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민들레를 가까이 읽는 마음
흰민들레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봅니다. 민들레는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날리기에, 사람이 곁에서 힘쓰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 둘레에 흰민들레가 골고루 더 많이 피기를 바라면서 흰민들레 씨앗이 맺히면 아이와 함께 옆밭과 뒤꼍 곳곳에 씨앗을 뿌렸어요.
들이나 풀밭에서 씩씩하게 돋는 하얀 빛깔은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꽃잎도 곱고 꽃술도 곱지요. 꽃잎에 앉아 꽃내음을 맡는 풀벌레를 바라봅니다. 풀거미일까 진딧물일까 가만히 살펴봅니다. 하얀 꽃에 앉은 풀벌레는 하얀 꽃가루를 먹을 테지요. 하얀 꽃가루를 먹으면서 하얀 꽃숨을 마실 테고, 하얀 빛으로 새롭게 살아갈 기운을 얻을 테지요.
한참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봅니다. 나도 풀벌레와 함께 흰민들레 곁에서 하얀 꽃내음을 나누어 먹습니다. 내 몸 가득 하얀 꽃빛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마음 환하도록 하얀 이야기 샘솟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