛이 감도는 열매로 익을 수 있을까.


  푸르게 빛나던 알은 차츰 누르스름하면서 불그스름한 빛으로 달라진다. 햇볕을 먹고 빗물을 마시며 바람을 들이켜면서 날마다 자란다. 아이들도 날마다 새로 자라고, 열매도 날마다 새로 익는다. 모두들 제 보금자리에서 기운차게 살아간다. 복숭아나무에서 처음 맺는 알이 소담스레 익으면, 씨앗을 갈무리해서 심고 싶다. 어린나무가 맺은 열매에서 나오는 씨앗에서 씩씩하게 새로운 싹이 틀 수 있기를 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흰민들레를 가까이 읽는 마음



  흰민들레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봅니다. 민들레는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날리기에, 사람이 곁에서 힘쓰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 둘레에 흰민들레가 골고루 더 많이 피기를 바라면서 흰민들레 씨앗이 맺히면 아이와 함께 옆밭과 뒤꼍 곳곳에 씨앗을 뿌렸어요.


  들이나 풀밭에서 씩씩하게 돋는 하얀 빛깔은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꽃잎도 곱고 꽃술도 곱지요. 꽃잎에 앉아 꽃내음을 맡는 풀벌레를 바라봅니다. 풀거미일까 진딧물일까 가만히 살펴봅니다. 하얀 꽃에 앉은 풀벌레는 하얀 꽃가루를 먹을 테지요. 하얀 꽃가루를 먹으면서 하얀 꽃숨을 마실 테고, 하얀 빛으로 새롭게 살아갈 기운을 얻을 테지요.


  한참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봅니다. 나도 풀벌레와 함께 흰민들레 곁에서 하얀 꽃내음을 나누어 먹습니다. 내 몸 가득 하얀 꽃빛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마음 환하도록 하얀 이야기 샘솟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시 들딸기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5.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두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곁님이 묻는다. “딸기 언제부터 먹을 수 있어요?” “글쎄, 보름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도서관에 와서 한참 놀다가 딸기밭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도서관 딸기밭이란 우리가 딸기를 심은 밭은 아니다. 들딸기가 스스로 자라면서 해마다 차츰 넓게 퍼지는 밭이다. 해마다 들딸기를 고맙게 얻으면서, 곧잘 딸기알을 곳곳에 뿌렸다. 이듬해에는 더 넓게 퍼지라는 뜻이다. 참말 이렇게 곳곳에 휙휙 던지니 해마다 딸기밭이 늘어난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딸기꽃이 더 넓게 피었고, 더 많이 나왔다. 올해에는 그야말로 날마다 딸기로만 배를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빨갛게 익은 딸기는 아직 얼마 없다. 그래도 몇 알 나온다. 아이들을 불러 손바닥에 얹어 준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똑같은 숫자로 준다. 그리고 석 알을 남긴다. 어머니도 맛을 봐야지. 나는 한 알만 먹는다. 앞으로 잔뜩 돋으면 그때에 먹기로 하고, 아이들이 한 알이라도 더 맛을 보기를 바란다.


  들딸기란 얼마나 좋은가. 들딸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지난해 여름을 끝으로 들딸기가 새로 돋을 봄을, 오월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튿날에는 작은 병을 하나 챙겨 오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훨훨 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4-05-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도서관 딸기밭에 들딸기가 열렸군요~
작년에도 사진만 봐도 참 즐거웠는데, 올해도 여전히
송글송글 빨갛게 참 예쁘게 열렸네요~ 참 맛나 보입니다!~*^^*

숲노래 2014-05-13 14:05   좋아요 0 | URL
여름을 앞두고 즐거운 몸이 되도록 북돋우는
맑은 맛이라고 할까요?

아주 반가우며 즐거워요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991 | 5992 | 5993 | 599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