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6. 2013.10.24.

 


  마알가니 하얗게 꽃을 피우는 탱자나무이다. 이 탱자나무에 탱자꽃이 지면 천천히 열매를 맺는데, 동글동글 야무지게 단단한 알 하나 노랗게 익는다. 데굴데굴 굴리면서 놀 수 있고,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고운 내음 듬뿍 누릴 수 있다. 우리 서재도서관 한켠에서 자라는 탱자나무에 탱자알 몇 달린다. 늘 지나다니며 바라보기만 하다가 노란 빛깔 아주 해사하게 환할 즈음 톡톡 따서 큰아이 손에 얹는다. 탱자알 따는 내 손과 탱자알 받은 큰아이 손에 탱자내음 물씬 감돈다. 입으로 베어물며 먹어도 즐거운 열매가 있고, 이렇게 손에 쥐어 놀면서 어여쁜 열매가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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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4. 평상 밟고 흙놀이

 


  대문 앞에서 퍼 온 흙을 평상 밟고 올라서서 플라스틱통에 뿌린다. 이러는 동안 평상은 흙투성이 되고 마당도 흙투성이 된다. 아이들은 이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흙투성이 평상에 털푸덕 앉는다. 한참 흙 만지고 놀던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떡을 집어먹고 그림책을 펼쳐 읽는다. 날마다 방과 마루를 비질해도 흙이 굴러다닌다. 옷은 늘 흙투성이 옷이요, 힘껏 비벼 빨아야 흙내가 빠진다. 시골아이로 뛰노니까 흙아이 될 테지. 시골노래는 흙노래 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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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5. 2013.10.13.

 


  후박나무 가랑잎 가운데 샛노랗게 물든 잎사귀 하나 주워 귓등에 꽂는다. 귓등에 노란 후박잎 하나 꽂고는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보여주겠다면서, 한창 마당에서 동생하고 재미나게 놀더니 마루문 열고 들어선다. 오른머리를 보여주면서 빙그레 웃는다. 네 동생도 머리카락 더 자라 너처럼 길 때에는 너희 둘이서 가랑잎놀이도 꽃놀이도 함께 즐길 수 있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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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14 20:38   좋아요 0 | URL
아 이젠 후박나무 잎사귀가 샛노랗게 물들었군요!
샛노란 후박나무 잎사귀를 귓등에 꽂은 벼리의 모습이
아주 예쁩니다~*^^*

숲노래 2013-10-15 07:29   좋아요 0 | URL
샛노랗게 물든 뒤 떨어지는 잎사귀는 몇 없는데
아이가 그 잎을 잘 찾아서 귀에 꽂고 놀았어요~
 

고흥집 25. 아침 참새떼 2013.10.9.

 


  마을 참새떼 아침부터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아 무언가 쪼아먹는다. 무엇이 있기에 부리로 콕콕 쫄까. 나무열매라도 마당에 떨어졌을까. 아이들이 마당에 과자부스러기라도 떨어뜨렸을까. 한참 마당에서 콕콕질 하며 노는 참새떼가 마룻바닥 밟는 소리를 듣더니 화들짝 놀라 파라락 날아 대문 위 전깃줄과 후박나무 가지에 내려앉는다. 너희는 아침마실 다니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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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3. 가을 들콩넝쿨 사잇길 (2013.10.9.)

 


  여름에는 푸르게 빛나기만 하던 들콩넝쿨인데, 가을이 무르익어 논마다 나락 누렇게 익으니, 들콩도 꼬투리 여물고 들콩잎도 노랗게 물든다.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든 잎사귀 늘어난다. 앞으로 하루이틀 더 지나면 더 노랗게 바뀔 테고, 한 주 두 주 지나면 노랗게 물들던 잎사귀는 톡톡 떨어져 바닥을 구르다가 겨우내 흙으로 돌아갈 테지. 얘들아, 봄과 여름하고는 사뭇 다른 가을내음을 맡을 수 있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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