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알 맺는다
뒤꼍에 심은 복숭아나무에 알이 맺힌다. 꽃이 지고 나서 벌레는 거의 안 먹으면서 알이 굵게 맺는다. 단단하다. 야무지다. 작은 복숭아나무에 맺는 복숭아알은 어느 만큼 굵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맑으면서 고운 빛이 감도는 열매로 익을 수 있을까.
푸르게 빛나던 알은 차츰 누르스름하면서 불그스름한 빛으로 달라진다. 햇볕을 먹고 빗물을 마시며 바람을 들이켜면서 날마다 자란다. 아이들도 날마다 새로 자라고, 열매도 날마다 새로 익는다. 모두들 제 보금자리에서 기운차게 살아간다. 복숭아나무에서 처음 맺는 알이 소담스레 익으면, 씨앗을 갈무리해서 심고 싶다. 어린나무가 맺은 열매에서 나오는 씨앗에서 씩씩하게 새로운 싹이 틀 수 있기를 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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