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7. 고무신 나비 2013.9.9.

 


  큰아이 노란 고무신에 네발나비가 앉는다. 마당으로 내려서려다가 멈칫 한다. 네가 여기 웬일이니 하고 물으려다가 날개를 쉬려고 내려앉았겠거니 생각한다. 대청마루에 살그마니 앉아서 한참 조용히 바라본다. 사진기를 들어 한 장 찍는다. 다시 한 장 찍는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찍고 싶어 사진기를 들고 섬돌로 내려서려 하니, 네발나비 깜짝 놀라 파르르 날아오른다. 나비가 스스로 날아오를 때까지 내려서지 말았어야 했나. 그러나 우리 집 풀밭에 내려앉아 쉬면 되지. 우리 집에는 풀밭이 많으니 어디에나 느긋하게 앉아서 쉬렴. 우리 집에는 고들빼기꽃도 많고 부추꽃도 많으니 어느 꽃에나 살포시 앉아서 꽃가루도 꿀도 실컷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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